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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박 Dec 01. 2021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힘들 때 돌이켜보는 잊었던 것들

잊었던 브런치를 이제야 열어본다.


퇴사까지 앞으로 100일을 쓰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진짜로 퇴사를 해버린지도 벌써 1년하고도 2개월,

꿈에도 바라던 MBA 유학을 왔고, 여름 인턴을 잘 마치고, 이제 졸업하면 취직할 곳 까지 정해져있는 상태다.

그럼 이제 학교생활을, 2학년을 만끽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언제부터 인생이 그렇게 쉽게 풀리던가?

언제나 갈등은 나를 기다리고, 나랑 맞지 않는 사람, 악인, 고난, 그리고 가끔 있는 평화와 즐거움도 나를 기다린다. 그것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결국 큰 차이가 없었다.


요샌 그래서 바쁘고 힘들다. 나이가 30이 넘은 내가 매일 만나는 클래스메이트 들도 25살 이상 먹은, 직장생활도 다 해 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기대치에 미치는 어른스러움을 자주 경험하지도 못했고, 나 또한 어른스럽지 못하게 때로는 무척 화가 나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나 자신에게 많이 관대한 편이 아니라 그런지 다른 사람보다 더 갈등 앞에서 스스로를 책망하고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의 생활을 돌이켜봤다.

어머니 캥거루의 품에서 지낸 30년을 뒤로 하고, 처음으로 주머니 밖으로 나온 캥거루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팔자에 없던 자취에 유학을 하고 있으니 많은 것이 변했다면 변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밥먹고 잠자고 사람을 만나고 과제나 갈등을 해결해나가고 가끔 인생을 즐기는 여행이나 놀이를 하는 것에는 큰 변화가 없다. 변한 것은 따로 있었다.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잊어버렸거나,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나란 인간이 나이를 먹는다고 크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2020년 12월 31일의 내가 한국나이로 31살이었다가 2021년 1월 1일 32살이 되었다고 해서, 1년치 성숙함이 패키지로 한번에 찾아와주지 않는다. 결국 매분매초 매시간의 결심과 행동, 그리고 감정의 축적이 나란 인격 형성에 영향을 주며 때로는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단순해지기로 했다. 나이에 연연하지 말고, 기대치를 낮추고,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나 주변환경보다는 나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돈, 성공, 이런 것들 말고, 나는 구체적인 행동이나 요소를 한 번 쭈욱 적어보기로 정했다. 


1. 햇살 좋은 곳, 선선하지만 따듯한 바람, 그리고 커피 한 잔


2. 매우 친한 친구와 아무 두서 없이 거리낌 없이 아무말 대잔치를 나누며 떠는 수다


3. 그림그리기.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급하지 않게 완성만을 생각하며 그리기


4. 글쓰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지금 이 글쓰기.


5. 시바견이나 고양이,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동물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것


6.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하는 드라이브. 막힐 때 말고!


7. 잠이 80%정도 깨서 하는 아침 명상,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햇살, 그리고 호흡에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생각을 정리하고 잠이 깨는 것


8. 가족과의 시간. 2번이랑 비슷하지만서도 다른, 더 깊은 레벨의 안정감


9. 사람이 많지 않은 바닷가. 노래를 듣든 책을 잃든 맥주한잔을 하든 상관 없음


10. 공놀이. 농구도 좋고, 골프도 좋다. 혼자하는 것이 더 좋다. 


11. 헬스장에서 땀을 정말 원없이 흘리고, 샤워를 하는 것


12.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는 것


13.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장소 (펍이나 바)에서 맥주 한 잔 들이키는 것


14. 벚꽃놀이. 벚꽃길 걷기. 


이상의 것들을 최대한 매일, 자주 할 수 있다면 나에게 있어서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쇼핑도 여행도 자동차도 으리으리한 집도 위의 요소들이 없다면 그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성공의 기준이 무척 단순해지고, 벼락거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은 쉽게 돈을 벌거나 잃게된다. 존경받는 직장이란 것은 사라지고, 능력이나 인성보다는 사람들이 사는 집, 모는 차, 그리고 자산의 규모만으로 평가 받는 세상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아 무척 불안하다. 인간은 아날로그의 세상에서 사는 아날로그의 생명체인데, 점점 숫자가 지배하는 0과 1의 디지털 세계관으로 변모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1번부터 14번까지의 요소들 중에서 물질적인 소유나 소비능력이 직접적으로 크게 필요한 것들은 없었다.

나는 명심해야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사는 것이고, 죽기 전까지의 모든 호흡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한다고. 죽으면 땡이다. 명성, 인간관계, 인맥, 돈, 이런 모든 것들은 그 어느 것 하나 저세상으로 가져갈 수가 없다. 


혹시나 조금이라도 더 생각이 난다면 앞으로도 종종 더 수정버튼을 눌러 추가하고 싶다.

나는 의미있는 삶을 살고자 노력해왔다.

나는 그러나 그냥 살련다. 정신과 몸이 건강하게 살련다. 저 위의 요소들을 놓치면 놓칠수록 나는 내가 원하는 '그냥 삶'에서 멀어지겠지. 그러지 않도록 하고싶다.


여러분은 여러분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적어본 적이 있는가?

한 번 시도해봄을 추천한다. 의외로 직장, 연봉, 쇼핑 이런 것보다 가족과의 시간이나 혼자만의 취미활동을 할 수 있을 때가 더 중요하단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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