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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종무 Jul 31. 2022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스타트업 취업 가이드, 그 후 5년 Vol. 2.

 이 글의 독자로 생각하고 있는 분들은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한 2~3년 내의 20대 이직 준비생이나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싶은 0년차 이하의 취준생 혹은 대학생들이다. 이 글을 갑자기 써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의 채용 트렌드가 이들에게 불리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 간 스타트업 채용의 변화를 한 단어로 설명하라면, 상향 평준화이다. 

그 말인 즉슨 높은 진입장벽이란 말도 되겠다.


우선 개발자들의 경우 5년 전에 스타트업은 대다수가 O2O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에 취업을 했다. 앱이 간단하고, 영업이 잘 되면 돈이 재깍재깍 벌리고, 배민이나 토스 쿠팡 급이 되기 전에는 대용량 트래픽을 고려해서 서버를 짤 필요도 없다. 그걸 걱정할만한 기업은 이미 성공해서 많은 개발자가 있는 기업이다. O2O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하는 건 적어도 그때까지는 얼마나 많은 파트너를 끌어올 수 있는 영업력이거나 CS, 다른 사람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는 계약직 인력들의 비용 및 시간 효율화였다. 앱의 구조 자체는 심플해도 상관없었다. 판매자는 게재하고, 구매자는 그걸 보고 구매한다. 결제가 가능하고 구매 및 결제건을 판매자가 재깍재깍 받아볼 수 있다면 되는 것이다. 막말로 세탁 앱과 식당 앱 세차 앱이 똑같은 구조의 앱을 써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 거기서 거기지. 앱 터치 띡띡띡 몇번으로 발생한 거래를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게 하는데에는 훨씬 더 많은 수고가 들어가지만 말이다. 


하지만 요즘의 스타트업들은 다르다. 


이제 모바일로 할 수 있는 왠만한 사업들은 다들 그 자리의 주인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왠만한 사업들은 이미 다 시도되었고, 사업이 될 만한 영역은 다 경쟁의 승자들이 차지했고, 사업이 안 될만한 영역은 이미 많이 실패되어 더 이상 시도하는 자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지어 스타트업으로 출발해서 성장한 기업들은 다들 IT역량이 뛰어나고, 새로운 사업에 항상 목말라있다. 토스 뱅셀 카카오가 순식간에 금융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동안 수십개의 앱을 만들면서 삽질하던 당시 금융권쪽과는 전혀 다르다. 자신의 분야에서 뭔가 자잘자잘한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면 순식간에 흡수하여 자기 서비스 내로 끌어들일 수  있다.


(후발주자 베끼기라고 하기엔 M&A로 후발 창업자의 엑싯을 돕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그 후발주자가 아이디어는 좋아도 정말 그걸 실현할 능력이 있었냐?의 문제는 언제나 미지수인 것이고, 실제로 새싹 짓밟기 현상은 분명 존재하기도 하므로 이런 상황에 대해 특별히 의견을 더 하지 않겠다.) 


즉, 아이디어와 실행 가능한 최소한의 기술력과 오프라인 역량으로 달려나가는 스타트업을 찾기가 이제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면 요즘의 스타트업은 어떻게 창업하게 되는가


1. 정말 놀랍게도 여태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창업 (정말 내가 처음일까?)

2. 여태까지는 그러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없었지만 사회의 변화로 인해 신규 수요가 발생하는 트렌드에 맞춤 창업(ex: 코로나)

3. 모두가 실패했지만 나만은 살아남을 수 있는 걸 알고 성공하기 위해 하는 창업 (이게 사실 대부분이다)

4. 딱히 IT 친화적은 아니고 오프라인의 역량이 최우선적인 분야에서의 스타트업 창업(스타트업이 꼭 IT업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 아마존 칠리파우더 판매 1위 서울시스터즈 김치 시즈닝을 판매하는 서울시스터즈는 조미료로 창업한 스타트업인데, 혁신적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갖춰야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프로덕트만 IT가 아닐 뿐.)

5. 이미 특출난 기술력을 갖고 하는 창업.(특허 기술, 신소재, 바이오, 일부 AI 등등)


여기에서 1번 2번의 경우가 (이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스타트업"에 해당하고, 스타트업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노려보아야 할 기업들이다. '좋은 아이디어', '낮은 기술력', '시기적절한 실행' 이 중요한 곳들이기 때문에 '뭐라도 할 사람'이 필요하다. 


3번의 경우가 약간 다른데 1~2번의 3요소가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이나 이 유형에서 중요한 것은 창업자가 이미 '선배들이 어떻게 망했는지'를 학습했다는 것이다. 후발 주자이지만 선발 주자들의 실패 사례를 면밀히 탐구하여 혹은 선발 주자들이 제공하지 못했지만 창업자는 발견 할 수 있었던 고객의 니즈를 찾아 날카롭게 사업 포인트를 짚고 창업하게 된다. (만약 이런 선행 과정이 없었다면 3번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냥 시기가 늦은 망할 스타트업일 뿐) 그러면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우리가 짚어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당 분야의 경력자를 뽑게 된다. 식당 대상 식품 배달 스타트업이 망했던 이유가 폭주하는 주문 물량을 감당 못해 고객 신뢰를 잃었던 것이라면, 유통 전문가를 미리 섭외하는 식이다. 


4번의 경우는 이미 오프라인 인프라가 확고한 경우가 많아 3번과 같은 소수의 전문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3번이나 4번이나 해내야 할 일이 명확하고 그들을 서포트하기 위해 나머지 인력이 필요한 경우이기에 전문가는 전무가 풀 안에서 모셔오고, 나머지는 '뭐라도 할' 사람을 뽑기 보다는 회계 인사 총무를 두루해 본 5~6년차 경력직을 기존보다 아주 약간의 연봉 인상과 대우 개선을 통해 모셔오는 편이 훨씬 낫다. 


5번의 경우는 대기업 연구원 출신, 대학 교수님들의 산학 창업, 혹은 대학원 내 석/박사 급의 학생 창업인 경우가 많다. 당연하지만, 일반 취준생이 들어갈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간단한 앱 개발은 취미로 코딩하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수준이고, 고객들도 기업들인 경우가 많아 굳이 신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들을 온라인화하는 작업이 거의 다 마무리 된 현재 상황에서는 스타트업들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만 창업할 수 있는 것이고, 고부가가치 사업이란 말은 곧, 소수 인원으로 기타 투입비는 최소, 인건비 비중은 높아도 총액이 많지는 않고, 동일 투입 대비 기존 산업의 수십 수백배의 수익을 올리는 사업들인 것이다. 그러면 이 고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소수 인원만을 뽑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5년 간의 변화의 핵심이다. 기술이 발달해서 산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요즘 스타트업들은 산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기 위한 기술을 만드는 기업이다. 


여기까지 보면 '그럼 우린 어디 스타트업에 취업하란 말이야!!!' 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어려워진게 사실이다. 그래서 다음 글 부터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영역들은 어디인가, 위의 1, 2번 기업들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요즘 취업하기 좋은 역량은 무엇인가, 스타트업 채용 트렌드는 어떻게 파악하는가?, 스타트업 취업 준비를 위한 좋은 준비는 무엇인가?, 좋은 자세는 어떤 것일까? 등의 내용으로 현재의 취업 시장을 뚫어볼 팁들을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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