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란'을 이제야 보았습니다. 약 한 달 전인 2024년 10월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사극 영화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 강동원과 박정민이 주연을 맡아 더욱 기대했던 작품입니다. 바쁜 일정 탓에 이제서야 보게 되었지만, 그만큼 기다림의 가치가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상황 묘사와 인물 간의 관계, 짜릿한 액션이 어우러져 마치 '활극'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두 남자의 신분과 운명을 둘러싼 갈등과 우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1.줄거리
- 영화는 조선 최고의 무신 집안의 아들 '이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양인이었던 천영은 어떤 사연 끝에 노비가 되어 종려의 집에 팔려오고,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며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깊은 우정을 나눕니다.
- 그러나 임진왜란이라는 혼란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종려는 선조(차승원)의 호위무관이 되고, 천영은 의병으로서 왜군에 맞서 싸우게 되죠.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두 사람은 전쟁터에서 적으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영화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2.캐릭터
- 강동원은 '천영' 역을 통해 노비 출신의 의병('청의검신')으로서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천영이 처음으로 왜군과 맞서는 장면에서, 두려움과 결단력을 동시에 드러내는 그의 표정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매력을 가진 그는 장면마다 진지하면서도 능청스러운 말투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 박정민 역시 '종려'의 복잡한 심리와 신분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연기하며 극의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특히 선조의 곁에서 충성을 다짐하면서도 내면의 갈등을 억누르고 또 폭발시키는 장면에서 그의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였습니다.
- 차승원은 '선조'의 역할을 가볍고도 무겁게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긴장감을 한층 높였습니다. 이들의 연기 조합은 '전,란'을 감상하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3.액션과 연출
- 김상만 감독은 전투 장면에서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검술 스타일을 도입해 시각적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초반부 천영과 종려의 대결 장면은 마치 1인칭 게임을 보는 듯한 연출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히는 과정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는 예술적이었고, 배우들의 클로즈업된 표정이 극에 몰입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는 최근의 전쟁 영화들과는 다른 차별점을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후반부 3인 대결 장면은 템포가 조금 늦춰져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여전히 인상적이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씬이었습니다.
4.메시지
- 영화는 신분 제도와 계급 갈등, 전쟁 속 인간 관계를 심도 있게 다루며, 천영과 종려의 관계 변화를 통해 조선 시대의 사회 구조와 개인의 운명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당신이 천영의 위치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이런 질문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신분과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고뇌를 잘 보여줍니다.
5.기타
- 조선 시대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전쟁의 참혹함이 강렬하게 대비되며 시각적으로도 강한 인상을 줍니다. 전투 장면 이후 흐르는 잔잔한 음악은 전장의 참혹함을 더욱 부각시켜 인물들의 상처와 고뇌를 느끼게 합니다. 서정적인 음악은 감정적인 장면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전체 분위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총평
'전,란'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닌 인간의 내면과 사회 구조를 탐구한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의 뛰어난 연기와 감각적인 시각적 요소, 세련된 액션 연출이 조화를 이루어 사극 팬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영화입니다. 전쟁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관계의 가치를 탐구한 이 영화는, 결국 인간성에 대한 진한 질문을 던집니다.
저는 영화를 볼 때, 개인적으로 지루하지 않고 시간이 쓱싹 지나간다면 평균 이상의 좋은 작품이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장들은 그 안에 어떤 철학이나 가치 또는 질문을 넣기도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영화란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라는 카테고리에 속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점수는 3.8점(5.0점 만점)입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