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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조조 Nov 14. 2021

기뻐라는 말

이상하고 즐거운 한본어의 세계

일본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기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친구:
プレゼントありがとう。めっちゃ気に入った。
선물 고마워. 너무 마음에 드는 거 있지.


나:
本当?嬉しい!
정말? 기뻐! 


기뻐(嬉しい)라는 대답은 다행이다, 잘됐다(よかった)라고 표현할 때도 있다. 모두 다 자연스러운 표현이지만 그중에 기뻐(嬉しい)우레시이라는 표현은 유독 한국어로 바꾸면 조금 머쓱한 기분이 동시에 들기도 한다. 


왜 기쁘다는 대답이 어색할까. 잠시 생각을 해봤는데 인터넷에서 돌던 이 밈에서 느끼던 위화감, 미묘함이 느껴져서 인 것 같다. 



기동무투전 G 건담 (機動武闘伝Gガンダム)




기동무투전 G 건담 (機動武闘伝Gガンダム)의 만화의 한 컷으로 인터넷상에서는 좋아하는 인물이나 단체의 뉴스에 대해 큰 기쁨을 표시하고 싶을 때 막말로 "주접용"으로 사용하는 밈이다.


문법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그리고 이 "주접용" 밈에 있어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기쁘다는 표현은 틀린 게 아닌데도 이렇게 위화감을 느끼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직접적,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데 인색한 문화적 배경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슬퍼, 우울해, 죽고 싶어, 짜증 나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무런 근거 없이 그저 추측이지만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겸손치 못한 표현을 넘어 오만하게 비추어지거나 남의 시기도 받을 수도 있어 피하고자 하는 생각이 기저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로는 기쁘다는 상태의 주체는 항상 타인이고 나 자신 혹은 내가 속한 단체에 종속되는 일이 적거나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기쁘다는 상황은 나의 바깥에서 일어나거나 관찰되는 상태로 내 안에서 관찰할 수 있고 그 상태를 자연스럽고 담담히 서술할 수 있을 거라는 건 상상 밖의 일이다.


세 번째로 언어화되기 전의 기쁘다는 상태가 더 강도가 강한 말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은 메신저의 스티커와 이모티콘이 있다 보니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 그림이나 하트를 날리는 캐릭터 그림으로 대체되기까지 한다.


이런 것들이 복합되다 보면 기쁘다는 말을 쓰면 삼인칭 표현을 쓰는 것 같고 불편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 기쁘다는 말을 일본어에서도 한국어에서도 더 자주 쓰려고 한다. 기쁨을 자연스럽게 또 덤덤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계속 표현하다 보면 기쁜 상태가 더 오래 더 자주 내 안에서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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