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그리고 불국사
여느 도시가 그렇지 않겠냐마는 경주는 사계절이 참 아름다운 곳이다.
원래 자주 들르던 곳인데도 근 1년 만에 온 것 같다. 남편이 경주 한 번 가자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도 못 간 게 영 찜찜한 게 큰 이유다. 한참 걷고, 뛰고, 탐색하는 나이인 막내 때문이기도 했다.
늘 다니는 보문단지나 황리단길 쪽 말고 석굴암과 불국사를 가 보자 했다. 대학 졸업하고 임용고사 발표를 앞두고 싱숭생숭한 마음에 혼자 경주여행을 떠나면서 석굴암에 갔던 게 마지막이었다. 큰 아이들에게도 지척에 세계문화유산이 있는데 한 번쯤 보여주고 싶었다.
이 계획은 반은 성공, 반은 실패다.
석굴암 가는 길이 꽤 길었다. 산 공기도 차가웠고, 비 온 뒤라 질퍽대는 곳도 있었다. 막내는 천지 모르고 뛰어다녔지만 석굴암 문턱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예수님 믿는 사람이 절에는 왜 오는 거야?"
이리저리 이야기를 해 줘도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문화유산 마니아인 나랑 천둥벌거숭이 막내에게만 재밌는 코스였던 거다.
아이들은 불국사까지 간다는 말에
집에 좀 가자며 졸라댔지만
내가 고집을 피웠다.
아이들 말마따나 예수 믿는 우리가 불국사 올 일이 뭐 그리 있겠나.
온 김에 한 번 다녀가야겠다 싶었다.
뒤에서 남편이 막내를 케어하는 사이,
나는 아이들과 앞서가며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음료수 하나씩을 쥐어주었다.
음료수 하나에 마음이 풀리는 쉬운 녀석들.
"엄마가 아까 큰 소리 내서 미안해."
"아까 떼써서 미안해, 엄마"
대웅전만 둘러보는 게 아쉬웠지만 더 지체하는 건 내 욕심 같았다. 엄연히 가족나들이니 말이다.
집에 가자고 하니
"오늘 잘 놀았다"
하는 막내.
그래, 막내가 아름답게 마무리를 해 준다.
약속대로 십원빵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셋이 조르르 자는 모습에 따뜻한 겨울 해 질 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