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만사 - 11

11. 기약 없는 기다림은 초조함이다.

by 빈그릇

11. 기약 없는 기다림은 초조함이다.


다들 어디 갔지? 손님 응대로 땀나게 뛰어다닐 시간인데 이상스레 한산하다. 가끔 있는 그날인가 보다. 카운터에 올려진 화분의 꽃이 힘없이 떨어진다. 망연히 바라본다. 언젠가는 떨어질 꽃이지만 왠지 처량하다.


매출이야 적은 날 있으면 많은 날 있기에 별 문제 아니다. 아쉬움은 점심식사 시간에 맞춰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게 준비한 음식이 시기를 놓쳐 맛을 잃어 간다는 것이다. 시골 장날에 이른 아침 갓 수확한 싱싱한 채소를 좌판에 깔아 놓은 할머니가 해거름에 시들 해진 그것을 힘없이 바라보는 것 과도 같은 아쉬움이다.


때론 맛이 없어진 음식은 아픔으로 폐기한다. 식당은 버려야 산다. 냉장고 안의 신선하지 못한 음식재료를 비워야 산다. 비움은 새것으로 채움을 뜻하기 때문이다. 손님이 항상 많이 들이닥칠 것이란 환상도 버려야 산다.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남은 음식을 끝없이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적정량 준비하고 초과 시에는 대응력을 키우는 것이 식당의 능력이다.


이런 아쉬움 때문에 식당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은 간절하다. 약속된 기다림은 여유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은 초초 함이다. 이 초초함은 식당의 일상 중 하나다. 늘 초조한 기다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손님이 밀려들어와 전쟁 같은 분주함 또한 일상이니, 식당일은 기다림의 초조함과 분주함의 시계추와 같다.


직원들의 기다림도 나의 기다림과 같다. 손님 적은 날 일이 없어 더 편해 좋다는 직원은 본 적 없다. 대부분 몸은 힘들어도 바쁘게 신나게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느낀다. 우리 직원들도 나만큼 우리 식당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장사 안된 날의 독백이다. 내일은 아마 많이 바쁠 것 같다.


썰렁함의 극치를 묘사하는 중국 당나라 때의 시다.


千山鳥飛絶 산에는 새 한 마리 날지 않고

萬徑人踪滅 길에는 사람 발길 끊어졌는데

孤舟笠翁 도롱이에 삿갓 쓴 늙은이 홀로

獨釣寒江雪 눈보라 치는 강에 낚시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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