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을 되돌아보며, 버티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흔들리며 배운 것들이 내년의 기준이 되었다

by 박종옥




25년을 돌아보면, 몸과 마음이 동시에 신호를 보내던 한 해였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던 것들이 결국 삶의 전면으로 떠올랐고,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이대로 계속 살아도 괜찮은가. 그 질문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조용히 쌓여온 결과였다.


가장 먼저 경고를 보낸 것은 몸이었다. 예전에 다친 발목은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어느 순간 일상을 버거워할 만큼 악화되었다. 버티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몸은 더 이상 그 선택을 받아주지 않았다. 멈추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서야 비로소 치료를 선택했다. 그 결정은 포기가 아니라, 계속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용기였다.


몸이 멈추자 비로소 주변이 보였다. 아플 때 곁을 지켜준 가족의 존재는 그동안 무엇을 가장 뒤로 미뤄왔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성과도, 결과도 묻지 않고 회복을 먼저 바라봐 주는 마음 앞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관계들이 사실은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제대로 마주했다.


일터에서는 또 다른 배움을 겪었다. 책임이 커질수록 업무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은 때로 나를 과도하게 몰아붙였다. 그 시간을 지나며 알게 되었다. 무조건 견디는 것이 능력은 아니라는 것, 나를 소진시키는 방식으로 일하는 삶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일의 무게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감당하는 나의 상태였다.


그래서 25년의 끝자락에는 삶을 지탱할 기준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매일 책을 한 장 펼치는 일, 짧게라도 몸을 움직이는 일 같은 작고 현실적인 루틴들이었다. 신기하게도 그 작은 반복은 무너졌던 리듬을 조금씩 회복시켜 주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언제나 사소한 선택들이었다.


이렇게 돌아본 25년은 후회의 목록이 아니라, 기준을 새로 세운 시간이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앞으로의 시간을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게 된 해였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배운 것이 있었고, 그 배움은 내년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25년은 나에게 묻고, 멈추게 하고, 다시 선택하게 한 해였다. 이제는 버티는 삶이 아니라, 나를 지키며 나아가는 삶을 선택하려 한다. 이 기록이 그 다짐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내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