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어느 새벽의 브런치

by 조CP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 날은 없다. 그러나 자다 새벽에 자꾸 깨는 날이 늘고 있다. 지난해 어느 시기에 그게 꽤 길게 지속되었다가 멈췄었는데 다시 시작된 걸까? 요 며칠 잠이 모자란 것 같아 컨디션도 쳐지고 얼굴색도 좋지 않은 것 같아 오늘만큼은 꿀잠을 자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결국 실패했다.

내 의지의 문제일 것이다. 자다 깨도 그냥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하면 될 텐데 괜히 폰을 짚어 시간을 확인하고 습관적으로 몇 가지 앱을 켠다.


요즘 가장 많이 들여다보는 곳은 X다. 내 X 피드는 독서계들로 점철되어 있다. '독서계'의 뜻은 X 유저들의 독서 계정(일 것)이다. 나도 몇 주 전부터 일종의 독서계를 운영하고 있다. 별도의 X 계정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편집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X를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 마음먹고 처음에는 철저히 독서계의 면모만 보이려 했는데 책을 읽는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업자스러운 영업 본능을 접지 못해서인지 편집자로서의 정체성도 드러내고 말았다. 내친김에 '이세계 반독자'라는 낯간지러운 닉네임도 지었다.

X에 들어가면 꼭 두 가지를 한다. 첫 번째, 내가 편집한 책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고 그 책을 읽을 예정이거나 읽고 있거나 읽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댓글이나 인용으로 반응한다. 너무 반갑고 고마원 마음에 그렇게 된다. 두 번째, 북인플루언서라고 해야 할까. 협업을 제안해 볼 만한 독서계가 눈에 들어오면 저장한다. 텍스티 책을 긍정적으로 읽은, 협업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한, 팔로워 수와 조회 수가 어느 정도 되는 독서계를 발견하면 저장 꾸욱.


책을 파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매일 같이 정말 많은 책이 쏟아진다. 각종 통계에 근거해 계산해 보니 내가 주로 내는 소설 분야는 하루에 신간이 7종 내외로 출간된다. 성인 독서율이 40%가 되지 않고 독서 인구의 연평균 독서 권수가 8권 이하(그중 소설은 2권으로 추산)인데 말이다. 독서 권수가 아니라 책 구매 권수로 치환하면 그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고. 나조차 일상을 살아가느라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고, 타사의 신간 소설들을 보면 읽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은데 그중에서 '굳이' 텍스티 책을 읽도록 만든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텍스티 책의 재미와 완성도는 자신하지만 업계가 상향 평준화되어 다른 출판사의 소설들보다 훨씬 재미있거나 완성도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이제 3년 갓 넘은 업력으로 유통·영업·마케팅 역량과 경험치가 아직 부족하다 보니 내가 생각해도 잘 팔릴 리가 없다. 개선을 위해 아등바등 애는 쓰고 있지만. 아등바등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충원을 진행 중이고 이번 주와 차주에 몇몇의 지원자분들을 만나보게 될 텐데 부디 좋은 인연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에게나 그분에게나.


불면이라고 해서 불행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의 불면은 불행이었다. 고민, 걱정, 괴로움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자다 깨서 폰을 보지 않고 눈을 감고 있어도 몇 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요즘은 다르다. 불면이 다시 도진 듯 하지만 그래서 몸이 좀 힘들긴 하지만 탐구자, 연구자로서의 흥미진진함으로 살아가는 느낌이다. 뭘 해볼 수 있을지 파고들게 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실행과 결과에 대한 가설을 떠올리게 되고, 어쩜 점들을 연결해 맥락과 논리를 만들고 결론을 얻어내 보고... 전반적으로 일의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오늘은 3월에 출간한 소설 『모방소녀』의 팟캐스트 녹음이 있는 날이다. 소향 작가님께서 국내 최장수 책 팟캐스트인 YG와 JYP의 책걸상에 출연하신다. 우리 책의 저자가 우리 책을 주제로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방송이 큰 반향을 일으켜 작가님과 책이 알려지고 판매가 급등하면 좋겠지만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란 것을 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그 지점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고, 무엇보다 내가 편집한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그 자체로 재미있을 것 같다. 어떤 영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결국 또 잠이 부족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신나는 날일 것이니 신나게 보내보기로.

마침 기상 알람이 울린다. 출근 준비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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