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의 슬픔이 되기도 했어요

일간 연재

by 오혜원

세상엔 모순적인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 생각했던 가족도, 전부라고 생각했던 친구와의 관계도, 줄곧 애틋하게 여겨왔던 내 삶도, 사랑하는 모든 순간들마저도 다 모순적이다. 그래서 가끔은 모든 게 애석하기도 했나 보다. 쉬이 쟁취할 수 있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고, 무엇 하나 내 곁에 편히 둘 수 없었던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사랑하는 것들이 내 곁에서 하나둘씩 떠나갈 때, 울부짖는 건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있는 이곳에 꼭 붙어 있어달라고, 내가 더 잘할 테니 곁에만 머물러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나를 미워하고 내내 잡아왔던 손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무치는 외로움을 견뎌야만 했다.

난 그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애틋하게 여겼을 뿐이었는데, 그 애는 내 마음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난 원래 그런 사람이라 네가 하는 만큼은 못해줄 거라고 했다. 정말 노력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고 했다. 그 애의 노력이 그게 전부였다면 여태 잡아왔던 그 손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니 복잡해진다.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써왔던 순간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건지 모르겠다. 마치 허황된 순간들을 보는 것만 같았다.

마음을 다한 것이 문제였나.
난 주고도 더 줄 수 있는데, 아직도 줄 수 있는데.
정말 그 마음이 문제였나.

그 애의 말을 곱씹을수록 난 더더욱 깊이 자기 비하에 빠져들었다. 그러고는 깨달았다. 내가 사랑하고 더 사랑하는 것들은 내가 더 사랑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마음을 주면 줄수록 커지기도 했지만 결국엔 내가 비통해지는 일이었고 남겨지는 내가 비참해지는 일이었다는 것을. 내내 잡아왔던 손은 누구를 위해 존재했었나. 허공에 대고 외쳐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접고 접어서 주머니 안에 억지로 넣어둔 채 아직 우리는 참을만하다며 숨겨왔던 것 같은 확신이 든다. 놓치지 않기 위해, 남겨지지 않기 위해.

누구를 위한 일이었냐고 물으면 난 슬퍼질 게 분명하다. 서로를 위해 해왔던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되돌려보면 결코 그렇지 않았으니까. 결국엔 나를 위한 일이었으니까.

서로를 알고 있어서 부딪히는 날들이 많았고, 서로를 몰라서 이해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놓지 못했던 것은 떠나가는 순간이, 남겨지는 순간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서럽고 비통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려보면, 난 그 어느 이별에도 담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린애처럼 세상을 탓하고, 떠난 이를 탓하고, 목이 메는 순간까지 슬퍼했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