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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옥 Aug 29. 2021

관계는 나를 보는 힘

『인생 수업』

우연적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관계란 없습니다. 배우자에서부터 이름 모를 전화 교환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과의 만남, 마주침, 교류는 그것이 짧든 길든, 긍정적이든 중립적이든, 고통스럽든 모두 의미가 있습니다. 좀 더 큰 맥락에서 보면, 지나가는 사람과의 사사로운 마주침에서조차 우리는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관계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주치는 모든 이들은 우리를 마음속 어딘가에 있을 행복과 사랑, 또는 고통과 불행으로 인도해 줄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는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위대한 사랑과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인생 수업』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많은 직업이다. 여러 사람을 만났고 떠나보내는 일을 반복했다. 어떤 사람은 아픔을 주었고 어떤 사람은 고마움을 주었다. 아픔을 준 사람과의 관계에선 원망이 남았고 가끔은 지독한 미움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람을 미워할수록 고통스러웠고 힘들었다. 미움이 커질수록 아픈 건 나였다. 화를 낼수록 화는 나를 향한 화살로 다시 되돌아왔다.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정이라 부딪치는 일이 있으면 일단 참고 관계를 유지했다. 참다가 도가 넘어서면 목소리를 냈다. 그때는 이미 마음이 다친 상태라 관계 회복은 어려웠다. 마음이 풀리지 않는 상태에서 소통은 의미가 없었다. 감정을 삭히고 대화를 유도했지만 관점이 다르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틈이 벌어지자 쉽게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를 수시로 높이는 그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았다. 감정을 무시한 이들과의 소통은 벽이었다. 더 이상 마음을 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참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당신 때문에 아프고 힘들다 표현해야겠다고 인식했지만 쉽지 않았다. 살아온 세월만큼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인지라 용기가 필요했다. 표현하려다가 행여 상처 받으면 어쩌나를 먼저 생각했다. 어쩌면 타인에게 상처 받기 싫어 문제를 회피했는지 모른다. 상처 준 사람에게 "아파!"라고 말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표현해야 관계가 앞으로 나갈 수 있지만 의견을 말하는 건 어려운 문제였다. 탓에 사회생활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관계는 녹록지 않았다.



인간관계가 힘들어질 때 자기이해 교육을 들었다. 1년 과정으로 11명의 동학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상황을 비교 분석하면서 타인을 조금씩 알아갔고 나를 알아갔다. 안다고 생각했던 나는 객관화되지 못한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나를 잘 몰랐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나를 몰랐다는 반증이다.



1년간 공부 후 느낀 점은 "사람은 모두 다르다."라는 점이다. 공부를 끝내고 이렇게 단순한 진리를 너무 늦게 알았음을 자각했다. 나의 관점으로 상대를 평가했으니 힘들었음도 알았다. 자기이해를 위해서는 타인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인간이해를 위해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과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을 읽었다.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는 MBTI를 활용한 성격유형에 따른 인간 이해 관련된 책이다. 외향형(E)/내향형(I), 감각형(S)/직관형(N), 사고형(T)/감정형(F), 판단형(J)/인식형(P)의 4가지 척도로 성격의 유형을 분류한다. 성격의 유형을 알고 나자 안개가 걷히듯 그동안 힘들었던 인간관계의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살면서 주로 부딪혔던 사람은 사고형이다. "사고형과 감정형은 서로 다른 기준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따라서 그들을 설득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감정형은 천성적으로 감정적이어서, 상대방의 주장이 비록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한 것이더라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한다. 반면에 사고형은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면 어떤 것도 믿지 않는 경향을 띤다.(중략) 사고형은 논쟁을 공정하게 끌어가는 능력에 자부심을 가진다. 그는 원칙이나 규칙에 충실하며 그런 원칙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한다. 개인적으로 판결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공정한 판결이라면 승복하고 따른다. 감정형은 공명정대보다는 배려와 조화를 우선으로 삼는다. 따라서 그들은 규칙의 예외적 적용이 필요한 정상참작을 요구한다." <사람의 성격을 읽는 법>


『인생 수업』『인생 수업』『인생 수업』『인생 수업』




관점이 다르다는 것은 잘잘못을 가르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의 기질이 다르다 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랐다. 감정형인 나는 파란색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았고, 사고형은 빨간색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봤다. 파란색 안경을 낀 감정형인 나는 세상이 파랗다고 주장했고 빨간색 안경을 낀 사고형은 세상이 빨갛다고 말했다. 내가 본 세상이 파란색임을 말하자 사고형은 어떻게 파란색이냐며 오히려 죽자고 따졌다. '이해하지 못하면 경멸한다'는 괴테의 말처럼 나와 다른 생각을 경멸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말을 자주 뱉어냈다. 관점이 다른 그들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배움을 통해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가 답임을 인식했다. 상대가 본 세상을 인정해 주고 타협점을 찾는 게 맞았다. 상대방 안경으로 공감하고 소통해 줘야 제대로 소통이 된다.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 노력하자 생각보다 쉽게 해결책이 나왔다. 이제는 인간관계에 큰 스트레스는 많이 줄었다. 각자 보는 관점이 다르니 틀리다가 아닌 다름을 인정 후 그럴 수 있겠구나를 장착한 이후다. 소통하기 위해 배움을 택한 것은 잘한 일이다. 배우면서 타인을 보는 시선을 바꿔갔다. 타인 이해를 위해서는 자기 이해가 먼저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보려 애썼다. 나를 모르고 상대방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관계를 잘 이끌기 위해서는 자신을 제대로 알고 스스로 다스리는 일이 먼저다. 관계는 나를 제대로 알아가는 관문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공부하지 않았다면 이해하지 못한 채 "왜 저래?"라는 말만 하다 퇴직할 뻔했다. 사회생활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몰랐던 나와도 만났다. 관계 속 아픔이 배움으로 촉발되었고 덕분에 시야가 확장되었다. 안다고 자만했던 일들이 배움을 통해 먼지 같은 지식이었음을 반성했다. 공부가 없었다면 아직도 좁은 시야로 마음이 괴로웠을 나였다. 덕분에 나쁜 일을 반면교사 삼아 반성의 기회로 삼았고 좋은 일은 맘껏 표현하고 기뻐했다.



세상엔 필요치 않는 일은 없다. 배우고 나자 삶이 가벼워졌다. 공부에 중독되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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