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절대낭만 Jonathan Feel Feb 07. 2019

블록체인이 구현하는 평등한 자본주의

[블록체인 선언] (17) 시대적 화두 '불평등 해소'를 위하여

블록체인은 보다 평등한 세상을 향한다.

이는 지금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바와 맞아떨어진다. 불평등은 지금 전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자,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불평등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도전”이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것은 불평등 해소였다.

 

불평등은 현재의 고통뿐 아니라 미래를 지운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불평등이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미국을 보면,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계층에서 태어난 아이가 상위 20%로 올라갈 확률은 5%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금융위기가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드러냈다지만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인 소득 증가분 95%는 상위 1%가 가져갔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소수 금융 권력이 야기한 금융위기로 미국 나아가 세계인이 고통을 분담하며 공동 책임을 떠맡은 와중에도 소득 상위 계층은 과실 대부분을 낚아챘다. 때문에 2002년 미국 소득 하위 25%에 속하는 계층의 평균소득은 1968년보다 낮아졌다. 불평등의 역설이다. ‘오큐파이 운동’ 등 금융자본주의를 갈아엎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정치는 부자의 꼭두각시가 돼 불평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21세기 자본》 저자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을 글로벌 이슈로 만들었다. 그는 부의 불평등이 부른 21세기 첫 위험 신호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꼽았다. 이에 그가 제시한 해법은 ‘글로벌 누진세’였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그가 전제로 한 것은 ‘금융 투명성’이었다. 이는 인류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는 제도권의 맹점을 이렇게 꼬집었다.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이런 자동화된 신고 체계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직하게 신고하도록 하는 옛날의 방법보다 21세기에 훨씬 더 적합한 방법이다.” 


피케티가 언급한 금융 투명성과 자동화된 신고 모두 블록체인과 관련을 맺는 기제다. 블록체인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비트코인 백서의 핵심은 가치를 민주적으로 교환한다는 데 있다. 장부는 투명하게 공개되며 스마트 계약에 의한 자동화된 신고는 물론 분배도 가능하다. 블록체인은 무엇보다 정보 분산을 통한 권력 분산을 가능하게 만들어 소수에 의한 폐쇄된 의사 결정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해시율(채굴 능력)이 아닌 1인 1표 시스템이 정착하고 집단 지성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부의 이동을 낳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수 차례 산업혁명은 부가 이동하는 계기로 작동했다. 1차 산업혁명으로 공장과 함께 산업 자본가가 본격 탄생했고, 전기를 이용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은 대기업을 낳았다. 컴퓨터 등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은 부를 갖지 못한 벤처기업을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이끌었다. 물론 이는 기업 자본을 기준으로 본 양상이다. 농부가 도시 노동자가 됐고, 대부분 노동자는 임금을 받는 임노동자로 살아가는 양상은 지속됐다. 이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만큼 임금 소득 상승이 따르지 못하면서 자본가와 노동자 간 소득 격차는 커졌다. 자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계층도 극히 한정됐다. 

4차 산업혁명은 달라야 하고 이전과 다른 양상을 제시할 것이다. 블록체인은 정보과 권력의 분산과 합의를 통해 새로운 부의 이동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패한 ‘분배 정의’는 블록체인을 통해 새롭게 조직될 수 있다. 즉 돈의 민주주의, 민주적 자본주의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다. 블록체인 정신은 소수가 아닌 다수 참여자 또는 커뮤니티가 합의한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 그 방법으로 처음 제시된 것이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본격화된 개인 간 대출(P2P 대출)과 크라우드 펀딩이 있다. 블록체인을 핀테크에 활용하면 기존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투자은행 등이 독점하던 ‘고위험 고수익’의 투자기회를 개인에게도 줄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 생태계는 ‘주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주식회사 제도를 분배 실패의 구조적 원인으로 보는 데, 블록체인은 ‘주주 자본주의’ 대안으로 작동할 수 있다. 노동을 통해 노동소득에 매달려야 하는 노동자에서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준다. 여기서 말하는 주주 권리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암호화폐에 투자한 ‘코인을 소유한 주주’로서 권리를 갖는 방법이 있고, ‘개인이 가진 권리’를 공유해 커뮤니티에 기여함으로써 ‘보상’을 받는 방법도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중 하나의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가령 지금까지 전문가만 할 수 있었던 선물 거래를 개인도 할 수 있게 만든다. 기관 투자자들만 할 수 있던 태양광 발전소 등 사회 인프라 시설에 개인도 투자할 수 있게 하거나, 특정 기관만 하던 전력 거래를 개인도 할 수 있게 해 준다. 소수의 거대 자본가 또는 펀드만 할 수 있던 것을 코인으로 쪼개 수많은 개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전자의 사례다.


후자 사례는 더 쉽게 많이 찾을 수 있다. 운동하고 정보를 공유하면 토큰으로 보상해 준다거나, 게임을 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면 보상해 준다. 콘텐츠를 올려 공유하거나 신용카드 사용 정보를 공유하면 보상해 주는 경우도 있다. 공부하면 토큰으로 보상해 준다거나, 암호화폐를 트레이딩 하면 보상해 주는 식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개인의 활동에 대한 정보 통제권을 가진 ‘정보 주주(이자 주인)’로서 각 개인을 인정하고 보상해 준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노동소득의 한계에 봉착한 시점에서 나온 혁신 기술이다. 기존 주주 자본주의의 문제를 토큰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누구나 ‘주주’가 될 수 있는 좀 더 평등한 자본주의, 누구나 나의 ‘권리’를 통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좀 더 공평한 자본주의를 꿈꾼다. 아울러 암호화폐를 사용하면 비싼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금융 혜택을 접할 수 있는 ‘포용 금융’이 가능하다. 암호화폐는 무엇보다 국경을 뛰어넘는다. 암호화폐를 교환할 수 있게 되면 예전에는 금융 혜택을 받지 못하던 사람도 글로벌 마켓 이용이 가능하고 이는 기업에게도 새로운 마켓을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암호화폐는 글로벌 구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에 가령 1억 명의 암호화폐 소유자가 있고 그 통화로 구매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을 갖춘 채널만 있다면 1억 명이라는 거대 시장을 가질 수 있다. 국가나 중앙은행 등의 규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암호화폐가 가진 이점이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시장 창출과 부의 이동을 가능하게 만들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불가피한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는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의 다른 판본이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함께 고민하고 나서야 할 과제다. ‘주주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암호화폐 자본주의’는 자본주의를 리부트 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다. 혹은 블록체인이 세상의 변화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그에 대한 기약일 수는 있다. 


“기실 불평등 사회는 불가피한 필연의 산물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이 선택한 체제와 정책, 즉 정치의 결과다. 우리가 다른 상상,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한다면 바꿀 수 있다. 적어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몸과 마음에 불평등의 경험이 착근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상상과 다른 정치를 선택하게 할 수 있을까’다.”(이창곤, <불평등의 심리학>, 한겨레, 2018. 11. 04.) 

매거진의 이전글 특혜나 차별, 갑질 없는 블록체인 알고리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