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 그것을 드러낼 수도, 꽁꽁 숨길 수도, 대번에 알아챌 수도, 영영 몰라 볼 수도 있다. 만약 대화의 과정에서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잘못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오해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이만큼 살다보면 각자가 겪었을 다양한 경험들이 사고를 지배하게 되니, 사실 오해라는 것은 말을 하는 사람의 잘못도, 듣는 사람의 잘못도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그오해가 싫어서, 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는 상황이 싫어서 열심히 해명하고 다시 설명하며 살았다. 마치 나에게 그것을 '꼭 풀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처럼.
이것은 대화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감정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더 강해진다. 어쩌면 나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이런 피곤한 부분이 있다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오해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애를 쓴다. 그래서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하지만 애를 쓴들, 나는 결국 상대가 아니기에 100% 완벽한 이해는 없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게 없는 것 - 단순한 사고 회로, 피곤하지 않은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대화 속 오해가 생길 때면 할 수 있을 법한 해명을, 그러니까 나라면 충분히 했을 입장 표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대화의 마지막이 "너의 감정을 다치게 하지 않는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야" 라는 말로 마무리 되었던 걸 보면, 우리의 다른 생각을 바로 잡으려고 애쓰지 않고도 나의 복잡하고 유약한 부분을 지켜주려는 마음이 닿기 때문이다.
대화 속 숨은 의도 찾기를 그만 둘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의도가 상대방에게 제대로 닿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열렬히 해명하거나 설명하는 일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만 둘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가벼운 내가 되기 위한 다짐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