집에서 회사까지는 지하철로는 환승 1회 탑승시간 30분 내외로 가깝게 느껴지지만 환승 길이도 길고 체력도 그럭저럭 소모하기로 유명한 노선이라 꽤나 힘들다. 게다가 전철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니 주변의 풍경이 바뀌지도 않고 지루하고 답답하여 자칭 산책가로서도 절대 산책의 범주에 넣고 싶지 않은 그저 의미없는 고통스러운 구간에 지나지 않다 여기는데...그런 길에도 의외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때가 있다.
1000만명 넘게 사는 큰 도시다 보니 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여러 노선을 이동할테고 그러다보면 오늘처럼 엉뚱하게 레몬이 떨어져있을 때가 있는 것이다. 보통 통근으로 이용되는 노선이다보니 집에서 쓸 레몬을 떨어뜨린 것은 아닐테고 술집이 많은 거리도 아닌이상 바텐더가 칵테일용 레몬을 사들고 갔다가 흘린 것일도 없겠고 궁금은 더 해간다...
이런 엉뚱한 우연이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출근길 환승은 여전히 힘들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덕분에 잠시 숨을 돌린다. 거대한 도시의 한 톱니바퀴, 얼굴이 없는 사람, 일개미가 아니라 고양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달이 두 개 떠있는 세계를 갑자기 목도하게 된 소설 속 주인공의 기분은 이런 걸까 라고 망상에 잠기며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