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식집사

그 이름은 아들

by 나근애

아들이 몬스테라를 사 달라고 며칠 전부터 졸라 댔다. 그래, 식집사를 자처했다.

이 아이는 어쩌다 식집사의 길로 접어든 것일까. 아직 오지도 않은 몬스테라에 모든 관심을 쏟으며 애태우는 아들이 낯설면서도 기특했다.


계기는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직접 구매해서 비치해 두신 크레이지.. 무슨 책 때문이었다고 했다.


식물들은 내 손에 들어오면 살아남는 법이 없는터라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식물에 대한 아들의 자발적 애정을 모르는 척 하긴 어려웠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을 또 실감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현대판 화개장터인 쿠팡에서 몬스테라 한 그루(?)를 주문했다. 당장 저녁 식사하기 전에 도착했다. 저녁 먹기도 전에 다이소에 가자고 성화였다. 화분도 사고, 물조리개도 사고, 흙도 사야 한다고 했다. 며칠 동안 몬스테라에 대해 검색한 보람이 있었다.


다이소에서 쇼핑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왔다. 그리고 그의 방에선 역사적인 최초의 분갈이가 시작되었다. 결과는 온통 흙바닥ㅋ


어쨌든 몬스테라는 화분에 심겼고, 나름 막내의 손길이 닿지 않는 책장 위에 두었다.

(막내의 물조리개 탐험 및 탈취는 벌써 시작되었다.)


1년 뒤 다른 화분도 키워보고 싶다는 야무진 꿈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몬스테라가 더 위험한 환경에 놓인 건 아닌지 사뭇 걱정되긴 했지만, 아들의 야심 찬 꿈을 깊이 응원한다.


#몬스테라안녕

#식집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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