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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lyscooter Aug 29. 2023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프랑스 친구 이야기

(두 번째 지구는 없다 by 타일러 라쉬)

이 글은 버스를 타고 꼬박 24시간 걸려 귀향하는 나의 프랑스 친구에 대한 이야기와 끓고 있는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리스본으로 이주한 이후 포르투갈어를 꾸준히 배우고 있다. 포르투갈어 수업에선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일매일 만나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학생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해 열심히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


한 번은 포르투갈어 수업시간에 각자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돌아가며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00을 좋아해요. 나는 00을 싫어해요.' 같은 기본적인 표현을 익히기 위한 연습이었다. 다들 성인들이지만, 처음 언어를 배울 땐 별 다른 도리가 없다. 아이들이 걸음마 배우듯, 단순한 기초 표현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은 단순한 표현을 만들어 발표했다. '나는 바다에 가는 걸 좋아해. 나는 모기가 싫어' 이런 식의 발표가 이어진다.


프랑스 친구 줄리앙의 차례가 돌아왔다. 호리호리한 큰 키에 어깨까지 떨어지는 금발 머리를 한 프랑스 친구 줄리앙은 금발머리와 잘 어울리는 브라운색 뿔테 안경을 쓰고 있어 지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여느 프랑스 친구들이 그렇듯 영어로 말하거나  포르투갈어를 말할 때 강한 프랑스 억양이 묻어 나온다. 줄리앙은 '나는 테니스 치는 걸 좋아해.'라고 좋아하는 것을 먼저 밝혔다. 그리고 이어, '난 프라이빗 젯 (개인 전용기)이 정말 싫어'라고 대뜸 이야기했다. 언제 구경이나 해보았을까 싶은 '개인 전용기'라는 단어가 나오니 다들 의아한 표정이다. '개인 전용기'를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눈치다. 포르투갈어 선생님도 1초간 의아하다는 표정을 하시더니, '음 그렇구나..' 라며 다음 순서로 넘어간다.


나중에 줄리앙과 친해져 이야기를 나누다,  그때 그가 '난 개인 전용기가 싫어'라고 외쳤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친구는 기후위기에 대한 주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해결하고 싶어 했다. 기후 위기를 앞당기는 원인 중 하나가 탄소 배출인데, 비행기는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 배출을 야기한다. 더군다나 그 큰 비행기 한대를 소수의 몇 명의 사람들을 위해 띄운다니 이 친구가 싫어한다고 외칠 만도 하다.


줄리앙은 단순히 말로만 기후위기를 걱정하지 않고, 직접 본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한다. 리스본에 살고 있는 그는 고향 프랑스를 방문할 때 비행기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한다. 비행기를 타면 2시간 내에 도착할 거리인데, 버스를 타고 24시간에 걸쳐 프랑스로 돌아간다. 다소 극단적인 그의 실천에 입이 떡 벌어지며 '저 놈은 미쳤다'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본인이 믿는 가치를 직접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에 경외감도 든다. (버스도 탄소 배출을 하긴 마찬가지이나 그 양에 있어 비행기 보다 적으니 그가 선택한 차선택이다.)


코로나 전에는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까지 기차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기차가 더 이상 운행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수익적인 면에서 좋지 않았기에 기차 운행이 멈춘 것으로 예상된다. 줄리앙은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더 많은 이들이 비행기 대신 기차로 여행할 수 있도록 기차를 다시 운행하자는 온라인 청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알리기 시작한다. 그의 열정에 감복해 그가 보내온 온라인 청원 링크에 동의 버튼을 눌렀다. 줄리앙은 버스로 여행하는 것이 힘들긴 한지.. 본인도 언제까지 이렇게 24시간 버스로 여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고향에 도착할 때쯤엔 녹초가 된다고 한다) 빠른 시일내에 기차가 다시 운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에서 '이제 '글로벌 워밍' 시대가 지나가고 '글로벌 보일링' 시대가 도래했다'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우리는 최근 기후 변화로 야기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에 대한 신문 기사들을 시시때때로 접하고 있다.


요즘 해외에선 어떤 인물이 개인 전용기를 일 년에 가장 많이 탔는가를 랭크를 매기고 공개하며, 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개인 전용기를 타는 유명인사들의 행동을 이기적이고 환경 파괴를 야기한다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아직까진 한국에선 누군가 개인 전용기를 탔다고 하면 성공의 아이콘으로 인정받고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반응을 동시에 살펴보자니 흥미롭다.


나만해도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다소 무감한 편이었기에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그러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게 되었다. 타일러는 기후 위기가 얼마나 자연과 인류의 삶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지에 대해 이 책에서 차근차근 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6도가 높아지면 지구상의 생물은 90% 사라진다고 한다. 2도만 높아져도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상하이, 방콕, 맨해튼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물에 잠겨 사라진다. 3도가 높아지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이 없어진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벌써 1도가 높아진 상태이며, UN 산하 WMO 전문가들은 지구의 평균 기온이 곧 1.5도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면 바닷물의 산성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바다의 산성화는 갑각류들의 껍질이 생성되는 것을 방해한다. 우리의 자손 세대들은 굴, 랍스터, 꽃게, 조개들이 사라 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잡아먹고사는 물고기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고대시대부터 바다에 존재했던 해파리를 제외한 모든 바다 생물들이 사라 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우리는 지난 3년간 Covid라는 바이러스로 인해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인 큰 손실을 보았다. 하나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인들의 삶에 신체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몸소 체험한 바 있다. **높아진 지구의 기온으로 남.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한다면 수만 년 전에 존재했다 동결된 바이러스들이 지구로 다시 출몰할 것을 이 책에선 예고한다. 수만 년 전에 존재했던 바이러스가 현대인의 삶을 위협하는 SF 영화와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코로나가 한창인 시절,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바로 2015년 TED talk에 출연한 빌 게이츠의 영상이다. 그는 ’ 앞으로 인류가 맞이하게 될 가장 큰 재앙은 전쟁, 최첨단 무기도 아닌 '바이러스'가 될 것이다 ‘라고 대중 앞에서 말한 바 있다. 코로나 시대보다  4년이나 앞서 이를 예견했던 그의 선견지명에 대중들은 놀라워했고 그의 TED talk 영상은 이른바 역주행(?)을 했다.


기후 변화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자 심심치 않게 접하던 뉴스 기사들을 읽을 때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얼마 전 높아진 기온과 오염물질로 소양강이 녹조로 덮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평소라면 '이거 큰일이군. 하지만 곧 해결되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로 이 기사를 가볍게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들은 그냥 가볍게 넘기기엔 심상치 않다. 이 소양강 녹조 또한 마찬가지다. 이상 기후가 우리가 마실 식수조차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리고 예전에 본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가 떠올랐다.


2009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나 전 세계 경제가 쓰나미 격으로 큰 타격을 받았을 때, 이를 미리 예견하고 떼돈을 번 이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헷지 펀드 매니저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다. 그는 이 거래에서 489% 라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그가 운용하는 자산으로 2조가 넘는 돈을 벌어 들인다. 그때 당시만 해도 부동산은 미국에서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 안전 자산으로 여기고 있을 때였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며 **short를 친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JP Morgan을 비롯한 세계 유명한 은행가들의 비웃음과 투자자들의 비판을 견뎌야 했지만,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그의 판단을 믿지 않고 그를 고소했던 고객은 후에 마이클 버리 덕에 5천억이 넘는 수익을 벌어 들인다) 그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어마무지한 수익을 벌어 들인 후 월스트릿에서 은퇴한다. 영화는 현재 그가 오직 단 하나의 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하며 엔딩 크레딧을 올린다. 마이클 버리가 투자하고 있는 그 유일한 자산은 바로 '물'이다.


이 책을 읽고 두려웠던 건 우리가 직면한 기휘 위기뿐만이 아니다. 인류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에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무관심하다는 사실이 더 오싹하게 다가온다. 나 자신 또한 환경오염 및 기후위기에 무감각했고, 사실 어디서부터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할지 막막했었다. 타일러는 그의 책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은 우리의 작은 관심과 시스템적 사고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세한 내용은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어 보길 추천한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라면 이 주제에 대해 가볍고 재미있게 읽어 보기 좋은 책이다. 또한, 도시에서 자란 나와는 사뭇 다른, 미국 버몬트주에서 보낸 그의 유년 시절 이야기도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코로나 사태가 나기 전 이를 예견했던 빌 게이츠처럼, 우리가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인류가 직면할 위기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또 유난을 떠는구나'라는 시선보다는 한번 시간을 내어 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코로나 시기, 호주의 남부에선 대형 산불이 나 많은 숲과 그곳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이 죽음을 당했다. 그 후에도 세계 곳곳에 일어나는 홍수 및 산불등의 자연재해들이 마치 지구가 도와달라고 표출하는 마지막 절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 참고 자료  

**Short(숏츠) : 특정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그 시장과 관련된 금융 상품의 하락장에 투자해 돈을 버는 투자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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