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직장을 다닐 때 나는 노멀한 사람이고 싶기보다는 튀고 싶어 했던 쪽에 가까웠던 것 같다. 맞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기에 무언가 나만의 유니크한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거다.
이건 물론 내 성격에서 기인한 것도 있지만 회사에서도 무언가 내게 그리고 모두에게 좀 더 유니~크한 사람이 되어서 회사를 더 유니~크하게 만들어 성과를 더 내 보자 하는 분위기도 한 몫했던 것 같다.
미국에 와서 노멀이란 단어를 엄청 많이 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아내가 아이들을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이다. 임신한 아내의 건강은 어떤지, 아이가 뱃속에서 잘 크고 있나,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때 건강한가, 그리고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의사와 간호사의 대답은 감사하게도 늘 ‘normal’이었다. 단 한 번, 첫째가 생후 첫 청력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그 듣고 싶었던 ‘normal’을 듣지 못해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첫째는 다시 테스트를 받고 결국 노멀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Normal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니 ‘보통’과 ‘정상’이라는 뜻이 모두 있다. 예전에는 평범하다, 보통이다라는 뜻으로만 알고 또 써서인지 미국 병원에서 그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기검진을 받을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되었다. 평범함과 정상적임이란 말은 그 뉘앙스에 차이가 있지만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로 같은 의미를 가진다. 대다수가 가진 특성과 특징을 지닌 보통사람이란 거다.
과거에는 듣기 싫고 또 되기 싫었던 평범함, 즉 노멀이 지금은 오히려 듣고 싶어진 말이 되었다는 게 참 다행이다. 노멀의 뜻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도, 또 평범하고 정상적인 생활에 감사하게 된 것도 그 이유일지 모른다. 게다가 노멀하게 살기 어려운 현실도 한 몫하는 것 같다. 흔히 볼 수 있어 별다르지 않고 평범하다는 의미의 ‘보통사람’을 더 이상 흔히 볼 수 없게 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노멀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 좀 더 많을 때 우리도 조금 더 노멀한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