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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졸쪼 Dec 07. 2018

요시타케 신스케와 함께한 ‘있으려나 상담소’ Q&A

     


           

Q. 저는 너무 겁이 많습니다.

A. 절대 무서운 걸 다 없앨 수는 없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을 하나만 정하세요. 나머지 것은 그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덜해질 겁니다.



Q. 아이의 다양한 질문에 잘 대답해주고 화내지 않는 법을 알려주세요.

A. 저는 육아에 소질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그립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이에게 화내는 횟수가 줄어들 거예요.



Q. 작가님처럼 나만의 아이디어를 구현시키는 것이 어렵습니다.

A. 작가란 말하고 싶은 게 없으면 안 되는 직업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할 말이 없는 사람이어서 작가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나는 할 말이 없다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일단은 자신의 취향을 컬렉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 메모하고 모으면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아는 것, 그리고 아 저건 이렇게 좀 바꾸면 재밌을 텐데 하고 변형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아요. 일단은 내가 나를 재밌게 하는 법을 찾아야 합니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을 3명이 좋아하면 취미, 3000명이면 직업이 됩니다. 그러니 자신이 하는 일을 드러내시고 직업까지 되는 데에 실패하더라도 적어도 취미 하나는 찾아내게 될 테니 가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Q. 내가 선호하는 방식을 대중이 좋아할지 알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A. 저는 책을 쓸 때마다 사람은 모르겠다는 것을 느껴요! 세상과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난 이거 안 좋아하는데 이거 잘될 거야 하고 예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벗 이건 천재라서 따라 할 수가 없어요. 평범한 사람은 운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다 보면 내 것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단 사람의 피지컬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은 예상 가능합니다. 샤워 시 찬물이 나올까 봐 우리는 모두 샤워기를 틀어 수온을 먼저 확인하죠. 사람들은 다르지만 또 완전히 다르지도 않다고 믿습니다. 아, 그리고 뭔지는 모르지만 저 사람 신나 보인다! 하는 건 꼭 전해지는 법입니다.



Q. 자신만의 시선을 갖는 훈련법이 있나요?

핸드폰 검색을 절대 하지 않아요. 쉽게 답을 얻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일단 하는 것. 그럼 결국 재밌는 답이 생각납니다. 이미 생성된 지식을 지우며 생각하는 것은 어려워요. 아이들은 지식이 적어서 재밌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는 취재도 안 하고 이 이상 지식을 얻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정말 사과일까?>를 작업할 때는 작업 끝날 때까지 사과를 안 봤어요. 어른이다 보니 사과를 보면 사과라고밖에 생각이 안 됐거든요. 그저 동그랗고 빨간 것이라고만 상상하고 그렸습니다. 뭐든지 의심하다 보면 별거 아닌데 재밌다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일일이 의심하면 생활이 안 됩니다. 요즘은 뭐든 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무엇을 할까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까를 잘 결정하는 게 중요해요.



Q. 제 창작물이 너무 재미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근데 마감이니 재미없는 걸 그냥 넘겨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완전 이해합니다!!!!! 이해해요!!!!!! 어쩔 수 없어요. 원래 일은 돈 받으면 끝입니다. 은근슬쩍 잘 넘어가는 게 어른이에요. 저는 글이 진짜 재미없으면 대신 귀여운 아기를 그려요. 부족한 점을 아는 건 중요합니다. 그걸 어떻게 커버할지를 고민하면 되니까요. 저는 늘 어떤 꼼수를 쓸지를 고민해요. 서비스할 부분을 찾는 거죠. 그게 바로 개성이고요. 인생은 기니까 뭐 한 번쯤 실패해도 되잖아요. 내 뜻대로 되는 일이란 원래 별로 없습니다. 내일도 그다지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주변인들도 별로였고 뭐. 대신 다음 날 좋은 아이디어는 떠오를지도 몰라요. 내 안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뭐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희망에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잘 못해도 돼요.



Q. 취미가 직업이 돼서 괴롭습니다.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

A. 제가 오히려 알고 싶네요. 저도 이런 취미를 일로 삼아도 되는 건지 고민 중입니다. 결국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습니다. 어느 걸 선택해야 내가 혼자 있을 때 싱글싱글 웃을지 고민해보세요. 저는 돈도 안 되고 남에게 도움도 안 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취미가 일이 돼서 괴롭다면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그 일을 다시 취미로 돌리면 돼요.



Q. 작업하기 싫을 때 어떻게 도망을 가시나요?

A. 저를 혼낼 사람 중 가장 무서운 사람의 일을 먼저 합니다. 진짜 일하기 싫을 때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그려요. 그래서 그림 연습장에 그런 그림만 잔뜩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온종일 기분전환만 하고 있는 것 같네요.     


Q. 성격이 너무 급해요. 느긋한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A. 그 방법도 제가 더 알고 싶네요. 급한 마음은 습관이고 남들이 느긋해지라고 말해도 소용없어요. 그냥 발상을 바꿔서 더 빨리 일을 하세요. 그래서 자신을 지치게 한 다음 원래 사이클로 돌아오면 약간 느긋하게 느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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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큰 목소리로 살아온 내가 오늘 살면서 처음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경험했다. 이것이 머글 팬의 마음이겠지. <있으려나 서점>의 주인공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님의 상담회에 다녀왔다!! 20명 정원이었는데 내가 됐다규! 많은 질문과 답이 오갔는데 꿈을 꾸는 것처럼 달콤하고 따뜻했다. 작가란 이런 사람이구나. 돌아오는 내내 뭔가를 보면서 걷고 있는데 앞이 안 보이는 느낌ㅠㅠ 지금도 멍하다. 정말 행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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