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쓰는 기획자의 글쓰는 삶
나는 카피라이터 였다. 그리고 여전히 카피라이터를 꿈꾼다.
어릴 적부터 글을 잘 쓰고 싶었고, 실제로 잘 썼다. 시를 쓰면 입상도 제법 했었다. 그래서 자신 있었다.
'카피 쯤이야. 남들 꼬시는 글, 그것만큼 쉬운 게 없어.'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 했던가. 카피라이터가 되었지만, 내 카피는 늘 불살라졌다. 카피를 잘못 알았다. 전략과 전술이 없었고, 설득력 또한 부족했다. 카피라기 보다는 유치한 시였다. 그래서 카피라이터라는 무거운 이름을 7년 전, 과감히 내려 놓았다. 글쓰기를 멈출 수는 없었다. 여전히 글은 잘 쓰고 싶었으니까.
막연히 글을 쓸 즈음이었다. 친한 누나가 나에게 만년필을 선물했고, 다시 무겁게 펜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글을 썼다. 2013년 6월 5일부터 다시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제 3년이 됐다.
계속 쓴 글 덕분에 인생이 다시 써졌다. 덕분에 카피라이터의 영역에 가까운 한 명의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의 이름값도 높아졌다. 글 덕분에 오리콤이라는 국내 유수의 광고대행사에도 입사했다. 이제는 책을 만들기 위해 달린다. 내 이름을 건 책, 한 권쯤은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