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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붕 위 아빠 Feb 22. 2016

글을 깎는 기획자

적어도 지금까지는, 크게는 앞으로도

광고인으로 산지 7년. 3년만 채우면 강산도 변할 시간이지만 나라는 사람은 벌써 많이 변했다. 밤샘의 열정은 여전하지만 회복은 무뎌졌고, 팔팔하다고 생각하지만 팔팔라이트처럼 낡았다. 분명히. 

광고하고 싶어하는 후배에게 써주었던 편지의 한 대목

분명 꽤 보람이 있는 시간이었다. 조금씩 더 큰 회사로 옮겼고, 조금 더 많은 사람과 일하게 됐으며, 조금 더 큰 브랜드를 경험하게 되었다. 일종의 레벨업이라면 레벨업이다. 레벨이 높아지는 만큼 세상의 기대치도 커졌지만, 아쉽게도 난 그만큼 유명한 광고인은 되지 못했다. 괜찮다. 아니 괜찮으려고 한다.

직접 찍은 봄. 봄이 와서 찍혔다고 해야 하나

나는 카피라이터 지망생이었고, 카피라이터로 일을 시작했다. 회사가 망해서,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라고 자위했지만, 돌이켜보면 카피를 잘 쓰는 편은 아니었다. 그저 글쓰는 것을 좋아했다. 모두가 너는 광고기획자가 어울린다고 했고, 난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불행중 다행으로 다니는 회사마다 겸업, 겸직을 원해서 지금도 늘 카피를 쓴다. 그리고 상업적인 글쓰기가 아닌 스스로를 만족시키기 위한 글쓰기를 매일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주욱.

광고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정수라고 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상대방에게 울림을 주는 글, 이정표가 있는 길같은 글이어야 한다. 카피라이터로는 일대지제를 이루지 못했지만, 글을 쓰는 걸로는 무언가를 한 번 이루어보고 싶다. 내가 쓴 청첩장으로 20쌍에 가까운 커플을 이루었듯이.

직접 쓰고 그린 본인의 청첩장, 청첩장만 20개를 썼다. 이혼하면 내 책임이다.

이제 10년차를 향해 달린다. 연봉은 여전히 작고, 바라는 건 늘 많고, 결혼은 내게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자유와 의지를 선사해줬다. 강산이 변할 즈음에 나는 더 크게 변해 있다고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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