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내리는 아침

by 이종덕


새벽에 눈을 뜨니 왠지 공기가 차분하다.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비가 오고 있음을 짐작했다.

겨울비는 소리 없이 내린다. 그리고 추위를 재촉한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아파트 광장이 새벽 여명과 겨울비에 칙칙하다.

남아있는 잠을 쫓으려고 커피 한잔을 마시는데 새벽기도 끝낸 마누라가 들어온다.

매일 매일 끊임없이 무엇을 저리도 간구하는 걸까?

아마도 가족에 건강과 행복 그리고 자폐를 앓고 있는 작은 아이의 미래에 대한 소망을 빌고

또 빌고 그러면서 하루하루 편안해지는 법을 터득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누른밥에 명란젓, 따끈한 계란찜, 정갈하게 준비해준 아침을 먹으며 출근 전의 평안함을 만끽한다.

방금 내린 향 짙은 커피, 오늘 아침처럼 차분한 날 즐겨 듣는 할아버지의 괘종시계 바이올린 소품, 참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면 기적이요 앞일을 생각하면 첩첩산중이지만

순간순간의 작은 행복에, 소박한 기쁨에 만족하며 그냥 지금처럼 살자.

오늘 아침은 비 오는 복잡한 출근길에 대한 짜증스러움 보다는 차분하게 내리는

겨울비가 주는 감성적인 행복이 아주 세밀하게 나를 달래 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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