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후의 플랜을 짜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어떻게 먹고살 것인지에 대한 경제적 돈의 문제다. 놀아도 돈이 있어야 한다. 너무 돈 돈 돈 한다고 짜증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이 본질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것들은 모두 부질없는 허상일 뿐이다.
이 돈의 무게는 입에 풀칠하는 수준에 만족할 것인지, 약간의 품위 유지를 더 할 수 있는 정도까지 갈 것인지, 아니면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지갑을 열 수 있는 수준으로 채울 것인지의 차이에 있다. 이 돈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각자의 체력에 따라 들 수 있는 돈의 무게가 다르기에 그렇다.
나는 얼마만큼 무게의 돈을 들 수 있는가? 속된 말로 후다를 까보자.
퇴직 후 어떻게 경제력을 유지하며 살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조언들이 쏟아진다. 가장 많은 훈계는 3단계 연금 관리를 하라는 거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다. 이 연금 관리는 직장인들에게 해당하는 조언이다. 나도 평생 35년을 직장생활을 했으니 이 조언을 따라왔다.
일단 국민연금은 지난달로 납입이 끝났다. 국민연금을 받는 것은 3년 뒤인 2027년 11월부터다. 3년을 버텨야 한다. 그때부터 매달 받을 수 있는 액수는 220만 원 정도다. 국민연금은 물가 상승률을 매년 반영하니 3년 후에는 액수가 조금 늘 것이나 일단 이 액수를 기준으로 한다.
퇴직연금은 이미 5년 전 임금피크에 들어갈 때 퇴직금을 모두 정산받았는데 그중 절반을 IRP 계좌에 한꺼번에 넣어놨다. 나머지 절반으로는 자동차를 새로 샀다. 이제 우리 나이에 마지막으로 바꿀 수 있는 차이기에 과감히 질렀다. 그 돈으로 해외 가족여행도 여기저기 다녀왔다. 오랜 직장생활에 대한 보상이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55세 임금피크에 들어가면 나머지 5년 동안 매년 10%씩 급여를 삭감하기에 퇴직 연도에는 임금피크 전에 받던 급여의 딱 절반을 받는 거나 같다. 그래서 임금피크 들어가기 전에 퇴직금 정산을 해주고 임금피크에 들어간 해부터는 매년 퇴직금을 정산받는 형태다. 그나마 정년퇴직 때까지 버티는 근로자들의 처지를 감안해주고 있는 노사합의제도다. 이렇게 IRP 퇴직연금을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넣어둔 퇴직금이 1억 5천만 원이다. 지금은 이자가 붙어 1억 8천만 원 정도 된다. 이 퇴직연금은 한꺼번에 넣은 것이라 가입 후 5년이 지나야 연금형태로 받을 수 있다. 나는 내년부터 신청할 수 있다. 연금 수급연수는 가입자가 정할 수 있는데 나는 10년간 받을 계획이다. 그러면 매월 150만 원 정도는 된다.
마지막으로 개인연금은 회사가 1990년대 초반부터 납입금의 절반을 내주는 노후안심보험이 있었는데 이 녀석이 큰 역할을 할 듯하다. 나는 내년 5월까지 납입을 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납입액수가 1억 2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 내년에 연금을 10년 동안 받는 것으로 하면 매달 120만 원 정도는 된다.
일단 통장 수입 계산으로는 연도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다. 내년 중반부터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수령하면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대략 한 달에 250만 원 정도는 되고 2년이 지나 국민연금을 수령하여 합치게 되면 매월 450만 원 정도는 된다.여기에 이번달부터 신청해서 9개월동안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는 제외한다. 이것도 대략 한달에 180만원정도 된다. 하지만 일시적 이벤트성 수입이라 빼기로 한다. 이것도 합치면 내년 7월까지는 매월 430만원은 연금 및 보험수입으로 잡을 수 있긴하다.
그렇게 70대 초반까지 버틸 계획이다. 대략 숫자상으로는 버틸만할듯하다.
당장 연금수령 전까지는 그동안 꼬불쳐놓은 비자금을 쓸 요량이다. 주식계좌에 들어있어, 내 돈 아닌 내 돈이 조금 있다. 요 액수는 비밀이다. 지금은 수익률이 반토막도 더 빠진 상태이긴 하다. 회사가 증자할 때 받은 우리 사주가 조금 오르긴 했지만 그동안 임금피크 이후 매년 받은 퇴직금을 조금 뿔려보려고 주식에 넣었었는데 망했다.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ㅠㅠ 아무튼 전체적으로 주식계좌에 들어가 있는 원금이 1억 원은 안 되는 그 아래 숫자로 들어가 있다. 현재는 수익률이 마이너스지만 언제든 반등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투자가 아닌 투기가 된 주식시장이라 불안하긴 하지만 크게 사고파는 모험을 하지 않는 입장이라 그저 든든한 빽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돈이다.
이렇게 나의 모든 통장 돈의 향배는 나이 70세 전반에 맞추어져 있다.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 지가 인생의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나이 들어 휠체어 타고 다니고 지팡이 짚고 다녀봐야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인 폄하한다고 윽박질러봐야 소용없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 놀 수 있을 때 놀아야 하고 다닐 수 있을 때 다녀야 한다. 그때에 맞춰 돈을 쓰고자 돈의 흐름을 맞춰놓는 것이다.
건강이 약해져 침대에 누워있는데 돈 많고 땅 많고 건물 높으면 뭐 하나? 부질없다. 얼마나 열받겠나, 있어도 쓰지도 못하는데 --- 자식들에게 물려준다고? 그나마 위안일 거다. 자식들이 알아주지도 않겠지만.
나머지 아파트담보연금은 열외로 한다. 그리고 천만다행인 것은 아직도 와이프가 학교라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6급 공무원이다. 나하고 3살 차이이니 3년은 더 다닐 수 있다. 와이프도 퇴직 후에 공무원연금을 받을 테니 나의 노후보험을 하나 더 들고 있는 셈이다. 와이프 출근할 때 차로 학교까지 모셔다 드리는 운전기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잘 모셔야 한다.
얼추 노후의 현금 흐름에 대한 얼개는 서 있다. 거기에 맞춰 쓰임의 액수를 따라가면 된다. 삶의 질은 이 바탕 위에서 결정된다.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의 관점이다. 돈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그렇고 모든 것이 그렇다.
그런데 아직 이 돈의 무게에서 모르는 것이 있다. 돈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세금의 무게가 빠져야 한다. 아직 고지서를 받지 않아 어떤 세금들이 들이닥칠지, 액수가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 통장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일 가능성도 있다. 이것도 내일 들춰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