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웹진M: 2016년 1월 7일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2015년의 공연을 적어 보았다. 2015년 하반기에는 더 다양한 공연을 보러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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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2015년의 공연을 적어 보았다. 2015년 하반기에는 더 다양한 공연을 보러 다녔다. 제대로 후기 기사를 쓰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나마 기록으로 남겨서 다행이다.
2015 디토 페스티벌: [실내악] 기돈 크레머 & 앙상블 디토
1) 언제: 2015년 10월 7일 (수)
2) 어디서: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
3) 누가: 기돈 크레머, 앙상블 디토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라타 발티카가 내한한다길래 안 갈 수가 없었다. 첫 날인 실내악은 3층에서 관람했다. 3층이라 멀리서 보이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소리가 훌륭했다. 슈베르트와 슈니트케가 이어지는 레퍼토리가 생소했는데 막상 듣고 보니 고전과 현대의 음악 연결고리를 보여주겠다는 기돈의 생각을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앵콜의 현악 8중주로 연주된 피아졸라의 ‘Oblivion’은 시작부터 소름 돋았고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기돈은 거장답게 경탄스러운 바이올린 연주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에 비해 아직 어린 앙상블 디토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한발 물러나서 더 힘을 빼고 여유롭게 연주했다. 거장다운 품격과 어른의 제스츄어를 볼 수 있었다. 이날 같이 갔던 합정동에 거주하는 지인은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막상 기돈 크레머의 연주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리부터 다른 연주자와 차원이 달랐다. 신세계였다”라며 좋아했다.
2015 디토 페스티벌: [협주곡] 기돈 크레머,앙상블 디토 & 크레메라타 발티카
1) 언제: 2015년 10월 9일 (금)
2) 어디서: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
3) 누가: 기돈 크레머, 크레메라타 발티카, 앙상블 디토
이날은 합창석에서 관람했다. 개인적으로 이날 공연이 너무 좋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안 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기돈 크레머가 워낙 유연하고 범주를 넘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이날은 그것을 제대로 펼친 공연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놀랍고 새로웠다. 수요일에 했던 실내악은 비교적 어둡고 무거웠던 반면에 금요일의 협주곡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여유롭고 밝은 분위기였다. 1부 첫 곡인 슈니트케의 <하이든 풍의 Moz-Art>는 엄숙한 클래식 공연답지 않게 연극처럼 재미나고 익살스럽게 무대를 펼쳤다. 이날 추가 요청으로 2번째 곡인 바인베르크의 바이올린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협주곡과 바로 이어진 하이든의 <피아노 협주곡 D장조, Hob.XVII : 11>은 끝까지 풍요롭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관객들은 1부가 끝나자 “브라보” 외침과 함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2부는 슈니트케의 <셋을 위한 협주곡>으로 시작했다. 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가 순차적으로 연주하다가 계속해서 소리를 쌓는 절정부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2부의 마지막 곡은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No.6 D장조 K.239>가 이어졌다. 내내 중후하고 밝은 선율이 장내를 휘감았다. 앵콜은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 앵콜은 바인베르크 Music from ‘Bonifatsy’s Holidays’, 두 번째는 화양연화의 ‘Yumeji’s Theme (From In The Mood For Love)’ 였다. ‘Yumeji’s Theme’는 수요일 공연에도 앵콜로 했었는데 이번에는 악기가 많아서인지 피치카토 주법으로 내는 화음들이 마치 물방울처럼 아름답게 흘러넘쳤고 울림이 한층 깊었다. 수요일 실내악 공연이 경건한 의식 같았다면 금요일 공연은 한층 밝고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현대음악인 슈니트케를 하이든, 모차르트 같은 불멸의 고전음악과 엮으면서 동시대에 살아 숨쉬는 음악으로 계속해서 알리고 살려내는 기돈 크레머의 작업을 실제로 봤다는 것이 무척 의미 있었다. 이때도 역시 공연 내내 젊은 연주자들을 존중하고 같이 호흡하려는 기돈 크레머의 대가다운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10월 네이버 온스테이지 라이브 콘서트
1) 언제: 2015년 10월 29일 (목)
2) 어디서: 레진코믹스 브이홀
3) 누가: 이채언루트, 아이엠낫
이전에 온스테이지 라이브를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신규 밴드 단 두 팀으로만 채워진 공연은 처음이었다. 2015년에 이채언루트와 아이엠낫의 인지도와 활약이 대단했음을 실감했다. 먼저 이채언루트가 밴드 셋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채언루트는 키보드와 드럼, 세컨 바이올린이 함께 해서 풍성한 사운드와 파워풀한 연주를 들려주었고 ‘공항 가는 길’ 등 신곡을 많이 불렀다.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모습이었다. 아이엠낫은 이전에 다른 밴드에서 활동했던 잔뼈 굵은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이날 처음으로 공연을 보았다. 말 그대로 수컷수컷한 연주를 들려줬는데 이들만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돋보였다. 문득 아이엠낫이 블루스 음악을 하는 젊은 갤럭시익스프레스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자 3인방에 검정색 정장을 입은 모습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이엠낫은 앵콜로 이채언루트의 강이채와 함께한 ‘Do it’을 불렀다. 이번 온스테이지 라이브는 신인밴드 2팀이 무대를 꽉 채워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전체적으로 더 길게 느껴졌다(한 밴드 당 레퍼토리가 길었기 때문일 수도). 새로운 음악을 발굴한다는 온스테이지의 취지에 걸맞는 무대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올라퍼 아르날즈 내한 공연
1) 언제: 2015년 10월 31일 (토)
2) 어디서: 연세대학교 백양콘서트홀
3) 누가: 올라퍼 아르날즈
이날 날씨가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촌 거리는 할로윈데이여서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그런 반면 연세대 내부에 있는 백양콘서트홀 주변은 한산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백양콘서트홀은 처음 가보았는데 잘 정돈되고 깔끔한 내부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이날 올라퍼 아르날즈는 첼로와 바이올린 연주자와 함께 공연했다. 그는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차분하게 연주를 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근작보다는 이전 앨범 위주로 공연을 했는데 어쿠스틱 악기 본연의 소리를 들려주면서 관객에게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을 전달했다. 공연이 진행될 수록 다양하면서 적절하게 사용된 조명의 효과가 좋았다. 게다가 음향시설도 상당히 좋았다. 다만 공연 레퍼토리 흐름이 비슷비슷한 분위기여서 후반으로 갈 수록 지루한 점이 보여서 약간 아쉬웠다. 앵콜까지 끝나고 나갈 때 객석 제일 뒤에 앉은 한 여성 관객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10월의 마지막 밤과 잘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임보라 X 지박 CONCERT
1) 언제: 2015년 11월 20일 (금)
2) 어디서: 올림푸스홀
3) 누가: 임보라 트리오, 지박, 강아솔
재즈 피아노 임보라와 살롱드오수경 등에서 활동하는 첼리스트 지박의 콜라보 공연이었다. 임보라와 지박이 들려준 풍성하고 아름다운 하모니와 울림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왜 이제서야 이들의 공연을 처음 보게 되었나 후회를 할 정도였고, 강아솔의 공연도 좋았다. 새삼 올림푸스홀의 소리가 남다르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공연장이었다니, 하면서.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임보라와 지박의 연주가 귀에서 맴맴 돌았다. 가을의 마지막 밤이 무척 아름다웠다.
사방 四方 소리 |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단독공연
1) 언제: 2015년 11월 22일 (일)
2) 어디서: 벨로주
3) 누가: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사방소리’라는 공연 소개를 보니 밴드가 공간 한 가운데 배치된 무대에 서고 그 주변을 관객들이 사방에서 감싸는 구성이었다. 바로 온스테이지 속옷밴드의 영상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는 공연이라고 한다. 믿고 보는 속옷밴드의 단독공연인지라 기대가 컸다. 이날 4명의 속옷밴드 멤버들이 내뿜는 연주는 밀집도가 그 어느때보다 높았고 압도적인 사운드를 내뿜었다.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공연에서 속옷밴드를 제외한 벨로주의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그 풍경이 마치 한 편의 그림이나 이미지 같았고 경외로웠다. 밴드와 스탭들이 이 공연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가 절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2015년에 봤던 한국 인디밴드 공연 중 제일 좋았다.
Battles 내한 공연 (제10회 라이브클럽데이)
1) 언제: 2015년 11월 27일 (금)
2) 어디서: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
3) 누가: Battles
개인 사정으로 늦어서 공연 시작하고 30분 뒤에 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배틀즈 3인조의 정교한 연주를 뒤에서 먼발치서나마 보고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거릴 정도로 좋았다. 오랜만에 온 상상마당에서 공연을 보는 관객들의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던 것 같다. 앵콜을 포함해서 한 40분 정도 보았다. 그 40분이 무척 짧게 느껴질 만큼 몰입감과 사운드가 대단했다. 언젠가 배틀즈를 다시 본다면 맨 앞에서 처음부터 보고 싶다.
Oneohtrix Point Never 내한 공연
1) 언제: 2015년 12월 6일 (일)
2) 어디서: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
3) 누가: Oneohtrix Point Never
워낙 실험적인 전자음악으로 유명한 원오트릭스포인트네버(이하 오피엔)의 공연이 궁금했기에 가보게 되었다. 예전에 나왔던 음반들을 좋게 들었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새 앨범 <Garden of Delete> 위주로 플레이한다고 해서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오피엔은 공연 시작부터 엄청난 노이즈의 향연을 들려줬고 내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다. 그는 음악을 플레이하는 것과 동시에 이펙터를 이용해서 그로울링과 비슷한 소리를 내었고 실시간으로 음악에 맞춰 좌우에 마련된 LED 화면을 조정했다. 그의 새 음악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익숙해지는 것을 느꼈다. 오피엔은 디제이답게 음악을 능수능란하게 음악을 바꿨고 그때마다 관객들은 환호했다. 공연 전에는 관객들이 별로 안 보였는데 나중에는 스탠딩석이 가득 찼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오피엔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혹은 이런 류의 음악에 관심이 있다거나, 공연기획사인 긱가이드 코리아의 마케팅이 성공했다거나… 이중 하나일 것이다.
불싸조 bulssazo))) & 선결 sunkyeol &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underwears band
1) 언제: 2015년 12월 13일 (일)
2) 어디서: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
3) 누가: 불싸조, 선결, 우리는속옷도입었고여자도늘었다네
라인업을 보자마자 연말에 보기 딱 좋은 공연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안 그래도 자주 보기 힘든 팀들의 공연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선결의 라이브는 처음 봤는데 음반으로 들었을 때보다 기타 사운드가 많이 아쉬웠다. 제일 처음 공연한 팀다운 무대였다. 두번 째는 속옷밴드였다. 믿고 보는 속옷밴드답게 이날의 공연도 대단했다. 이날은 드럼의 사운드가 한층 엄청났는데 렌트한 물건이라 공연을 빨리 끝내야한다는 멘트를 해서 깨알같은 웃음을 선사했다. 세 번째는 팀은 불싸조였다. 종종 이들의 공연을 볼 때마다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에, 마지막 라인업이라는 것이 도통 믿겨지지 않았다. 그것은 불싸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들은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멘트마다 관객들을 빵빵 웃게 만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유독 불싸조는 많은 멘트를 쏟아냈지만 연주도 그 어느 때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한 것처럼 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앵콜 요청이 거세게 왔음에도 불싸조는 끝내 앵콜을 하지 않는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괜히 그 모습도 불싸조 다웠다.
LUCID FALL #7 앨범발매콘서트 “누군가를 위한”
1) 언제: 2015년 12월 25일 (금)
2) 어디서: 연세대학교 백양콘서트홀
3) 누가: 루시드폴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그런지 연인이나 가족으로 보이는 관객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루시드폴은 오랜만의 공연이라며 조심스럽게 공연에 임했는데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로 일관되게 공연을 이어갔다. 악기 편성은 드럼-피아노-기타-베이스-보컬로 풍부한 음감을 들려주었고 종종 루시드폴은 직접 통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했다.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라 신곡 위주의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루시드폴답게 익숙하고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가끔 루시드폴이 멘트를 몇 마디 던지면 관객들은 별 이야기가 아님에도 빵빵 터졌다. 루시드폴 팬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루시드폴은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관객들을 위해 2시간이 넘어가는 러닝타임 동안 노래를 불렀다.
SeMA & HiFi presents BPM (Beat of Progressive Movement)
1) 언제: 2015년 12월 26일 (토)
2) 어디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 전시관 등
3) 누가: Dguru, Soolee, 최태현, Cong Vu 등 다수
이 공연은 취지부터 인상적이었다. 한국 일렉트로니카 음악 시장이 과거보다 성장했지만 그에 반해 정작 디제이를 비롯한 음악가들의 활동 영역과 인식의 성장은 과거보다 더 요원해졌다면서, 참가 아티스트는 당일 시립미술관에서 “틀고 싶은 음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중심의 퍼포먼스” 를 특별한 앰비언트의 파티 형태로 선보인다고 했다. 어떤 공연일지 궁금해서 신청했다. 공연은 신청 초대 형식으로 이어졌는데 페이스북과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를 합쳐 총 2000명까지 받았다. 당일 서울시립미술관에는 DISCO + HOUSE / AMBIENT + TECHNO / NOISE + BEAT 이렇게 세 구역으로 설정되어 10시간 동안 끊임없이 공연이 이어졌다. 나는 당일 오후 3시가 넘어서 입장했는데 생각보다 한산했다. 전체를 다 합해도 인원이 100명을 겨우 넘을 것 같았다. 공연장의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는 꽤 독특했고 각 구역에 잘 어울리게 배치가 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향 역시 훌륭했다. 모양새가 잘 갖춰진 DISCO + HOUSE / AMBIENT + TECHNO에 비해 NOISE + BEAT 구역의 공간과 조명 배치는 약간 성의 없어 보이긴 했지만… 그 외에는 전부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1인당 무료 맥주의 혜택이 있었는데 정작 수령하고 마실 수 있는 곳까지의 동선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 내부에는 음료를 가지고 입장하지 못하기도 했고(미술관이니까 당연하지만)… 마치 콜라텍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끔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훈훈하기도 했다. 가장 핫한 타임인 오후 8시에도 공연장은 널널했다. 공연 취지는 좋았지만 대중들과의 접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던 공연이라고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