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선생님과의 대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by 나근애

1980년대 생인 나는 사실 이어령선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유명하고 대단한 분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분의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 가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세상이 떠들썩했고 특히 교회는 더욱 그랬다.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분의 회심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호기심에 책을 열어 봐도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기호해독을 하듯 글자는 읽을 수 있었으나 글이 읽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오래도록 책장에 묵혀 있었다.


며칠 전 새로 이북리더기를 샀다. 가지고 있던 이북리더기가 멈춘 지 오래되기도 했고, 이북리더기가 있으면 제한된 듯 제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양한 책을 손쉽게 읽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어서다.


처음으로 고른 책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그냥 읽고 싶어졌다. 김지수 기자의 유려한 필체도 내 주의를 끄는데 한 몫했다.


아, 이 책을 밤이 맞도록 덮질 못했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영혼의 무릎을 쳤다. 세상 이치를 저리도 간단명료한 비유로 풀어주는 겸손한 선생님이라. 책을 읽으며 그의 앞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그는 먹이를 씹어 새끼 입에 넣어주는 것처럼 허기에 찬 나의 생활에 양식을 넣어주었다.


살아갈 용기가 생겼다.

계속 생각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그리고 글을 쓰는 걸 놓지 않을 테다.


2월에 듣는 그의 날카롭고도 따뜻한 목소리가 새 봄을 버선발로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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