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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은채아빠 Jun 12. 2021

홈리스의 생각

도로에서 만난 홈리스의 자기 주장

여기는 노동절 (Labor Day)다. 9월 첫번째 월요일을 휴일로 지키기 때문에, 지난 금요일부터 연휴가 시작되었다. 예년 같으면 휴가를 즐겼을테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 더불어 화씨 110도에 달하는 폭염, 그리고 산불로 인해 지난 주말은 그야말로 집콕이었다.

월요일 아침, 산불로 인해 여전히 잿가루가 날렸지만, 기온은 90도로 떨어지면서 조금은 숨을 쉴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학교도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콧바람을 씌워주게 하기 위해,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베니스 (Venice)라는 관광 도시로 나들이를 갔다. 말이 좋아 나들이지, 이탈리아의 베니스처럼 작은 강 주변으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사이를 구경한 것이다. 다 돌고 보니,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교차로에 신호 대기로 서 있는데, 반대편 차선에서 어느 차가 갑자기 서더니, 중앙 차선에 있는 홈리스에게 자신이 먹다 만 음식과, 역시 마시다 만 게토레이 음료를 건넸다. 차 안에서 아내와 아들과, 홈리스가 남이 먹다 만 것을 받으면 좋아할까, 하는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그리고, 초록불 신호를 받고 차를 출발시키려는데, 홈리스는 받은 투고 (to go) 박스와 음료를 그냥 두고, 길을 건너가버렸다.

차 안에서 우리 가족은, 우리의 생각이 맞았다고 이야기했다. 홈리스도 자신의 생각이 있고, 자신이 선호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는 돈을 받아서 담배를 피고 싶거나, 술을 마시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홈리스들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그래서 돈을 주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그들은 그 돈을 쉽게 쓰고 말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에게 먹다 남은 음식을 준 중년의 여인이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홈리스이기 때문에 자신이 먹은 것을 주는 것은 그렇게 선한 행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홈리스를 편들자는 것은 아니다. 남을 돕는 사람은, 무엇을 위해 남을 돕는 걸일까. 자기의 만족인가? 자신이 그렇게라도 가난한 자를 도왔다는 만족과 인정을 스스로에게 주기 위해 그 행위를 하는 것일까? 뒤따라 오는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던 길을 멈추고, 자신이 먹던 것을 홈리스에게 건네고 출발하는 그 중년 여인은, 자신의 선한 행위에 만족하지 않았을까?

나도 홈리스를 돕는것에 무척이나 인색하다. 하지만, 내가 보여주는 선행이 남에게도 선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저 길 위에서 남들에게 구걸하는 존재라고 해도, 무엇을 주든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게 필요 없어도 되는 것을 주는 것은, 선행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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