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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종상 Jun 05. 2023

성경 속 사실과 진실

아브라함과 롯

많은 이가

알다시피

성경은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으로 나누어져 있다.
 

구약성경에는 천지 창조부터 인류 초기의 역사를 거쳐 하나님이 제사장 나라로 선택하신 이스라엘의 역사가,

신약성경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役事)와 그 이후 제자들의 말씀(복음) 전파가 주 내용을 이룬다.

수많은 사람과 그들의 발자취가 기록되어 있고 그만큼 많은 사실과 진실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사실을 접하면 보통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성경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이때 중요한 건 '그 사실에 대한 나의 해석이 과연 진실인가?'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실만이 아니라 그 사실이 담고 있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창세기 13장 8절-13절을 보면 아브라함과 롯이 서로 각자 살 곳을 선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사실을 두고 우리는 보통 아브라함의 선택을 바람직하게, 롯의 선택을 잘못이라 해석하곤 한다.

결과적으로 멸망당하는 소돔을 선택한 롯은 보기에 좋은 곳, 즉 세속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롯이라는 인물 자체도 세속적인 사람으로 규정하곤 한다.

하지만 베드로는 롯이 의인이었다고 말한다(벧후 2:7-8).

"무법한 자들의 음란한 행실로 말미암아 고통 당하는 의로운 롯을 건지셨으니

(이는 이 의인이 그들 중에 거하여 날마다 저 불법한 행실을 보고 들음으로 그 의로운 심령이 상함이라)"


여기서 롯의 선택을 잘못으로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어떠한가에 따라 삶의 적용에 미세한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다.


의인의 행위는 무조건 옳다거나, 의인이라고 실수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선택 자체도 잘못이었다 평가할 수 있지만,
필자가 아는 범위에서, 그 행위가 잘못이라는 설명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반면
롯이 의인이라는 평가는 위처럼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롯의 선택이 그 자체로 잘못이었는지, 아니면 결과적으로 잘못이었는지,

아니면 롯의 삶이

세상 속에서 의인이 겪는 고통의 예시였는지,

아니면 이외 또 다른 해석이 맞는지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떠한 해석을 하든 단순히 구약성경 속 그 사실 자체에 국한하기보다는

신약성경 속 베드로의 평가도 함께 고려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래야 그 사실이 담고 있는 진실에 더욱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성경 속 사실(사건)에 관한 진실은 가능한 한 성경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성경이 알려 주지 않는 내용을 애써 임의로 적용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억지로 해석하지 말라는 내용은 성경에도 쓰여 있지 않은가.


물론 사실을 두고 상식의 범위에서 진실을 추정할 수는 있다.

사회, 문화, 역사적 배경이 해석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추정이나 배경 지식에 의한 해석 역시 성경을 바탕으로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실제
롯은 아브라함처럼 천사(하나님의 사자)를 보는 눈(창 19:1)이 있었고,

그들을 영접해 구원을 얻는다(창 19:12-22).




한편 창세기 19장 29절은 롯의 구원을 두고

"하나님이 그 지역의 성을 멸하실 때 곧 롯이 거주하는 성을 엎으실 때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생각하사 롯을 그 엎으시는 중에서 내보내셨더라"라고 말한다.

이 구절을 보면,

롯이 아브라함의 조카였기 때문에 구원받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경 속에서 아브라함을 생각해 롯을 구원했다 할 근거는 롯이 아브라함의 조카였다는 데 있기보다

아브라함이 의인의 수를 언급하며 하나님께 소돔의 용서를 구한 장면(창 18: 22-33)에 있다.
"그 사람들이 거기서 떠나 소돔으로 향하여 가고 아브라함은 여호와 앞에 그대로 섰더니 아브라함이 가까이 나아가 이르되 주께서 의인을 악인과 함께 멸하려 하시나이까 그 성중에 의인 오십 명이 있을지라도 주께서 그 곳을 멸하시고 그 오십 의인을 위하여 용서하지 아니하시리이까 주께서 이같이 하사 의인을 악인과 함께 죽이심은 부당하오며 의인과 악인을 같이 하심도 부당하니이다 세상을 심판하시는 이가 정의를 행하실 것이 아니니이까...(중략) 이르시되 내가 십 명으로 말미암아 멸하지 아니하리라...(하략)"

롯의 구원을 언급한 구절은,

소돔에는 소돔 전체가 용서 받을 만큼의 의인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아브라함이 제기한 이의(?)대로

의인과 악인을 함께 멸하실 수 없었던

하나님이 의인 롯을 구원해 주셨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베드로의 설명 역시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 준다.


이것이 진실이다 또는 아니다 이견이 있을 수는 있으나,

이처럼 성경 속 사실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성경 속 내용이 그 근거가 되어야 한다.

롯은 구원 이후 두 딸의 판단과 행동으로, 암몬과 모압 족속의 조상이 되는데

(비록 자신이 의도하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지만)

이것이 의인으로서 올바른 행동이었는지 또는 잘못된 행동이었는지

지금의 관점으로 해석하긴 어려울 듯하다.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 위에 있고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의 해석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 자신을 알려 주신다.

성경이 우리에게 주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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