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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조 Nov 10. 2024

AI 영화제 '광탈'한 단편 영화 만들기

- 제작 이야기부터 후기까지 -

[AI 단편 영화] 빈페이지(Blank Page)

https://www.youtube.com/watch?v=gXAoVn9Ae58

주인공 제니..넘 매력적이지 않나욧?!




[제작 이야기]

약 2개월 전,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은 방송인 노홍철 그리고 과학 유튜버 궤도와 함께 북극 여행을 떠납니다. 빠니보틀은 워낙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니 영상에서도 종종 예전에 비해 여행지에서의 감흥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개썰매를 끄는 늙은 개들과 이제 막 합류한 젊은 개들과의 개썰매를 체험하다가 '경험'이 동물에게 주는 호기심과 무력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다 빠니는 궤도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그렇다면 뇌에서 모든 기억을 리셋시키면 다시 인생을 재밌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 빠니보틀 -


빠니보틀의 담백한 영상은 볼 때마다 맛있고 때론 존경스럽다

아마 그런 기술이 있어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자신 역시 첫 여행의 기쁨과 설렘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담겨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장면과 그 대화가 참으로 많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삶에 지친 어떤 일반인이 북극 여행에서 만난 현자에게 물약을 먹고 새롭게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뭐 어쨌든..제작 의도? 기획 의도를 이어가자면..)


요즘은 참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과학 기술의 발명은 수많은 경험과 편리함 그리고 시간 단축을 선사했지만, 그만큼 천천히 느리게 걷는 것.. 그러니까 어떤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 손쉽게 어리석다고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효율이라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도구가 아닌 '인간'에게 대입되었을 때 비참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대단한 성취와 빠른 발전도 중요하지만, 느리게 나아가고 경험하면서 얻는 게 비하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살다 보면 나보다 한 걸음, 두 걸음 아니 몇백 걸음을 나아가는 친구들도 있고 뒤처져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득히 멀리 갔던 친구들은 오히려 경험이 누적되어 공허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연달아 실패를 경험한 친구들은 자존감이 내려가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을 바꿔줄 수 있는 존재는 없습니다. 결국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응원이 응원으로 비춰지지 않아 보이는 사회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격려하고 칭찬하며 응원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제 짧은 실력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하고픈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빠니보틀의 질문으로부터 영상을 만들어 봤습니다.




[사용 AI 기술 및 비용]

이 영상은 주인공과 주인공의 여정,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 신비한 노인 그리고 망각의 물약이라는 큼직한 키워드나 줄거리를 제외하면 순도 100% AI 기술만을 이용했습니다.

한창 힘든 시기의 제니를 Runway에서 생성하는 중...힘내!!


제가 사용한 AI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각본(내러티브) 및 자막: Claude(클로드)             

2. 영문 번역 및 기타 텍스트: ChatGPT
3. 이미지 생성: Midjourney
4. 비디오 생성: Runway
5. 배경음악: Udio
6. 음향효과: VLLO, Capcut
7. 보이스: Elevenlabs, VREW            


여기서 Udio, Elevenlabs, Capcut 세 가지 도구를 제외하고 모두 유료 결제해서 작업했습니다. (세 가지 도구는 무료 버전을 활용했습니다.) 대략 월 비용으로 환산하면 한화로 약 25만 원에서 30만 원가량 투입된 것 같습니다.


작품 생성에 들어간 시간은 약 '3일'입니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일요일 자정 전까지 집중해서 작업했습니다. 대본, 각본과 같은 기획 부분은 최대한 AI가 작성한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작성했습니다. (제가 약간 귀차니즘이 있는데...역시 제출 직전까지 버티다보니 급하게 낸 감도 있습니다..반성 중)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 중 하나는 이미지를 비디오로 변환하는 과정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기 때문입니다. 미드저니에서 마음에 드는 고퀄리티 이미지를 출력하고 선별하는 시간, 그리고 영상으로 제작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습니다. 이 시간이 아까워서 오른쪽 모니터에는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멀티로 작업했습니다.


('우씨왕후'를 봤는데... 오호, 왕좌의 게임을 조금 따라한 느낌이더군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단 4부까지 클리어했는데, 뒤쪽도 궁금합니다. 고려-거란 전쟁과는 또 다른 맛이 있네요.)






[제작 후기]

솔직히 다 만들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뿌듯하구만!" 보다는... "망했군!"이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약간 용두사미 같은 느낌도 들고 마지막에 억지로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점, 게다가 성급하게 마무리하는 점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겨우 몇 분짜리 짧은 단편 영화를 만드는데도 이렇게 어려운데, 영화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작가와 감독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깨닳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한 사람이 여행을 가서 저런 질문을 하고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매우 가벼우면서도 선한..그래서 재미가 없는 교훈적인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나름 영화나 책 보는 걸 좋아하다보니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약간 스릴러있는 구성을 하겠다면서 초반에 '죽음'이라는 호기심적인 내용도 넣고 배경음도 을씨년스러운 것들로 채워넣었으나...결과적으로는 뭔가 大 개 망 한 작품(작품이라고 부르는게 맞을까?)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람쥐...


이런 수치는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 올려봅니다.


그래도 초초초초 일반인도 AI를 활용해서 이정도의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신기한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여전히 기획이나 인간의 상상이 중요합니다. 급속한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분명히 업계에 계신 분들에게 아직은 매우 미미한 바람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냥 좌시하고 있을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일반인이면서 저보다 뛰어난 스토리 제작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진 분들에게는 기존의 시스템을 단번에 뛰어넘어 감독,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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