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빨라지는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캐럴을 언제부터 트는 것이 정당한지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는데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11월 2일은 많이 이르지 않은가? 고작 핼러윈데이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
어제 11월 2일 오후, 슈퍼에서 이것저것 사는데 오노 요코 존 레넌의 Happy Xmas (War Is Over)가 흘러나왔다. 나에게 2021년 첫 크리스마스 캐럴이었다. 며칠 전까지 주황 보라색으로 점철된 장식들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핼러윈 장식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바뀌는 시점은 매년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핼러윈 뒤에 미국처럼 추수감사절 같은 다른 명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업계 불문하고 크리스마스가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비롯 매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 외의 곳에서도 보인다. 검색엔진 구글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검색 빈도, 검색량이 늘어난 시기를 알아본 과거 기사가 있는데 이미 핼러윈이 끝나기 전부터 크리스마스 기분에 돌입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는 건 어딘가 어색하다. 계절은 우리가 영업시간 종료 후 핼러윈 장식을 띄어내고 다음 영업시간 시작 전까지 크리스마스 장식을 메다는 것처럼 일순간에 찾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2021년 올해는 그런 세속의 발 빠른 움직임에도 그것들이 가져오는 위화감에도 조금은 너그럽고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사람이 늘어나고 먹는 치료제가 나왔다 하더라도 여전히 코로나19의 위협은 존재하고 소상공인들이 오랫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조금 빨리 눈송이를 벽에 붙이고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놓는다고 해서 손해볼일은 없다. 게다가 시험이나 면접, 아파트 계약갱신 같은 그런 인생의 번거롭고 그렇지만 해야 하는 이벤트가 아니지 않은가. 즐거운 날들이 자본주의의 색에 조금 물들었다한들 우리는 그저 이 즐거움을 가까운 이들과 나누고 캐럴에 맞춰 춤을 추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AkMkVFwAoo
https://www.youtube.com/watch?v=flA5ndOyZ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