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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23. 2017

반디와의 10년

4. 여름휴가



4. 여름휴가 (5)


  시계를 보니 벌써 20분이 지나 있었다. 마리는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요섭은 우리가 한 번에 지나는 길을 두 세 번씩 왔다 갔다 하면서 큰 소리로 반디를 불렀다. 나는 반디가 밖으로 나가지 않았기를 바랐다. 밖은 너무 넓고 사람들도 많아서 납치를 당하거나 교통사고를 비롯하여 좋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지만 이곳은 한정된 장소 아닌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찾지 못한다면, 갑자기 떠돌이 강아지가 되어서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비오는 거리를 헤매는 반디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때  첫 목격자가 나타났다. 한 아가씨가 좀 전에 저쪽 구석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고 알려 주었다. 아, 그렇다면 반디가 안에 있구나. 일러준 곳은 코너를 돌기 전 벽이 움푹 파인 곳으로 반디가 앉았을만한 곳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반디는 없었다. 있었다고 하는 곳에 없으니 불안함이 배로 늘어난다. 한참을 더 들어갔다. 시간은 확인 안했지만 꽤 흘렀을 것이다. 떠돌이 반디의 형상이 또 그려진다. 

  그때 두 번째 목격자인 베레모를 쓴 할아버지가 저 아래 계단 위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면서 달려갔더니 거기에도 없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동굴의 끝이다. 내가 가장 불안해하던 곳이 바로 거기다. 넓은 원형의 공간은 어둡고 바닥은 미끄러우며 경사가 심하고 불규칙하다. 게다가 약간의 호수 비슷한 곳도 있다. 반디의 작은 네 개의 발로 안전하게 서있을 곳은 없다. 개에게는 사람보다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럴 때 싫다. 만일 내려갔다면, 그러나 내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혹 용기를 내 내려갔다면. 

  그때 순간적이지만 어두움 속에서 빛나는 광채 같은 것을 본 듯했다. 그걸 보았다고 해야 하는지 느꼈다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아주 짧은 순간 그 빛을 보았다. 그것은 반디가 처음 오던 날 정전이 되었을때 보았던 그 빛이었다. 나는 360도로 돌며 반디를 불렀다. 이건 절대 환영이 아니다. 분명히 여기 반디가 있다. 

  나는 가장 어두운 곳이 어딘가 보았다. 계단 난간을 튼튼히 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넓이까지 철제로 바닥을 만든 곳의 가장자리는 흙벽과 맞닿아서 바닥좁은 각을 이루고 있었다. 거긴 무척 어두워보였지만 안정된 숨을 장소처럼 보인다. 나는 가만히 그곳으로 가서 벽을 잡고 들여다보았다. 

아! 있다. 거기 반디가 있었다. 들어갔지만 뒷걸음질을 하지 못해 그냥 박혀 있는 곱슬곱슬한 부드러운 털뭉치가 보였다. 반디야. 나는 조심스레 반디를 당겨 끌어냈다. 반디는 쉽게 끌려 나왔다. 나는 반디를 깊이 껴안았다. 반디는 끄윽끄윽 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구나. 여기까지 오면 우리를 찾을거라 생각했구나. 계단을 피해 옆으로 가면 길이 나올줄 알고 그리 가다가 구석에 박혀 버렸구나.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는 반디의 두려움과 무서움이 전이되어 왔다. 

  우리는 광장의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긴박했던 시간의 긴장의 풀었다. 반디는 이모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바닥에 내려놓으면 자꾸 안아달라고 했다. 밖에 나오면 활달하게 돌아다니던 애가 이렇게 안기려하는 것을 보니 혼자 길을 잃었던 시간이 꽤 무서웠던가보다. 잃었던 시간은 짧지만 그 기억이 오래가지 않아야 할텐데. 

혼자 남았을 때 다시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넓은 밖으로 나오는 것이 더 쉽지 않았을까. 어떻게든 찾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제 딴엔 모험을 했던 것일게다. 

  반디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아마 이것이 반디에겐 꼭 넘어서야할 단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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