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기업가정신리뷰 AER
소비의 사회속에서 물건과 서비스는 모두 소비되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존재의 이유가 위협받는다. 콘텐츠도 역시 많은 이들이게 소비되어야 한다.
케이스 스터디 교재(‘케이스’라고 하겠다)를 제작하다 보면 ‘어떻게 만들면 잘 팔릴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글이라는 것이 본래 금방 지겨워지는 생산물이고, 흥미를 끄는 요인이 가득한 영상물이 대세인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활자형 콘텐츠는 더욱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 게다가 교육 현장에서는 글을 읽는 뇌의 지구력과 체력도 개인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니 무엇하나 쉬운게 없는 상황이다.
이런 창업 교육 현장에서 우리는 글로 쓰여진 케이스가 스타트업 교재로서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지 고민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제안된 이벤트가 ‘케이스 MVP 워크샾(Case MVP Workshop)’이다.
마치 스타트업이 시장에 제품/서비스를 출시 전 MVP(Minumum Viable Product:최소기능제품)를 만들어 세상에 알리고 의견을 수집하듯이 우리도 잠재적 독자들에게 케이스를 미리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우리 제품, 즉 케이스의 경쟁력과 장단점을 알아보고자 했다.
이번 케이스 MVP워크샾은 11월8일, 9일 이틀간, 아산나눔재단 마루360 지하에서 진행되었다. 아무래도 케이스의 주요 소비자들이 창업 관련 고등교육 기관이기에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창업학을 전공하거나 창업에 관심있는 대학생들과 대학원생들이었다. 그리고 현업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일부 함께 하였다.
워크샾은 케이스가 활용되는 교육환경을 가정하고 진행하였다. 개별 케이스 저자들은 교수자의 역할에서 90분 동안 참석자들과 함께 케이스의 다양한 활용 방법을 고민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일반적인 강의 형태를 시험해보시는 저자도 있는 반면, 문제 해결 실습과 학습 활동으로 90분을 소비한 저자도 있었다.
이번 케이스 집필에 참여하는 나도 워크샾을 진행할 기회를 가졌는데, 채용과 관련된 문제 해결 실습을 중심으로 수업을 이끌어 보았다. 나른한 오후 시간을 깨워줄 흥미로운 영상 하나와 케이스 관련 자료를 참석자들에게 공유한 다음, 채용 관련 문제를 객관식 형태로 제시하고 참석자들에게 선택의 시간을 주었다.
참석자들은 스타트업 CEO의 입장에서 가상의 복수 지원자들의 프로필을 검토하고 채용의 단계까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케이스에 제시한 문제에 명확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채용선발기준과 다른 이들의 기준을 비교하고 구성원간 최종선발자에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실제로 스타트업들에게 채용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고 기업의 채용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대규모 공채나 빈번한 수시채용을 진행하는 기업과 달리, 필요에 따라 어렵게 소수를 채용하는 스타트업에게 구성원 증가는 회사의 가치와 직결된다. 따라서 회사의 미션과 핵심가치에 알맞은 새로운 구성원을 한 명을 영입하는데 매우 신중하다. 이런 스타트업 채용의 특별한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이 케이스의 목적이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실습에 참여한 참석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던 듯하다. 다만 실습에 집중하다 보니 문제 해결의 과정을 이론적으로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참석자들의 솔직한 피드백을 얻었다. 귀한 시간을 통해 얻은 리뷰인만큼 집필의 남은 시간 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이틀 동안의 워크샾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