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깎는 기획자

적어도 지금까지는, 크게는 앞으로도

by 지붕 위 아빠

광고인으로 산지 7년. 3년만 채우면 강산도 변할 시간이지만 나라는 사람은 벌써 많이 변했다. 밤샘의 열정은 여전하지만 회복은 무뎌졌고, 팔팔하다고 생각하지만 팔팔라이트처럼 낡았다. 분명히.

883955_519830701407923_100565167_o.jpg 광고하고 싶어하는 후배에게 써주었던 편지의 한 대목

분명 꽤 보람이 있는 시간이었다. 조금씩 더 큰 회사로 옮겼고, 조금 더 많은 사람과 일하게 됐으며, 조금 더 큰 브랜드를 경험하게 되었다. 일종의 레벨업이라면 레벨업이다. 레벨이 높아지는 만큼 세상의 기대치도 커졌지만, 아쉽게도 난 그만큼 유명한 광고인은 되지 못했다. 괜찮다. 아니 괜찮으려고 한다.

922402_533996169991376_1515856963_o.jpg 직접 찍은 봄. 봄이 와서 찍혔다고 해야 하나

나는 카피라이터 지망생이었고,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했다. 회사가 망해서,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라고 자위했지만, 돌이켜보면 카피를 잘 쓰는 편은 아니었다. 그저 글쓰는 것을 좋아했다. 모두가 너는 광고기획자가 어울린다고 했고, 난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불행중 다행으로 다니는 회사마다 겸업, 겸직을 원해서 지금도 늘 카피를 쓴다. 그리고 상업적인 글쓰기가 아닌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한 글쓰기를 매일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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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정수라고 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상대방에게 울림을 주는 글, 이정표가 있는 길같은 글이어야 한다. 카피라이터로는 일대지제를 이루지 못했지만, 글을 쓰는 걸로는 무언가를 한 번 이루어보고 싶다. 내가 쓴 청첩장으로 20쌍에 가까운 커플을 이루었듯이.

11059948_989225007801821_2156835696998622231_n.jpg 직접 쓰고 그린 본인의 청첩장, 청첩장만 20개를 썼다. 이혼하면 내 책임이다.

이제 10년차를 향해 달린다. 연봉은 여전히 작고, 바라는 건 늘 많고, 결혼은 내게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자유와 의지를 선사해줬다. 강산이 변할 즈음에 나는 더 크게 변해 있다고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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