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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07. 2024

한 말 또 하는 꼰대가 되지 않는 법

내 일이 되었다 - 정년퇴직 백서 21

최근에 휴대폰으로 동영상 쇼츠를 하염없이 스크롤하다 눈길이 멈춘 동영상이 하나 있다. '인간시장'의 저자 김홍신 작가가 어느 방송에 출연하여 읊는 짧은 글 영상이다. (김홍신 명언 | 겪어보면 안다 - YouTube)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걸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걸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걸

아파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걸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걸

지나 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걸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작은 것이 행복인걸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에 주인인걸

겪어보면 안다."


참으로 그러하다. 작가와 시인들은 세상을 먼저 본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김홍신 작가의 짧은 읊조림은 '경험'이 방점이다. 겪어보고 닥쳐와봐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데 있다. 탁상공론으로 배우고 알면 흐르는 물에 쓴 글과 같다. 배우면 확인해야 하고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지식이든 지혜든 자기 것이 된다. 그저 듣기만 해서는 스쳐가는 바람소리일 뿐이고 들을 때뿐이다.


나이 먹은 꼰대들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자기 경험으로 세상을 본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서 끊임없이 신독(愼獨)을 하며 돌아봐야 한다. 자기 함정에 빠져 자기가 보는 우물의 하늘이 다 인 듯이 해서는 안된다. 각자 우물의 하늘이 모여 대천의 푸르름을 만든다는 사실을 잊는 순간 꼰대가 되는 것이다.


나이 60세에 정년퇴직하고 꼰대소리 안 들을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꼰대소리 안 듣게 말하고 행동하면 된다. 너무도 간단한 이치를 잊고 있어서 꼰대소리 듣는 거다. "이게 뭔 개소리냐고?"


나이 들어도 젊게 사는 법, 꼰대가 되지 않는 법에 관련된 정보와 책은 온라인과 서점에 넘쳐난다. "건강을 지켜라, 재정관리를 해라, 인간관계를 잘해라, 정신관리도 소홀히 하지 마라, 무리한 경제활동을 하지 마라, 친구들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라"라는 등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을 조목조목 나열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언과 충고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모두 다 뻔한 이야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지키라는 거? 누가 몰라!" "돈의 흐름과 쓰임새에 대한 가계부를 써라? 그거 안 쓰고 싶어서 안 쓰나!" "친구 및 지인 관리?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나! 용돈도 부족하지 그나마 전화도 안 오는데!"


뻔하게 보면 뻔하게 보인다. 꼰대가 보는 시각의 매몰이다.


내가 볼 땐 꼰대를 벗어나는 길은 '내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내가 먼저 전화하고 내가 먼저 나서고 내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많은 은퇴한 선배들이 전하는 말 중에 가장 많은 것이 "퇴직하니 하루 종일 전화 한 통 안 와! 이러다 벙어리 될까 걱정이다"라는 소리다. 전화가 안 오면 전화를 하면 된다. 


"전화하기 불편하다고?"


인생 헛 산거다. 사회생활 항상 '갑'으로 하다가 퇴직하니 '을'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전화 안 온다는 불평을 하고 있는 것은 갑질의 생활과 생각을 못 벗은 거다. 그런 사람에게는 죽을 때까지 전화 한 통, 카톡 문자 한 통 먼저 안 온다. 죽을 때 부음이나 받을까 모르겠다.


호모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동물이기전에 움직이는 동물이 본질이다. 생각하고 움직이기보다 움직이니 생각이 드는 것이 먼저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 자네! 해 봤어?"라는 정주영 회장의 일침은 바로 움직여 행동으로 부딪혀 봤음을 묻는 촌철살인이다.


걱정만 해서는 걱정이 쌓일 뿐이다. 걱정을 해체해봐야 한다. 걱정을 분해하는 행위가 움직임이다. 걱정뿐만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직접 움직여 나서야 한다. 그래야 하고 싶던 일도 내 일이 되고 기쁨이 된다. 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기쁜 일도 즐거운 일도 행복한 일도 영원히 오지 않는다. 그냥 공짜로 오는 행운은 없다. 준비된 행운만이 올뿐이다. 그것을 확률이라 하고 양자역학에서 확률적 결정론이라고 한다.


정년퇴직 이후의 삶을 적절히 관조하는 것은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 ; 머무는 곳에서 주인이 되면 그곳이 바로 진리의 자리"임을 아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자기 존재를 아는 것, 그것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조건과 환경을 안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 주제 파악'을 하면 길이 보인다. 내가 어떤 길을 갈 것인지, 가야 하는지 말이다. 


이런 ㅠㅠ 멋있게 늙는 꼰대가 되는 구체적 실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했네 ㅠㅠ 내일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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