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예전 직장 사수였던, 자주는 못 보지만 가끔 만나더라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한 형이 큰 회사의 CEO로 선임되었다는 소식이다.
한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나는 전혀 모른다. 다만 직업 상 내 과제가 ‘리더’에 대한 것이라, 한 조직의 대표자로서 그분이 느낄 무게와 압박감이 클 거라는 건 짐작할 수 있다. 워낙 큰 회사이고 경영이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그 역할과 책임에 대한 부담이 결코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늘 CEO는 이래야 한다, 리더들은 이러지 말아야 한다 등 그들의 포지션에 기본적으로 따르는 책무에 대한 말과 글만 써 온 것 같다. 단 한 번도 그들이 얼마나 그 책무에 중압감을 느낄지, 매 순간 의사결정의 딜레마에 놓여 있을지, 왜 성과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도덕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선생으로서의 핑계는 둘째 치더라도 한 번도 리더 당사자들의 심정을 진지하게 경청해 보고 받아들이고 못한 탓이다. 지인이 대표가 된 이제야 그 부담감을 진지하게 헤아려 볼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게 부끄럽다.
이건 밑도 끝도 없이 CEO와 리더들을 그들이 받는 중압감을 공감하여 옹호하겠다는 게 아니다. ‘이렇게 하셔야 해요’, ‘저래서는 안 됩니다’라며,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사람들을 통해 이미 듣고 보았을 뻔한 이야기를 전하기보다, 리더들이 처한 상황을 먼저 그리고 같이 고민해 보겠다는 나와의 약속이다. 그들의 말을 귀 기울여 경청(傾聽)하고 또 공경하는 태도로 경청(敬聽) 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뻔하디 뻔한 조언과 아첨과도 같은 달콤한 말이 아니라 결국 그 부하직원들에게도 득이 되는 실질적인 제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짧은 축하 메시지에 그 형이 답을 보내왔다. 응원에 고맙고, 하고픈 말은 많지만 아침부터 정신없는 듯 해 썼다 지운다는 내용이었다. 메시지에 담긴 형의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메세지 덕에 리더들이 가진 무게와 그들에 대한 내 마음가짐의 변화를 이렇게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