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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현 Mar 08. 2020

행동주의 펀드가 움직인다

트위터와 티센크루프 케이스

지난 15번째 뉴스레터에서 엘리엇이라는 행동주의 펀드가 소프트뱅크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내용을 전해드렸습니다. 이번 주에는 소프트뱅크에 이어 엘리엇의 새로운 타깃이 된 트위터에 대해 이야기하고, 유럽에서 발생한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의 케이스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1. 트위터의 CEO를 바꾸고 싶은 엘리엇


폴 싱어가 이끄는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트위터를 경영하고 있는 잭 도시(Jack Dorsey)를 해임시킬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잭 도시는 비즈 스톤, *에반 윌리엄스와 함께 트위터를 공동 창업한 트위터의 주역입니다. 잭 도시는 2011년 CEO 자리를 COO였던 딕 코스톨로에게 넘겨주었으나 코스톨로가 경영 부진으로 2015년에 CEO에서 물러나자 임시 CEO로 복귀하였고, 다시 정식 CEO가 되어 현재까지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잭 도시가 두 개의 회사를 동시에 경영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2009년에 스퀘어(Square)라는 모바일 결제 회사를 설립해서 트위터보다 더 큰 회사로 발전시켰습니다. 처음에는 동시 경영에 관해 스퀘어 성장에 집중해야 하지 않느냐며 스퀘어 주주들의 우려가 많았지만, 스퀘어가 빠르게 성장하자 주주들의 우려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트위터 주주들의 우려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국면에 처했네요.

[조선일보]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 업체 '스퀘어' 


트위터의 현 상황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경쟁사로 평가받던 페이스북은 완전 다른 레벨의 기업이 되어버렸고, 후발주자였던 스냅챗이 트위터의 유저수를 뛰어넘었습니다. 물론 트위터는 2017년 4분기에 첫 흑자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흑자를 내고 있긴 하지만, 작년 트위터의 매출이 14% 성장할 동안, 스냅챗은 45%를, 페이스북은 27%만큼 성장한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성장이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실제로 트위터의 실적 발표날,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장으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고, 2013년 IPO 시점과 비교해서도 주가의 별 차이가 없습니다. 

[미디엄] 잭 도시, 트위터 CEO에서 물러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잭 도시가 스퀘어에 비해 트위터에 신경을 안 쓰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인데요. 잭 도시는 오전에 트위터, 오후에 스퀘어 업무를 본다고 알려져 있지만, 갈수록 스퀘어 업무에 비중을 둔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비판은 스퀘어의 암호화폐 사업 확장을 위해 잭 도시가 6개월 동안 아프리카에 가서 살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정점을 찍었죠. 스퀘어 주주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나, 트위터 주주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디엄] 잭 도시, '6개월 동안 아프리카로 이주할 것'


이러한 상황에서 엘리엇이 잭 도시의 해임안을 들고 등장했습니다. 엘리엇은 이미 신임 이사 4명을 지명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많은 테크 기업의 창업자가 차등 의결권을 가진 것에 비해 잭 도시는 보통주만을 가지고 있고, 지분율 또한 2.3%로 엘리엇이 확보만 4%에 비해 밀립니다. 많은 이들이 엘리엇이 승리할 것으로 보는 이유죠.


하지만 단순히 물러날 것 같지도 않은 게, 트위터의 많은 지분을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뱅가드가 10.4%를, 블랙록이 7%를 보유하고 있죠. 이들은 행동주의 펀드에 비해 장기간의 관점을 가지고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CEO 교체를 희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잭 도시가 CEO에서 물러난다면 트위터의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겠고, 만약 교체되지 않더라도 트위터에 더욱 힘을 쏟을 것 같으니 트위터 주주에게는 환영할만한 소식인 것 같습니다. 해당 내용이 잘 정리되어있는 디 인포메이션의 링크를 첨부합니다 (유료).

[The Information] Are Jack Dorsey's Twitter Days Numbered? (유료)


*여담으로, 트위터의 창업가들은 연쇄 창업의 유전자가 있나 봅니다. 또 다른 트위터의 창업가 에반 윌리엄스는 블로그라는 개념의 창시자이자, 트위터에서 물러난 다음 미디엄이란 매체를 만들어 성공시켰습니다.


2. 티센크루프 엘리베이터 매각


독일의 철강회사 티센크루프가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소식입니다. 금액은 172억 유로 (약 23조 원)로, 독일에서 가장 큰 딜이자 2008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딜이라고 합니다. 인수자는 사모펀드 Advent International과 Cinven의 합작 컨소시엄으로, 블랙스톤&칼라일의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승리했습니다.



티센크루프는 철강뿐만 아니라 플랜트, 선박,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재를 만들어내는 기업으로,  한국의 포스코와 비슷한 기업이자 독일의 제조업을 상징하는 기업입니다. 문제는 철강 사업이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러한 상황을 틈타 문제를 기회로 생각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등판합니다. 유럽의 최대 행동주의 펀드 세비앙(Cevian)이 지분을 점차 늘려나갔고, 현재 13.7%의 지분으로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엘리엇 또한 약간의 지분을 매수했습니다. 이들은 사업부문을 재편해 철강과 산업재로 나누라는 압박을 계속해오고 있고, 맥락의 연장에서 엘리베이터 사업을 매각하게 된 것입니다.

[뉴스원] 티센크루프와 독일의 주주행동주의



그런데 왜 많은 사업부 중 엘리베이터 사업이었을까요? 티센크루프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는 가장 많은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사업부였습니다. 회사 전체의 영업이익률이 2%대인 것에 비해,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보여주는 티센크루프의 보석 같은 사업부였죠.



산업 측면에서 바라보아도 매력적임을 알 수 있는데요.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의 건설 수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엘리베이터의 수요가 꾸준합니다. 또한 자동차가 전기차&자율주행으로 디지털화되는 것과 비슷하게 엘리베이터도 디지털화가 되어가면서 서비스 부분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Escalator as a Service).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센서가 가속, 진동, 주파수 등등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클라우드에 연동시키고, 이를 운영, 수리 등에 이용한다고 합니다. 이미 티센크루프는 미국 내 10만 대의 엘리베이터를 클라우드와 연동시켰다고 하네요. 요약하면 엘리베이터는 꾸준한 수요와 새로운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아주 매력적인 사업부입니다.

[WSJ] Going Up? The Elevator-as-a-Service Business


엘리베이터 사업부 매각으로 티센크루프가 많은 현금을 가져오면서 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캐시카우 사업부를 매각한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 뉴스가 나온 당일에 주가가 7.3%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과연 비교적 단기적인 이익에 집중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할 기업에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해당 글은 제가 운영하는 HWBI 뉴스레터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hyuni.substack.com/ 에서 이메일 뉴스레터를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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