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여자 친구가 가져온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먹었다. 어제 잠실점에서 1시간 동안 줄 서서 포장으로 사 올 수 있었다고 했는데, 매장에서 먹으려면 2시간을 더 대기를 해야 먹을 수 있다는 핫한 베이글 맛집이란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그토록 오래 대기를 할 정도인가. 구입한 베이글은 3종이었다. 시그니쳐 메뉴인 쪽파 크림치즈 베이글과 스테디셀러라는 감자 치즈 베이글, 기본 중에 기본인 플레인 베이글이었다.
먼저 보기만 해도 상큼해 보이는 비주얼의 쪽파 크림치즈 베이글을 먹어 보았다. 부드러운 크림치즈와 알싸하고 향긋한 쪽파의 조합이 꽤 인상적이었다. 한 개를 다 먹고 났더니 거의 햄버거 하나를 먹을 것 같은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베이글의 질감이 되게 독특했는데, 기존에 알던 베이글보다 훨씬 탄탄하고 쫀득한 맛이었다. 그다음에는 감자 치즈 베이글을 먹었다. 이것 또한 비주얼이 독특했다. 베이글 위에 치즈가 얹어져 있어서 눈으로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는 생김새였다. 느끼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안에 감자 으깬 것이 들어가 있어서 의외로 담백하고 짭조름한 맛이었다. 이어서 그냥 베이글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인 베이글을 먹었다. 별도로 구매한 블루베리 크림치즈를 발라서 먹으니 상큼하고 맛있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다른 집 베이글과는 다르게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베이글은 특유의 쫀득한 식감이 있는데, 빵이 아닌 다른 밀가루 음식을 먹은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개인적으로 맛 평가를 하자면, 1시간이나 줄 서서 포장해서 먹을 정도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지만 어쨌거나 맛은 있어서 어쩌다 먹는 베이글로는 괜찮은 것 같다.
그나저나 런던, 베이글, 뮤지엄. 이런 연관성 없는 3가지의 단어로 이름을 지은 것이 되게 이상하면서도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베이글은 미국에서 더 많이 먹고 더 유명하지 않나. 근데 런던 베이글이라니. 그러니까 어떤 느낌이냐면, 예를 들어 김치가 들어가는 가게 이름을 짓는다고 했을 때 도쿄 김치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뒤에 뮤지엄은 또 왜 갖다 붙인 것일까. 약간 '정석'이나 '전통'이란 의미를 주고 싶어서 붙인 것일까. 인터넷에 찾아보니 창업자가 런던에서 먹었던 어떤 베이글 가게의 맛이 기억에 남아서, 그것을 모티브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튼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이름을 알린 것은 베이글 맛도 좋지만, 가게 실내장식도 한몫했다고 한다. 북촌 한옥마을과 삼청동이 있는 동네에 런던의 상징물을 모조리 때려 박아 내부 인테리어를 꾸민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 1호점은 첫날부터 그야말로 초대박이 났다고. 오픈한 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침 7시부터 오픈런 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이 계속 있다고 한다. 내부 사진을 보니 과연, 혹하게 할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웨이팅을 하긴 싫지만,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실제로 가서 보고 싶긴 하다. 잘 나가는 가게가 왜 잘 나가는지는 가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니. 조만간 한번 가봐야 할 것 같다. (글자수: 1458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