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끝자락이다. 가장 불완전하고 낮고 굵게 출렁이는 시간을 보낸 한 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비전이 없을 수도 있는 일로 쉽게 조바심이 나고, 안정된 삶에 더 빠르게 도달할 수는 없는지에 대해 연연한 여름 같은 가을의 시작이었다. 무엇이든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무엇이든 되기 위해 가장 안전한 선택지를 결정해야 했던 나날들. 그때의 시간들을 후회하진 않더라도 약간의 아쉬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욕구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끝없는 모험을 또다시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곤 했다. 나는 그러한 모험들을 또다시 이어가기엔 지금의 내가 너무나도 불확실한 삶에 서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남들과 같은 속도에 맞추어 걸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면서도 그 속도와 비슷하지 않다는 기분이 들 때면, 쉽게 안주하던 나의 미련함을 미워했기 때문이다. 난 아무래도 그 순간을 이겨내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그 순간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방법을 결코 찾진 못한 것 같다.
무엇이 되라고 누구도 말한 적 없지만 그 무엇도 되지 못할까 봐 절박해지는 순간이 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의연한 말조차도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 헐거운 기분에 오랫동안 머무는 걸까. 이것조차도 누군가 바란 적 없는 일일 텐데. 초록 잎사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금방이라도 색색의 단풍이 가득한 거리로 변할 것만 같다. 계절은 가고 시간은 흐르는데, 왜 나는 여전히 나인 걸까. 왜 나는 연약하고도 허전한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였다면, 결코 지금의 내가 지금의 나일리는 없을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 끓어올랐다. 그럴 때면 스스로를 속였던 것도 같다. 당장 해낼 수 없는 무거운 꿈같은 건 꾸지 말라고. 슬프게도, 간절함에 제 스스로를 속이는 일은 언제나 쉽게만 느껴졌다.
한산한 기운에 뒤척이며 이불을 이마 끝까지 덮었다. 틈없이 덮은 이불 밖으로, 나만 아는 감정이 새어나가 누군가 알아버리는 일은 없기를 바랐다. 동시에, 이토록 모순적인 마음은 외로움을 더더욱 알게 하는 일과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