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웹진M: 2016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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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생각해보니 2015년에는 참 많은 공연을 다녔다. 시간 나는대로 틈틈이 공연 후기 기사를 썼지만 아쉽게도 몇 개는 지금도 기록으로 못 남겨서 아쉽다. 더 늦기 전에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겨서 지난 한 해의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나열해서 보니까 전부 다 의미 있는 공연들이었다.
레미 파노시앙 트리오 내한 공연
1) 언제: 2015년 5월 1일 (금)
2) 어디서: 폼텍웍스홀
3) 누가: 레미 파노시앙 트리오
레미 파노시앙 트리오의 세 번째 정규 앨범 <RP3>의 발매 공연이었다. ‘친한파’ 그룹으로 유명한 팀 답게 자국인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앨범 발매와 앨범 발매 공연을 일찍 연 것이 특징이었다. 이미 여러번 이들의 공연을 보아 왔지만 재즈 공연에 특화된 공연장에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듣는 경험은 특별했다. 피아노-드럼-베이스의 물 흐르듯 이어지는 퍼포먼스와 유러피안 감성이 돋보이는 라이브는 그날 저녁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JazzWorks Vol.11 Harmonica Goes To Latin America
1) 언제: 2015년 6월 5일 (금)
2) 어디서: 폼텍웍스홀
3) 누가: 로랑 모흐, 에밀리 칼름메, 비안 등 그 외 다수
프랑스 출신 하모니카 연주자 로랑 모흐의 내한 공연. 즉흥적인 마음에 공연을 보러가서 사전 정보는 별로 없었는데도 무척 만족한 공연이었다. 공연 내내 하모니카 연주자 로랑 모흐의 따뜻한 배려가 돋보였으며 실력파 국내 연주자들과의 조화로운 라틴 재즈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로랑 모흐와의 인연으로 참여한 플룻 연주자 에밀리 칼름메의 협연, 오프닝을 연 레미 파노시앙의 피아노 솔로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즈음 메르스 여파로 내한 공연 다수가 취소되었는데 꿋꿋이 공연을 펼친 공연기획사 플러스히치의 결단도 인상적이었다.
카페 에이브릭 소공연 “Volver al inicio ;다시 시작”
1) 언제: 2015년 8월 15일 (토)
2) 어디서: 카페 에이브릭
3) 누가: 이채언루트, ENOCH, 오늘의추천곡
이채언루트의 공연이 카페 에이브릭에 있다고 해서 갔다. 이채언루트는 바이올린과 베이스라는 아담한 편성이라서 그런지 카페 에이브릭이란 공간하고 잘 어울렸다. 그 앞에 한 신인 팀 ENOCH와 최근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오늘의추천곡(현재 오추 프로젝트로 이름 바꿈)의 공연도 소소하고 멋드러져서 좋았다. 이날 관객 대부분이 카페 공간과 어울려 감상에 집중했고 반응도 매우 따뜻했다.
뮤지엄 파티 #2: 잠비나이
1) 언제: 2015년 8월 21일 (금)
2) 어디서: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3) 누가: 잠비나이, 디구루
이제는 한국에서 공연을 보기 힘들어진 잠비나이를 보러 갔다. ‘퓨전국악팀’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널리 알리고 있는 중이라 최근 모습이 궁금했던 터였다. 기존 3인조 편성 그대로 공연을 펼쳤는데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라는 공간의 특성과 한 여름이란 계절 탓인지 잠비나이의 음악이 더 스산했고 강렬하게 들렸다. 중간에 들어간 신곡(아직 제목은 없는 것 같다) 빼고는 이전에 들어본 레퍼토리였다. 여전히 단단한 잠비나이의 사운드를 바로 눈 앞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좌식 공간이라 관객들이 잠비나이 앞에 옹기종기 앉아서 함께 음악을 듣는 경험도 특별했다. 중간에 새로 리마스터링된 LP와 기존 앨범을 증정하는 제비 뽑기 이벤트가 있었다. 당첨된 분들이 부러웠다.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앞 정원에서 에프터파티가 있었다. 관객들은 무료로 증정된 맥주와 스낵을 즐겼고 이디오테입의 디구루가 들려주는 디제잉을 들으면서 남은 저녁 시간을 보냈다. 이날 만난 한남동에 사는 지인은 “적은 멤버로 이런 광활한 사운드를 내다니 신기하다”, “잦은 샘플러 사용에 적응하기 힘들었다”는 의견을 냈다. 같이 온 홍대에 거주한다는 지인은 “잠비나이가 유명해져서 이제는 본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도쿄 반도네온 클럽 in SEOUL
1) 언제: 2015년 8월 29일 (토)
2) 어디서: 벨로주
3) 누가: 고마츠 료타, 고상지, 도쿄 반도네온 클럽 등 그 외 다수
2015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고마츠 료타와 친구들’의 공연은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연 중 하나였다. 다만 정오의 땡볕 아래에서 격정적인 탱고 음악을 듣는 일은 무척 힘든 경험이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고마츠 료타의 재내한을 손꼽아 기다렸다. 얼마 뒤 도쿄 반도네온 클럽에 고마츠 료타가 함께 온다고 해서 별 망설임 없이 예매했다. 홍대에서 손꼽힐 정도로 안정된 음향 시설과 넉넉한 공간, 또 매회 좋은 공연 기획력이 돋보이는 벨로주에서 열린다고 하니 무조건 가야했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었는데 도쿄 반도네온 클럽을 포함한 여러명의 연주자가 매번 교대로 무대에 올랐다. 그때마다 고마츠 료타는 열심히 한국어와 영어를 쓰면서 연주자들과 곡을 직접 소개했다. 고마츠 료타가 이 공연과 연주자들에 대한 정성과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매 곡마다 10명의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는 편성이었는데, 좀처럼 듣기 어려운 피아졸라 시대 이전 탱고를 들을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다채로운 색깔의 연주자들이 하나의 품격과 내공이 느껴지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광경이 멋있었다. 일본의 아마추어 반도네온 연주자 단체인 도쿄 반도네온 클럽은 물론, 고마츠 료마의 제자인 고상지가 가르친 한국의 반도네온 연주자들도 이날 함께 무대에 올랐다. 마치 한일 반도네온 연주자들의 우정의 무대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공연 후반에 고마츠 료타의 쿼텟이 연주한 피아졸라의 ‘Adiós Nonino’가 굉장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무대륙 잔치
1) 언제: 2015년 8월 30일 (일)
2) 어디서: 상수동 무대륙
3) 누가: 비둘기우유, 헬리비전 & 김오키, 윤석철트리오,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 등 그 외 다수
10주년이 된 무대륙에서 그해 열린 록 페스티벌을 능가하는 라인업을 보여주며 잔치를 연다고 했다. 당일 오후 2시가 넘어서 도착하니 해마다 딱 두번 공연을 연다는 불싸조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이어서 압도적인 사운드를 들려준 헬리비전과 김오키의 콜라보 공연을 보았고, 무대륙과 안 어울릴 듯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윤석철 트리오의 공연을 보았다. 적적해서그런지는 바로 전에 유럽에서 공연을 하고 와서 그런지 에너지가 넘쳤다. 우리는속옷도생겼고여자도늘었다네(이하 속옷밴드)의 공연은 역시 명불허전이자 최고의 공연이었다. 지하에서 오래 있어서 잠시 바람을 쐬어 주러 1층에 올라가 프리마켓을 구경했다. 마침 1층에서는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와 화분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지하 공연장으로 내려가자 요즘 주목 받고 있는 실리카겔의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이어서 3호선버터플라이는 오랜 활동 경험답게 내공이 느껴지는 연주를 들려주었으며 비둘기우유는 슈게이징이 뭔지를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이후에는 드러머 김책이 있는 칼라 사운드와 일렉트로닉 듀오 .59(쩜오구)의 공연이 펼쳐졌다. 한 나절 내내 공연을 보니 피로감이 느껴져서 예정보다 일찍 자리를 떴다. 이날 공연 전부다 좋았지만 중간에 쉬러 나갈 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오후 5시 쯤으로 기억한다. 그때 무대륙 주변은 한적했고 바람이 솔솔 불어왔고 오후 햇살은 따뜻했다. 밴드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무대륙에서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무대륙에서 프리마켓을 둘러보거나 술과 음식을 먹고 있었다. 무대륙의 마당에는 동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놀고 있었다. 그때의 그 그림 같은 순간을 지금도 잊지 못할 것이다.
ASPIDISTRAFLY 내한 공연: Songs in the Night
1) 언제: 2015년 9월 4일 (금)
2) 어디서: 유어마인드
3) 누가: 아스피디스트라플라이
싱가폴의 포크 앰비언트 듀오인 아스피디스트라플라이의 내한 공연이 홍대 유어마인드에서 있었다. 워낙 정적이면서 아름다운 사운드를 들려주는 팀이기에 아담한 서점인 유어마인드에서 들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공연은 기존 곡과 신곡 2곡을 포함한 40분 가량 이어졌다. 단촐한 공연이었음에도 관객 밀집도와 사운드가 좋았다. 아스피디스트라플라이의 라이브를 들으며 창 밖으로 보이는 홍대 밤 풍경이 예뻤다. 다음 내한 공연과 새 앨범이 기대되었다.
2015 크레디아 파크콘서트 – 정명훈 파크콘서트
1) 언제: 2015년 9월 6일 (일)
2) 어디서: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3) 누가: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미샤 마이스키, 신지아 둥 그 외 다수
클래식 공연을 야외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솔깃했던 공연.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공연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피크닉을 하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당일 지인들과 만나서 각자 준비한 음식을 먹었는데 이날 날씨도 좋았고 바람도 솔솔 불어서 좋았다. 말 그대로 힐링된달까… 다만 너무 돗자리를 다닥다닥 붙여서 깔게 한 점이 아쉽다. 1부는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였는데 피아노를 연주하다가 신속하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습의 정명훈의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와 요즘 자주 보이는 바이올린 연주자 신지아와의 협연도 좋았다. 밤이 깊어지고 2부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합창’을 선보였다.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에 의해 베토벤 합창이 올림픽공원에 웅장하게 울려퍼졌다. 잔디마당에 모인 관객들은 그저 숨을 죽이며 들었다. 무대에 설치된 거대한 LED 화면에서 합창의 한글 번역 자막을 볼 수 있던 점이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점은 화장실 문제였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아예 올림픽공원 밖에 설치된 화장실에 가야만 했다. 동선이 너무 길고 수고스러워서 많이 불편했다.
TUXEDO 내한 공연
1) 언제: 2015년 9월 11일 (금)
2) 어디서: 롤링홀
3) 누가: 턱시도, 소울스케이프, 신세하 앤 더 타운, 글랜체크
해외 음악계에서 너무도 핫한 듀오 턱시도와 호화로운 국내 게스트들의 공연이었기에 안 갈 수가 없었다. 도착하니 소울스케이프의 공연이 시작하고 있었다. 신세하 앤 더 타운은 요즘 인기가 많은 팀이라 관객 반응이 좋았는데 메인 팀이 아님에도 앵콜까지 했다. 이어진 글랜체크의 공연은 한 눈에 봐도 준비를 많이 한 것이 느껴졌고 사운드도 좋았다. 막판에 타이거디스코가 무대에 올라 글랜체크의 음악에 맞춰 댄스를 할 때는 분위기가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대망의 턱시도의 공연은… 나쁘진 않은데 좋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메이어 호손은 워낙 노래를 잘 해서 그가 노래할 때는 확실히 귀 호강한다는 기분이 들었으나, 디제잉은 그렇게 신나지 않았다. 음악이 나쁜 것은 아니었으나 선곡에서 아쉬웠던 것 같다. 턱시도의 디제이셋과 조명이 환한 롤링홀의 조화도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았다. 마치 과거 80-90년대에 아티스트 해외순회공연이나 지방행사 같은 느낌이랄까… 라인업에 비해 본 공연의 성의가 부족했던 공연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