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영화 로케이션 여행을 하는 방법이라는 어그로성 제목을 썼지만, 사실 특별하거나 대단한 노하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평소에 여행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공유하고 싶어 짧은 글을 남긴다.
우선 나의 영화 로케이션 여행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영화를 먼저 보고 영화 속 로케이션이 너무나 궁금해 그곳을 찾아 여행하는 경우와 여행지가 먼저 결정되고 그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찾아보는 경우다. 전자와 후자의 비율이 8:2 정도인 것 같다. 앞서 글로 소개했던 내 영화 로케이션 여행들도 이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방법들의 세부적인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다.(보고서?!)
1) 先 영화, 後 여행
당연하게도 모든 영화가 다 영화가 촬영된 로케이션이 가보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인생 영화라고 불리는 정말 좋아하는 영화들의 장소들이 당연히 1순위가 되고, 가끔은 영화 자체가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았음에도 영화의 배경이 마음에 들어서 가고 싶은 경우도 종종 있다.보통은 영상미가 두드러지는 영화가 그러하다. 영화를 보다가 저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 감정을 잊어버리기 전에 영화가 끝나면 바로 기록을 남긴다.
아무래도 해외 영화들이 많다 보니 검색은 역시 구글로 하고, '영화 제목 film locations' 보통 이 정도 키워드로 검색하면 유명한 영화의 경우 관련 정보들이 많이 나온다. 비주류 영화의 경우에는 좀 더 디깅이 필요한 편인데, imdb나 wiki들을 뒤지면 웬만해서는 정보들이 나온다. 가끔은 정말 꽂혀서 가보고 싶지만 관련 정보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경우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데미언 샤첼이 참여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The Eddy(2020)' 한 장면이 그랬다.(이후 소개) 정보를 찾지 못해서 답답한 마음에 스태프 롤을 뒤져 알만한 사람을 찾아 인스타에서 DM을 보내본 적도 있다. 뭐 보통은 이렇게 까지 할 일은 거의 없지만.
어쨌든 그 장소가 어떤 곳인지를 알게 되면, 몇 가지를 더 알아내야 한다. 우선 실존하는 공간인지(세트 촬영이었는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고, 실제로 있는 장소라고 하더라도 프라이빗한 공간(가정집이라거나)은 아닌지 확인하고, 또 출입이 제한되는 곳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 조건들을 다 통과하고 나면 이제 언제 가는 것이 가장 좋을지를 고민한다. 보통은 영화에서 연출된 계절과 날씨 조건을 맞추는 것이 좋지만, 내 글에도 나왔듯이 영화에서 연출된 장면과 전혀 다른 실제 로케이션에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
이후에는 여행 계획을 세우며 로케이션 하나하나의 정보들을 정리하고, 구글 지도에 별표를 찍어 나만의 영화 로케이션 지도를 만들며 투어 하는 순서나 동선 등을 고민한다. 기본적으로 여행에서는 효율적인 동선이 우선되지만, 경우에 따라 영화에 나왔던 스토리대로 돌아가는 동선을 잡아보기도 한다. 이 방법은 내가 처음 영화 로케이션 여행을 하는 계기가 되었던 '비포 선셋'편의 파리에서 만난 동행친구가 알려준 방법이기도 하다.
2) 先 여행, 後 영화
모든 여행을 영화 로케이션을 찾아다니기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행지가 먼저 결정되고 관련된 영화를 찾아보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충분히 즐기는 방법 중 하나로 이 방법을 추천한다. 여행지 관련 정보들을 책이나 웹으로 찾아보고 관련 정보 유튜브를 보는 것도 좋지만, 그 여행지와 관련된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가면 정서적인 부분에서 매우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우연히 내가 봤던 장면 속 공간을 보게 되면 괜히 반갑고 더 설레기도 한다.
특정 여행지에서 촬영된 주요 영화 정보들을 찾는 것도 선 영화 방식과 비슷하게 진행된다. imdb에서 도시명으로 검색해 그 도시를 로케이션으로 한 영화들을 찾을 수 있다. 그러고 나서 가장 내 취향의 영화 한두 편을 골라서 우선 영화를 즐겁게 감상한다. 이후에 나는 보통 씬의 배경 위주로 다시 한번 영화를 스킵하며 인상적인 배경 장소들이 나오는 지점을 기록한다. 특히나 그 씬에서 배경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내 감정은 어떠했는지 등을 조금 상세하게 남겨두면 실제 여행지 방문 시 더 감흥이 커진다. 이후 방법은 선 영화 방식과 동일하다.
3) 예외적인 경우
'폴링 인 러브', '피아노' 편에서 소개했던 뉴질랜드 피하 비치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아무런 사전 준비나 고민 없이 방문한 여행지가 너무나 인상적인 경우가 있다.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다 비슷한지, 그런 장소의 경우 검색해보면 실제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다시 돌아와 영화를 찾아보면서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의 여운을 더 가져가는 것도 괜찮다.
비슷하게 내가 여행을 하던 당시에는 그곳을 로케이션으로 하는 영화가 없었는데, 몇 년이 지나 우연하게 본 영화에서 로케이션이 내가 여행을 떠났던 장소가 되는 케이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정말 반가운 경우인데, 내게는 라라 랜드에 나왔던 로케이션들이 주로 그러했다. 보통은 직장인 여행자들이 한정된 시간에 여행을 가야 하니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경우들이 그리 많지 않은데, 특별히 그 영화가 정말 좋은 영화일 경우에는 다시 방문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LA가 내 최다 방문 여행지가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만의 여행 지도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준비한 그 영화를 보면 영화 로케이션 여행은 거의 완성이다. 그리고 실제로 방문을 하면서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짧게나마 기록하는 것이다. 그 기록은 사진이나 영상이 될 수도 있고, 글이 될 수도 있는데 영화 배경 속 주인공이 된 마음으로 그 장소를 오롯이 느끼면서 기록을 하기 시작하면 영화 감상의 지평이 확 넓어짐과 동시에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영감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나 같이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