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겁쟁이 공작새 Dec 14. 2020

2020 하반기 밈(Meme) 결산

오늘도 상사에게 유행어 좀 찾으라 닦달받는 당신을 위해

※이 글은 본인이 유튜브와 커뮤니티 등지를 돌아다니다 본 밈들을 중심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임을 미리 알립니다.

또한 어디까지나 '결산'이기 때문에 이미 대부분의 밈들은 유행지난지 몇달 됐으니, '아 이런 것도 있었지' 하는 마음으로 봐주세요.


1.너 인성 문제있어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며 나갔다 그대로 해일에 휘말려 사라진 비운의 밈이다.

2020년 7월, 유튜브에서 가짜사나이 1화가 나온 순간 대한민국 방송계에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어디까지나 '서브콘텐츠'로 여겨졌던 유튜브에서 지상파 프로그램 뺨치는 퀄리티와 재미, 조회수를 자랑하는 콘텐츠가 나온 것이다.

본격적 온에어 전,피 지컬 갤러리만 알고 다른 스트리머들은 몰랐던 일반 시청들도 보면서 웃을 정도로 젊은 층들 사이에선 예전 개그콘서트 급의 파급력을 보였었다. 심지어는 유튜브라곤 vlog만 보던 여사친도 어느날 갑자기 '너 인성 문제 있어?'라고 뜬금없는 문자를 보내왔을 정도니(그래서 좀 뜨끔했다)

무엇보다 이근 대위라는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가 빛났던 덕도 있었는데...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빛나던 그의 캐릭터가 사실은 빚냈던 사람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그대로 사장됐다. 설상가상으로 가짜사나이 시즌2마저 시기 맞춰 함께 구설수가 일면서 함께 인터넷 방송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밈 신선도

'너 인성 문제있어?' 뿐만 아니라

'4번은 개인주의야' , '머리에서 발 끝까지'

이근 대위 특유의 교포 말투 임팩트로 대국민 유행어가 될 뻔...했었다. 광고까지 찍고 물 들어올 때 모터보트를 들이는 수준까지 갔었지만 개인의 구설수로 이젠 아무도 쓰지 않는 밈이 되었다.  



마케팅 실용 가능성?

의외로 내년 쯤이면 다시 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주변 시선이 어떻든 이근 대위 본인 자체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유튜브를 운영하는 중이다 . 심지어 조회수도 10만대로 빠방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유튜브 생태계는 얼굴 두꺼운 사람이 확실히 길고 두껍게 가는 세계인 것 같다. 언젠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다시 이근 대위가 떠오를 날이 올지도 모른다. 감수할 수 있는 마케터라면 그때 다시 흐름에 타는 것도 승부수지 않을까.




2. 도우너 어서오고

이말년 피셜 '한국에서 가장 과소평가 받는 만화가' 엉덩국이 또 한 번 일냈다.

아니, 정확히는 작년에 낸 일이 올 하반기에 발굴됐다.

'애기공룡 둘리'는 전국민이 아는 아기공룡 둘리의 19금맛 패러디다. 엉덩국 답게 욕설과 피, 사지절단은 당연히 나온다. 거기에 90년대생이라면 어릴 적 명절에 tv 특선으로 한번쯤 봤을 '얼음별 대모험'의 내용까지 녹여냈으니, B급 쌈마이로 뒤틀린 둘리에 커뮤니티는 환호했다.

거기에 더불어 A 집단에 고통받던 B집단이 C의 조력으로 사이다 복수를 하는 간결하면서 임팩트 있는 구조 때문일까, 수많은 패러디도 양산되었다. 애기공룡 교수, 애기공룡 전북, 애기공룡 물리, 애기공룡 조선 등등

심지어는 이렇게 충주시(여기도 제정신은 아닌 곳이니 주목하면 좋다) 홍보 인스타그램에도 올라올 정도이니, 수위 높은 원본 콘텐츠인데도 불구하고 온갖 데서 패러디해 퍼져나갔다.

욕과 폭력이라는 원초적인 유머에 엉덩국이 빚어낸 찰진 말투가 이뤄낸 환상의 하모니랄까















밈 신선도

다만 밈화 된 이후 너무 순식간에 인기를 얻어

콘텐츠 소모가 빨리 온 감이 없지 않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한동안 계속 갈 것 같으나

태생이 욕설과 사지절단이다보니 다시 뻥 터지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아무래도 메이저보단 마이너 감성 그 자체라.




마케팅 실용가능성?

19금 요소 때문에 원본 자체를 활용하긴 힘들지만 'OO 어서오고', 'OO 한 대 할래?', '선 넘네', '역시 OO야 성능 확실하구만' 등등 주옥같은 대사들은 이미 인스타나 페북, 유튜브 등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채널 운영 하는 마케터들이라면 제목, 썸네일 등에서 쓰기 딱 좋아보인다. 다만, 어디까지나 서브 미디어에서만.

엉덩국 작품들 보면 알겠지만 자극을 넘어 누군가는 불편한 요소들도 많다. 후폭풍 안 올 선에서 적당히 쓰도록 하자.



3.테스형

이번 추석, 설마 나훈아가 대세가 될 거라곤 아무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콘서트 본방이 한참 하고 있을 때 저런 걸 누가 보냐하고 방에 들어간 나는 보면서도 예상 못한 바보 중 하나다.

추석 이전에도 사실 '나훈아 콘서트는 어른들만 몰래보는 꿀잼 콘서트다' 하는 말이 커뮤니티 등지에 올라오곤 했었다. 이걸 실제로 인증한 게 이번 추석 콘서트 되시겠다.

특유의 박력 있는 퍼포먼스, 저세상 연출 등등 이슈화 된 것 많았지만, 밈으로까지 남은 것은 단연 테스형이다.  

테스형. 당장 들으면 누군가 하겠지만 '소크라테스 형'이란 걸 알게되는 순간 웃음이 뽣 튀어나온다.

화룡정점으로 나훈아가 말한 '테스형도 모른다고 하네요'하는 말이 유독 컬트스러웠다.

다시금 느끼지만 레트로 트렌드의 힘은 여전한 것 같다.


밈 신선도  

의외로 인기가 그렇게 오래 가진 않았다.

아직도 수명은 있으나 대세에선 내려온 느낌?








마케팅 실용 가능성?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테스형도 모른답니다'  이 세 문구가 제일 대표적이다.

하지만 나훈아 선생이 광고를 안 찍어서인지, 유명세에 비해 아직 광고로 집행된 건 없다. 아마 앞으로도 못 찍겠지.

마케팅 채널이나 썸네일에서도 추석 이후 잠깐 동안 많이 쓰인 거 같긴한데, 요샌 통 못봤다. 쓴다고 해서 노잼 소리까지 듣진 않겠지만, 어느정도 수명이 끝난 밈이라 생각된다. 뜬금없는 드립용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4.중성마녀

사실 이 콘텐츠는 아직 밈으로까지 유행하진 않은 것 같다. 아마 이 이상 퍼지지도 않을 것 같고.

그래도 나름 트위터 쪽에선 좀 흥했던 것 같아 가져와봤다.

2000년대 중반 쯤 짱구 좀 봤다 싶은 사람은 기억할 짱구 극장판 '핸더랜드의 대모험' 의 임팩트 있는 빌런 듀오, 중성마녀다.

겉모습과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짱구의 유구한 전통 극장판 시리즈마다 한명씩 보이는 오카마(여장남자)다. 거기에 더빙을 아주 끈적끈적 퀄리티 넘치게 해줘서, 캐릭터성 하나는 정말 철철 넘치는 둘이었다.

그래서일까 도저히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올해 8월 쯤인가 유튜브에 반짝 뜬 적이 있었다. 조회수도 꽤 나왔고, 더빙 챌린지 비스무리한 것도 많이 올라왔지만, 그 밖으로 확장되진 못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우리 마케터, 광고인 동지들은 염두해두기라도 하자.

 유행과 밈은 언제 어떤 게 뜰지 모르니 말이다.


밈 신선도

어째 이 글 대부분의 신선도가 쉬거나, 쉬어가는 중인 것 같다.

별 수 있으랴, 이 글은 어디까지나 올 하반기 밈들의

'실황'이 아니고 '결산'인지라 유행이 뒤집고 난 뒤 한참 뒤에 쓰는 것을

게으른 필자이니 양해 부탁한다

아무튼, 위 소개글에도 적었듯, 이 밈은 유행하기도 전에 식어버린 콘텐츠다.


마케팅 실용 가능성?

'얘야 인생이란 원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란다. 그래서 인생이 재밌는 거 아니겠어?'

아무래도 비주얼이랑 특유의 더빙 말투가 임팩트 있어서 흥했던 터라 짧게 빵 터지는 대사는 없다.

그래도 위 대사는 은근 있어보이면서도 컬트하니 이래저래 잘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그냥 나 자신을 위한 궁상을 좀 떨려고 한다

아무도 궁금해하진 않겠지만 지난 마지막 글 사이, 운 좋게 취직에 성공했다. 사람 빡시게 굴리기로 유명한 광고프로덕션에서 일하다보니 종일 카피는 많이 써도 내 글을 쓰는 건 많이 멀어져버렸다. 당연히, 마지막 글에서 야심찬 척 말했듯 소설 쓰기도 그대로 끊겨버렸고.

브랜드를 위한 글만 쓰다보니 어느새 작문과 텍스트에 대한 즐거움을 잊고 살았다. 카피라이터가 되면 생각이 더 깊어지거나, 부들부들해지거나 할 줄 알았는데, 그러긴 커녕 브랜드명이나 usp 가지고 말장난 하는 법만 궁리하게 된 것 같다.

이러다간 내가 되고 싶었던 '카피를 넘어선 것을 만드는 광고인'이 아니라 '영상카피밖에 못 쓰는 카피라이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점점 느껴진다. 이렇게라도 글 쓰는 것, 나만의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나 자신을 확장하려는 노력의 편린이다. 생각같아선 전혀 다른 사람들과 기똥찬 프로젝트라도 진행해보고 싶지만 체력과 시간과 시국이 안 따라주는 점이 애석할 뿐이다. 구질구질한 일기 끝.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광고들의 키워드 '요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