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Couldn`t Become Adults, 2021
카카오톡 프로필을 변경했다며 오랜만에 너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곧 결혼을 한다고 웨딩 사진을 걸어둔 것이었다.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취직해서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삶은 자신과는 맞지 않다고 했던 너였다. 옛날 생각이 나 대충 비닐봉지에 담아 아무렇게나 묶어뒀던 일기장들을 펼쳐 본다. 2010년엔 내가 응원하는 축구팀이 리그에서 우승을 했다. 2002년엔 한일 월드컵을 했다. 학교에서도 축구 응원하라고 일찍 하교시켜 주기도 했다. 2020년엔 코로나가 전 지구를 집어삼켰다. 무언가 부단히 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돌이켜 보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들로 어떤 해들을 기억하고 있다. 나이는 먹었는데, 무언갈 하지 않았으니 아직 어린 시절 그대로인 것 같다. 다들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어른이 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것만 같다. 나만 그대로인 것 같다.
클릭 한 번이면 단숨에 내가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이따금씩 새끼손가락이나 연필로 카세트테이프를 한참 감고 앉아있던 것처럼 내 몸에 새겨진 단어들을 되뇌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받아들일 능력이 없어서, 혹은 내가 피하고 싶어서 애써 외면했던 단어들이 성불하지 못하고 내 몸 가득히 남아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추천해 줬는데, 너는 왜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스토리에 올렸었을까. 성불하지 못하고 유령처럼 남아있던 단어들이 깜뭇 멀어져 간다. 나한텐 아무것도 없지만, ‘어디로 가느냐’가 아닌 ‘누구와 가느냐’에 집중하며 그저 그런 하루들을 사는 것도 틀린 건 아니지 않았었을까. 나보다 더 사랑하게 됐었던 그녀와 그 시절에 검정치마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그곳은 우리에게 유일한 안전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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