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종승 May 08. 2024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 2024

<혹성탈출> 시리즈는 1968년의 시작부터 2017년의 <혹성탈출: 종의 전쟁>까지 주욱 제로섬 게임의 방식을 취했다. 시리즈 내내 인간과 유인원 두 종이 등장하고, 반드시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지배했다. 지배를 받던 이들은 혁명을 꿈꾼다. 2001년 팀 버튼의 <혹성탈출>을 포함해 그간 9편의 시리즈에서 엎치락뒤치락했던 이 전쟁은 마치 2011년 장훈 감독의 <고지전>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종의 전쟁>이라는 그 이름처럼 그렇게 인간과 유인원의 종‘(種’)의 전쟁이 아닌 ‘종(終)’의 전쟁으로 장대하게 막을 내렸던 것을 다시 쌓아 올리려니 쉬울 리가 만무하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라 말했던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Caesar)에게서 이름을 따왔을 시저(Caesar)는 인간에게 공격을 당하고, 가족마저 잃었음에도 결코 인간이란 종 자체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에게 시저라는 이름을 붙여줬던 윌과, 말라가던 시저에게 물을 건네줬던 노바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의 시리즈는 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풍부한 감정과 생각을 인간의 말로 표현했던 것에 반해 No, Do, Go처럼 단순한 명령어를 전쟁을 끝내겠다는 배신자와 적에 대한 분노만이 가득했던 시저와 2010년대의 시리즈였다.


새로운 시리즈의 새로운 감독이 전임 시리즈의 전임 감독의 뜻을 꼭 그대로 따라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다시 유인원들에게 다양한 의사를 인간의 말로 표현하게끔 하려는데 그에 대한 상황 설명이 너무 장황해 지루하게 느껴진다. 원작 시리즈를 보지 않았던 관객들에게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설명을 하려는 데에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 정작 신경 썼어야 할 이야기의 깊이감이 부재한다. 곁가지는 걷어내고 90분의 러닝타임으로 냈어도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인류에서 유인원으로, 유인원에서 인류로 넘어갔던 주도권이 다시 유인원에게 넘어가 있다. 어쩌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메이(프레야 알란)는 총을 쥔 손을 등 뒤에 숨기고 있다. 여차하면 노아를 쐈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쓰기엔 지금 유이원이 지닌 힘이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과 유인원의 공존을 말했던 시저의 뜻을 아직 반신반의하는 노아를 보며 메이조차도 흑과 백으로 구분할 순 없었다. 어쨌든 모종의 사건을 함께 지나왔고,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과 유인원에게도, 웨스 볼 감독에게도.


#혹성탈출새로운시대 #오웬티그 #프레야알란 #웨스볼 #영화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