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방학을 맞아 동네를 쏘다니는 아이들을 따라
학교 운동장을 괜히 한 바퀴 돌고서
은행 자동지급기에 빈 카드를 한번 넣어보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변한 것은 없다.
잡초가 무성한 마당엔 무덥고 습한 바람이 불고
무거운 하늘이 땅바닥까지 내려앉아 있다.
잡초처럼 보기 싫고 잡초같이 모질다.
잡초처럼 밟히고 잡초같이 냉대 받았다.
잡초처럼 살아남아 잡초에서 벗어나야 했다.
너도 나처럼 그래야했다.
오늘은 네가 죽은 날이다.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다.
너는 영원히 스물다섯,
미소 짓는 청년으로 남은 사람.
오늘은 조금 슬프다.
여름은 언제나 그렇다.
미친 여름이다.
네가 죽은 여름일 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