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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하 Nov 25. 2022

주변 학교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세요.

#그놈의 다른 학교

이 글은 2019년 힘든 시기 쓴 글이다. 다시 읽으니 파견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게 꿈만 같다.

연구실에서 배운 용어들로 표현하자면, 나는 참 행위주체성(agency)이 넘치는 교사였는데, 관리자와의 그리고 동료들과의 상호협력적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실행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에서 고군분투(struggles)하다가 새로운 본인의 길을 찾아 떠난 교사로 보인다. 우리 연구실 사람들 아니면 못 알아들을 말들이겠지만, 연구라는 것은 '새로운 언어'를 획득하는 일임을 느끼며, 약 2년 전의 일기를 쌩으로 발행해버리겠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관리자들(교감, 교장 선생님)에게서.


“주변 학교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세요.”


근래 부장 교사가 되고 제일 많이 들은 말이다.



나는 9년 차 고등학교 교사이다. 초임부터 주로 고2 담임을 했고,


고3 담임은 2017년, 2019년 두 번을 해보았다. 그리고 2020년 처음 3학년부 부장이 되었다.

(희망자가 없었고, 나 또한 희망하지 않았으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어찌 코로나가 나를 알고 찾아왔는지... 전교에서

유일하게 거꾸로 교실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내가 그렇게 고3 부장이 된 것이다.

3학년부에는 선배 교사 반, 후배 교사 반 정도이고 나이로 쳐도 내가 딱 중간이다.


3학년부 부원들과 함께 온라인 클래스(이하 온클)를 운영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3학년 수업을 하는 다른 선생님들이, 학교 차원에서 함께 만든 매뉴얼을 읽지 않고,

3학년부 부장에게 할 문의가 아닌 것을 너무 쉽게, 그리고 자주 해서 그것이 너무 괴로웠고,

한동안은 전화 벨소리 노이로제에 걸렸다.

지금 하는 고백이지만, 아주 잠깐이지만 전화기선을 뽑아놓은 적도 있다.


주변 학교보다 3학년부는 온라인 클래스를 원활히 진행하고, 아침마다 zoom 조례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주변 학교 선생님을 우연히 만나서 들었는데

‘OO고는 zoom도 잘하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도 엄청 잘한다며~ ‘라고

그 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전해 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우리 학교는 잘된다고 자랑을 하신 걸까 싶었다.


추후 또한 알게 되었다. 주변 학교 중 또 다른 학교들에서는

온클을 운영하는 데 주관 부서가 있어 학년부에서는 따르면 되었다는 것을.

보통은 교육연구부가 하거나, TF를 구성해서 운영한다.


우리 학교와는 너무 달랐다.


3학년이 먼저 온라인 개학을 하니까.

3학년이 먼저 오프라인 등교를 하니까.


를 핑계로 다른 대부분 부서들에서는 마치 3학년부가 체온 측정, 온클 운영 등에 있어서 주관 부서인 것처럼 대했다.

1-2학년부도 마찬가지였다. 곧 다가올 본인들의 일임에도, 함께 고민하지 않고, 우리의 시행착오를 참고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왜 미리 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냐며 따지다가,

본인들이 2주, 혹은 4주 후 진행해보고는 그때사 3학년을 따라 했다.

3학년부 선생님들은... 따라 하라고 한 적도 없고 그러길 원치 않았다. 제발... 함께 고민해주길 바랐다. 그거 하나 바랐다.


그때, 관리자는 방관했다. 교통정리하지 않았다.

담당인 업무를 해야 할 부서가 하지 않았을 때,

일 시키기 쉬운 사람을 찾아 시켰다. 업무도 아닌데.


알아서 잘하는 3학년부 선생님들을 독려하고 칭찬하지 않았으면서

그렇게 다른 주변 학교 교장들에게는 자랑을 했나 보다.

주변 학교들에서 우리 학교 소문과 위상은 너무 높아져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 19로 인해 새로 생기고 방식이 바뀐 업무들이 많았는데,

공문이 내려와 토의를 진행하면 항상 “주변 학교”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라는 것이 주문이었다.


그래서 일면식도 없는 주변 고3 부장 교사들에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내서

해당 업무에 대해 물어보면, 아직 어떤 학교도 깊게 고민하지 않은 상태였고,

내가 메시지를 보내서 그 공문이 내려온 것을 안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도 ‘대세’를 따르겠다... 는 표현을 썼다.

매번 다른 학교 눈치를 보면서 결정을 미뤘다.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토의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정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고3 매일 등교로 교사도, 학생도 힘들고, 개별 입시 상담할 시간도 부족하니,

단 5분이라도 단축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더니,

단축 수업에 대해서는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면 안 된다고까지 표현하시기도 했다.


그 단축 수업은 그렇게 입에 달고 사는 ‘주변 학교’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데,

그것은 따르지 않으셨다. ‘선별적’으로 주변 학교를 따르고 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창의적이길 원한다.

학교가 이렇게 합리적이지 않고, 협업이 되지 않는데

학생들에게는 문제해결력, 의사결정력, 협업 능력을 원한다.


웃기지 마라.


그리고, 7월의 마지막 날인 현재.

고3은 매일 등교를 하고 있고, 고1과 고2는 격주 등교를 하고 있다.

원격 수업이 등교 수업보다 훨씬 편하다. 우리 학교는 쌍방향 수업도 거의 없다.


나는 고2와 고3 수업을 모두 한다.

그런데 단언할 수 있다. 고2 원격 수업할 때 너무 편하다.

15~20번 교실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보다

세 시간(차시) 분량의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출석 체크를 하는 것이 훨씬 쉽고 여유 있다.


3학년부도 점심을 먹고 운동장을 산책할 수 있었고,

진로진학지도를 주제로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운영하며

함께 학생들 생기부를 분석하고, 책을 읽기도 했었다.

이제는 이것이 언제 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아련하다.


매일이 전쟁이다. 등교 전 자가진단에 참여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반마다 담임교사가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입력을 하고 이를 학년 부장이 독려를 하면,

그 결과를 보건 교사가 교육청에 보고를 한다. 매일.


이 단순한 일도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항상 학급에서 누군가는 자가진단을 하지 않고,

부서에서 누군가는 그 학급의 현황을 입력하지 않는다. 그러면 부장이 또 담임 선생님을 독촉해야 한다.


내가 이거 하나 잘했다고 여기는 것은,

모든 보고에 있어서 학급별 엑셀 파일을 받아 학년 부장이 모았을 뻔한 것을

교육연구부, 보건교사에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쓰도록 샘플을 만들어 드리고

적극 이용을 권했다. 부장인 내가 편하려고 한 것인데, 모두가 편해졌다.

오래된 tool이고, 진즉 도입되어 이용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나

코로나로 인해 강제 도입되어 바로 안착했다. 학교가 이렇게 느리다.


이제는 고교 블라인드로 인해 지역 이름, 축제 이름을 지우고 있다.

의미 있는 생기부를 쓰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2년 치 생기부에서 이 정보들을 하나하나 지우고 있다.


창의적 체험학습 일환으로 진행되는 ‘자율’ 시간은 사실 ‘자습’ 시간이다.

임장지도만 하면 되는데, 그마저도 일부 부담임 교사들은

교실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꾸준히.


우리 학교는 부담임 교사가 생기부 점검에서도 빠져있다.

대부분은 명목상이라도 점검 명단에 부담임이 들어가 있다.

관리자에 여쭙고 싶다.


“왜 생기부 점검에 부담임 넣는 것은 대다수 학교를 따르지 않으시죠?”



금요일 7교시 자율 시간은 보통 담임과 부담임이 격주로(교대로) 임장지도를 한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담임 고정이다. 즉, 1주일 3시간의 자율 중 2시간을 담임 고정으로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주일에서 그 한 시간도 제대로 ‘자습’ 감독을 하지 않는 교사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리자에 호소했으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진 빠진다.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학교의 민낯에

이 학교를 떠나면 괜찮을까?

다음 학교는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다.


나 다음 학교... 어디로 가야 하지? 혁신학교? 어디를 가면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는 교사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일까?

어디를 가면 진정한 ‘행정가’로서의 관리자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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