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신에 대한 고민의 흔적
"알료샤, 나는 지난 두 달 동안 내 속에서 새로운 인간을 느꼈다. 내 안에 새로운 인간이 태어났어. 이 인간은 여태 내 속에 단단히 갇혀 있었기 때문에 만일 이번 일이 없었다면 영원히 나타나지 못하고 말았을지도 몰라.
나는 시베리아로 끌려가서 광산에서 20년 동안 쇠망치로 땅을 파는 것이 무서운 게 아냐. 새로 태어난 내 안의 인간이 사라질까 무서워. ...
나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지만 나는 모든 사람들 위해서 간다. 사실 누구든 한 사람쯤은 남을 위해서 가야 하지 않겠니? 땅 속에는 쇠망치를 든 몇백 명의 인간이 있다. 우리는 쇠사슬에 묶여 자유를 잃고 말지. 그러나 그때 우리는 커다란 슬픔 속에 있으면서 환희 속으로 태어나는 거다. 인간은 이 환희가 없으면 살아 남지 못해. 그래서 하느님이 있는 거다. .... "
이반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는 밤새도록 악마와 함께 있었다고 하고, 그 악마는 또 자기 자신이라고 우기기도 했다. 알료사는 비통한 심정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반 형은 진리의 빛 속에서 일어나거나 아니면 자신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복수하면서 증오 속에 멸망하거나 하겠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노니,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복음 12장 3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