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목이 되는 제목이고 싶었습니다만….
포르투갈 여행 & 해외생활 에세이 출간 전… 책 제목에 대해 많은 고심을 했었다.
책 안에 담기는 각각의 스토리는(에세이)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 견해, 마음을 담은 장문의 글들이라면, 책 제목 짓기는 장르가 달랐다. 뭐랄까..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제품을 잘 팔리게 만드는 광고 카피 뽑아내기와 비슷하다.
제목을 먼저 정하고 글을 집필하시는 작가분들도 계시겠지만, 내 경우엔 조금 달랐다. 포르투갈에서 지낸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새로운 문화적 환경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에세이로 기록해 왔고, 그 이야기들을 묶어 책으로 출간하기로 계획을 했다. 포르투갈 여행 & 해외생활과 같은 주제와 방향이 정해져 있었지만, 제목은 마지막에 정하게 되었다.
브런치에 글을 릴리즈 할 때 각 스토리의 제목을 뽑는 작업은 대게 쉽게 진행이 되었다. 보통은 글을 먼저 쓰고 제목을 정하는 편이다. 아니, 글을 쓰고 나면 대부분의 경우 제목이 떠올랐었다.
그런데 막상 책에 제목을 지어주는 순간이 오자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 머릿속을 스치는 아이디어들의 대부분은 그저 그런 평범하고 유치한 제목들 뿐이었다. 이젠 기억조차 안나는 1차원적인 단어들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 후 조금 더 시간을 들여 고민한 제목들을 내어 본다.
대략 이런 제목들이 먼저 나왔다. 여전히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 나는 소박한 포르투갈이 좋다
- 느긋한 리스본 너의 이야기
- 리스본, 느긋한 네가 좋아
- 시시콜콜 리스본 이야기
- 어쩌다 포르투갈 ( <- 이건 여기저기서 자주 보는 제목 짜임이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싶어 다른 책 제목을 조사하는 작업은 전반에는 하지 않았다. 시시콜콜 리스본 이야기로 선택을 해볼까 하고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제목을 넣어보니, 이미 출간된 유사한 책 제목이 보였다. 그래서 다시 브레인스토밍을 하기 시작했다.
브레인스토밍 한 후엔 어김없이 지인들 여럿에게 의견을 물었다. 바쁜 와중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는 선배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 너무나도 고맙다. (이들의 이름은 책의 뒷면 감사의 글 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며칠 후에 난 또 새로운 제목을 뽑아, 또 이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 제목은 어때?
언제나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는 의욕 넘치는 친구들.
그래도 제목이 100 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이 거듭됐다. 밤에 자다가 깨도 제목부터 생각했다. 샤워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나와서 아이디어를 적어두었다. 며칠에 걸쳐 좋은 제목이 수면 위로 떠오르길 기다렸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제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이디어를 빈약한 기억력에 의지하다 놓쳐 버리지 않기 위해 꽉 움켜잡고 적어 보았다. 그리하여 붙여지게 된 첫 출간책에 붙여진 제목 '리스보에따의 하루엔 느긋함이 있다'
리스보에따 (Lisboeta)
리스본에서 살거나 태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인 '리스보에따'와 + 포르투갈에서의 슬로우 라이프를 상징하는 '느긋함'을 넣어 만든 제목이다.
완성된 원고를 1차 교정을 받을 때 교정 전문가에게서 제목이 흥미를 끈다는 피드백을 받았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내는 이 제목을 나도 꽤 마음에 들어 했다. 그래서 난 첫 에세이 책에 이 이름을 달아 주었다.
책 펀딩을 시작한 후 기회만 생기면 책을 소개하고 다녔다. 아니…기회를 만들며 책 소개를 했다. 반년동안 자르지 않은 머리를 다듬기 위해 미용실을 갔을 때, 머리를 감겨 주는 직원분이 여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회다!! 주저하지 않고 고민없이 포르투갈 이야기를 담은 내 책을 소개했다.
동네에 자리잡고 있는 죽 집에 가니 가게 사장님이 책을 좋아하시는지 벽 한면에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 마냥 최근에 히트친 책들과 고전 책들을 멋지게 신경을 써서 비치되어 있었다. 계산을 할 때 ‘사장님 ~~ 책을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넌지시 사장님에게 내 책을 소개했다.
얼굴에 난 사마귀 때문에 찾은 피부과에선 따끔 따끔한 레이저를 내 얼굴에 쏘시는 피부과 의사 선생님에게도 내 책을 소개 했다. 그 분 또한 신나서 본인의 대학 시절 인도로 봉사활동을 떠났던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내 책을 꼭 사시겠다고 하셨는데, 구매 여부를 알 방도는 없다(웃음). 관심을 가져주신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마음이다.
이렇게 직접 나의 신간을 소개할 때면.. 특히 여행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호기심을 가지며 (그저 예의가 바르셨던 분들일 수도 있다) 책의 내용을 궁금해했는데 대화의 마지막엔 한결같이 재차 질문들을 하셨다.
‘그... 책 제목이 뭐라고요??’
잠재 독자들에게 홍보와 영업을 하다 보니 깨닫게 되었다. 내 책 제목이 독자들에게 한 번에 기억되기엔 다소 어렵다는 것을.... 제목이 길다보니 말하는 동안 혀가 꼬이지 않게 신경쓰며 발음 한다. 제목을 말한 후 리스보에따는 이러이러한 뜻이에요… 라고 설명을 덧붙이고 나면 (조금 과장을 덧붙여) 숨이 찬다.
'포르투갈 여행 & 해외생활 에세이‘인데, 제목에 직관적으로 포르투갈, 리스본 이런 단어가 직접적으로 들어가지 않으니 포털 사이트에서 '여행 에세이' 검색 시 내 책이 나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사실… 넣었어도 밀렸을 것이다. 여행 에세이를 검색하면 하루키 아저씨의 책이 가장 먼저 나온다.)
그래서 부제목엔 ‘낭만과 느긋함이 공존하는 포르투갈 이야기’를 달았다. 리스본에서의 슬로우 라이프와 책 에세이의 이야기를 잘 표현하는 문구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장점이라면 '리스보에따' 라는 단어를 검색 시엔 다른 연관 문서의 양이 현저히 적기에 책과 관련된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리스보에따 라는 단어들만 사람들에게 알리면, 그 후엔 많은 노출이 일어날 수도 있는 키워드였다. (물론.. 리스보에따 를 검색하는 이도 거의 전무하다는 난관에 다시 봉착하게 된다) 미디어에서 리스보에따를 대서 특필 해주는 행운이 따른다면 판도는 달라지겠다. (웃음) 종종 나는 야무진 꿈을 꾼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리스보에따(Lisboeta)'를 스스로 열심히 알려본다.
낭만과 느긋함이 공존하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살아가는 '리스보에따'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해 본다.
파리지앵, 뉴요커처럼 언젠가 리스보에따도 사람들 머릿속에 자주 떠오르고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가 되어 보길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