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Serious, 2021
어려서 국어 시간에 수필이니, 희곡이니 하는 말들을 배우며 소재는 신변잡기적이라 했다. 나는 우리의 얘길 영화에 빗대어 말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영화 속 주인공이 겪은 상황에 빗대어서, 영화 속 주인공이 겪는 감정에 기대서. 너는 이것들을 보고 자신이 난독증인가? 싶다고 했다. 분명 같이 영화를 봤는데, 자신이 본 장면에서, 대사에서 우리의 장면들이, 대사들이 들리니 내 글이 영화에 대한 것인지, 우리에 대한 것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손석구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가 이런 말 했었단 말이야, ‘사랑을 해보지 않으면 소설을 쓸 수가 없다.’”라고 하니, 전종서가 그랬다. “내가 너 소설 쓰게 해 줄까?” 이걸로 이해가 될진 모르겠지만 뭐 그런 거였다. 베티로 하여금 조르그가 글을 쓰고, 자신의 것을 세상에 내보이게 됐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소설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난 꿈을 꿔. 가끔은 그것만이 올바른 일인 것 같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아직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을 때, 사랑한다고 전하지 못할 때, 온 세상에 내가 너를 좋아하노라 말하고 싶은 와중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었다.
토레타의 맛에 대해 한참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네가 그랬지. 향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시대를 너무 앞선 음료라고, 대신 너는 포카리를 좋아한다고, 포카리에 얼음을 동동 띄워 먹으면 저세상 맛이라고. 내가 그랬다. 저세상에 가보셨나 봐요. 별 시답잖은 이야기였어도 우린 그게 즐거웠다. 그런 시간도 필요하다. 전종서가 “오늘 나한테 이상한 거 많이 물어봐 줘서 고마워. 나 솔직히 얘기가 너무 하고 싶었거든. 친구들을 만나도 다 솔직하진 못하더라.”라고 했던 것처럼. 그냥 지금 그게 너무 절실하다. 술로도, 어떤 영화로도, 다른 어떤 이와의 수다로도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벌써 해를 넘은 지 오래다. 우리는 연애 빼고 다 해보지 않았었나 싶다. 손석구가 그랬듯 “연애가 별 건가? 좋아하고, 같이 뭐 아껴주고, 즐거운 시간 보내고 그런 거”라지만, 끝내 관계를 명명하지 않아 할 수 없었던 말을 이제라도 해본다. 나 너 보고 싶었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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