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박사의 스타트업 칼럼
스타트업이 시장세분화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이유는 그만큼 이후 단계에서 시간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생각이 아닌, 행동의 결과로서 입증된다.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처음으로 고객을 탐색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거점시장(Beachhead Market)
이제 시장세분화표에서 단 하나의 목표시장, 즉 거점시장을 선택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거점시장에서 결정적 한 방을 날리며 에너지와 열정을 집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시장세분화 리스트에서 단 하나의 시장만을 선택하여 공략하는 것이다.
왜 그래야만 할까?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시간과 자원, 자본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큰 시장으로 진입하여 성공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며, 성공 가능성도 낮다. 많은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여러 시장으로 진입 하려는 욕심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는 두 마리 또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치는 격이다. 오히려 단 하나의 적절한 시장을 찾아 진입하여 성공하고, 이후 더 큰 시장이나 인접 시장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성공률이 높다. 거점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큰 시장의 탈환과 더불어 기업 성장의 발판 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 거점 확보의 중요성: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인천 상륙작전
거점시장을 확보하는 전략은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나 한국전쟁의 인천상륙작전과 유사하다. 당시 연합군은 독일군이 장악한 유럽 대륙을 탈환하기 위해 노르망디 해안으로 상륙하는 작전을 감행했다. 이 작전은 큰 희생을 감수했지만, 성공하여 교두보를 마련한 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해 독일군을 점령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방어선에서 힘겨운 전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인천으로 상륙하여 북한군의 보급로를 차단함으로써 반격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 작전은 서울을 중심으로 남한 전역을 탈환하면서 한국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스타트업의 거점시장 확보는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과 유사한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다. 거점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이는 마치 노르망디나 인천에서의 승리처럼 큰 시장 탈환을 위한 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먼저 거점시장을 확보하여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신하고, 더 큰 시장으로 확장하여 사업 성공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거점시장의 선정과 고려사항
거점시장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시장세분화 단계에서 목록 줄이기를 위해 사용한 7가지 선택 기준1을 다시 적용한다.
1. 목표 고객의 지불 능력
2. 목표 고객의 판매조직 접근성
3. 구매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 존재
4. 완제품이 필요한 고객인지 확인
5. 난공불락의 경쟁자 존재 여부 확인
6. 추후 확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 여부 확인
7. 스타트업의 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 확인
이렇게 7가지 기준으로 통과한 거점시장 후보군을 대상으로 최종 거점시장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사항이 있다. 그것은 거점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고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빠르게 진입하여 스타트업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시장 확대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운동 원리와도 유사하다. 태권도나 유도 등 격투기에서 약간 더 나은 상대와 실력을 겨루면서 연습하면 훨씬 효과가 좋다. 하지만 최고의 선수와 대적하면 본인 기술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오히려 주눅만 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이다. 거점시장을 소규모 지역으로 설정하고, 그 지역을 거점으로 큰 지역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대한민국은 IT와 정보통신 분야에서 중요한 거점시장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글로벌 IT 솔루션이나 제품이 아시아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를 먼저 한국 시장에서 테스트해보는 것, 즉 테스트베드(Testbed)의 역할을 의미한다.
스타트업은 거점시장을 잘 정의하고 모든 힘을 모아 집중해야 한다. 빠르게 그 시장의 10~20%를 장악하는 것이 목표다. 초기 거점시장을 선정했을 때는 만만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겨보면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실은 많은 스타트업이 초기에 너무 큰 거점시장을 선택하여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오류를 범한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스타트업은 시간과 자본,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초기에 큰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빠르게 공략 가능한 최적의 시장을 찾아 성공을 맛보고, 이를 바탕으로 더 큰 시장으로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해법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인천 상륙작전을 상기해보라! 거점지역에 성공적으로 상륙하고 인접 지역으로 확대하여 총공세로 점령, 마침내 큰 시장을 점령하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의 성공 전략이다. 즉 초기 거점시장을 얼마나 잘 정의하고, 집중적으로 공략하느냐에 달려 있다. 초기의 작은 성공이 이후의 큰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되는 것이다.
참조문헌
1. ‘스타트업의 시작: 제품이 아닌 고객부터’, 이종구, 융합경영리뷰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