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햇빛의 따가움이 방 속에 나를 가둘 때. 우리는 어둠 속에 숨는다. 이미 스스로의 불을 꺼버린 사람들은 잿빛의 그림자에 몸을 담근다. 그러다 어두운 밤이 오면 달빛을 구경하곤 한다. 모순적이게도 낮의 햇빛은 싫었지만 달빛은 좋았다. 달은 그저 햇빛의 빛을 머금은 거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빛을 탐낸다. 거울에는 내가 비친다. 달빛은 좋지만, 거울 속의 나는 싫다. 내가 싫은 것은 누구일까. 나일까. 거울 속의 나일까. 우리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고,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빛을 낸다. 꺼지는 어둠 속으로 숨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역광의 틈을 비집고 숨어 어둠을 탐내는 별이다. 우리는 다시 빛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