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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옥 Feb 18. 2023

습관은 찬양해야 한다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습관은 찬양해야 한다. 습관은 우리의 행위에 입히는 옷, 우리를 구조화하는 집, 우리 일상의 정신적 소재다. 습관은 제2의 천성이 된 기질로서 심리적 낭비를 크게 막아준다. 우리는 늘 습관과의 피조물일 수밖에 없다. 신념보다 더 뿌리 뽑기 힘든 게 습관이다."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매일 10분 운동하기!"


2023년 새로운 미션이 시작되었다.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시간을 10분으로 짧게 잡았다. 포기하지 않도록 기간도 100일로 정했다. 신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22년이기에 23년 새해 계획 중 운동은 필수였다. 신체를 잘 다스려야 일상이 편함을 경험으로 알았다. 21년 발목을 삐어 매주 다니던 산에 가지 못하자 감정선이 무너졌다. 쉽게 짜증이 일었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몸의 반응은 감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당연한 결과다. 다시 시작한 100일 미션으로 과거와 달라진 나와의 간극을 기대한다.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의 문장 중 "로랭 가리의 작중 인물이 한 말을 인용하자면 오늘의 우리는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일단 버텨야 한다. 느려지지 않도록, 지워지지 않도록, 앞으로 수십 년 끄떡없는 것처럼, 계속 예측하고 미래에 자신을 투사해야 한다. 나는 내가 부서지도록 달린다."(p.88)



책 속의 작중 인물의 말처럼 '작은 것들의 이루어짐'의 힘을 알기에 새롭게 마음을 다잡았다. 100일 미션은 더 이상 망가지는 나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기도 했다. 새해 희망으로 가득 찬 마음과 달리 얼렁뚱땅 한 달을 보내고 나자 허무가 몰려왔다. 게을러진 일상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22년 열심을 내었던 미션을 다시 도전하자 맘먹었다. 돌이켜 보니 지난 2021, 22년은 미션으로 살아간 해였다. 100일 목표로 매일 운동하기, 매일일기 쓰기, 독서일기, 필사를 진행했다. 덕분에 잘 살았다는 뿌듯함으로 한 해를 마감할 수 있었다. 좋은 습관 만들기는 인생의 마지막 길에서 '그때 그럴걸'이라는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한 다짐이고 삶을 잘 경영하고 싶은 간절함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다시 새롭게 시작한 운동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시작과 동시 운동으로부터 도망치는 마음과 단단히 싸워야 했다. 시작하지 못한 채 운동을 미루는 사이 몸 여기저기 이상이 생겼다. 다치는 일이 빈번해졌다. 회복 속도도 전 같지 않았다. 잦은 병원 출입으로도 쉽게 낫지 않을 때였다. 극심한 피로 때문인지 이명이 들렸다. 병원을 찾았고 의사가 언제부터 이명이 들렸는지 물었다. 되짚어보니 이명이 시작된 건 제법 오래되었다. 참을만한 상황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어제는 심각했다. 몸안과 밖이 탈이 나자 운동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다시 시작한 100일 운동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짧다고 생각했던 10분 운동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안 쓰던 근육이 아우성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열심을 내자 몸이 풀리면서 조금씩 운동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이 개운했다. 효과 덕분에 10분으로 시작한 운동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5일이 지나자 어깨와 등 근육을 풀어줄 운동을 추가해 20분으로 늘어났다. 어깨 운동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어깨 통증을 달고 살았는데 운동을 꾸준히 하자 통증이 줄어들었다. 운동 효과를 보자 승모근 운동도 연달아 진행했다. 스트레스로 뭉쳐있던 승모근이 풀어지면서 마음도 풀어졌다. 온몸 스트레칭도 추가했다. 운동하고 나면 절로 '아 시원해'라는 소리가 나왔다. 운동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자 허리살과 마음이 정리되었다. 때때로 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운동이 시작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진행했다. 즐길 정도가 된 건 기대 이상의 효과다. 미션을 올리고 나면 성취감에 심리적 안정감이 덤으로 생겼다. 운동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매일 운동으로 습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겼고 지속해야 할 이유도 생겼다. 해야 할 일을 되풀이하는 습관은 운명을 몸에 새기는 일이다. 몸에 새긴 운동이 천성이 되기 위해서는 꾸준함은 답이다. 루틴으로 만들어진 운동이 좋아지고 있으니 중요한 목표 하나를 성취한 셈이다. 니체가 말한 '좋은 것들의 영원회귀'는 인생을 살찌우는데 가장 적절한 처방전이다. 오늘 하루가 매일 반복되어야 한다면 오늘을 잘 살아야 한다. 하기 싫은 상황임에도 극복하는 힘이 먼저다. 좋은 습관이 모여 천성이 된다니 미룰 이유가 없다. 운동이 몸에 익숙해지도록 다시 열심을 낸다. 좋은 습관을 찬양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하루 쯤 넘어가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뻔뻔함의 입김도 불어넣었다.


"자, 다시 시작이다."



"플라톤은 시작은 "신이고, 그 신이 인간 사이에 머무는 한 모든 것을 구한다"라고 했다. 다시 하는 시작은 영혼이 굳어지거나 쇠잔하지 않도록 불어넣는 입김과 같다.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등반가는 진이 다 빠졌는데도 조금 더 기운을 내고, 낙담한 연구자나 학생은 끝까지 노력을 기울이고, 투사는 불의에 맞서 싸우고, 기업인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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