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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생물학자 천종식 Sep 26. 2020

유산균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천종식 교수의 좋은 유산균 찾기

유산균을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이 매일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고 있습니다. 미생물 연구자로 주변으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고 있어, 여기에 간단히 최근에 밝혀진 과학적 사실과 제가 생각하는 좋은 유산균의 조건을 말씀드립니다.



1. 프로바이오틱스와 유산균은 어떤 관계일까요?


프로바이오틱스는 먹었을 때 몸에 좋은 살아있는 미생물을 이야기합니다. 세균과 곰팡이(효모)까지 망라하기에, 굉장히 많은 종류의 미생물을 포함하는데요, 우리나라 국민이 주로 먹는 제품은 크게 유산균 (락토바실루스, 락토코쿠스 등)과 비피도박테리움을 포함합니다.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의 한 종류인 것이죠. 여기서는 국내에서 기능성 식품으로 판매 중인 유산균을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2. 프로바이오틱스는 주요 장내 세균이 아닙니다.


인간의 대장에는 38조 개 장내 세균이 있습니다. 종 수로는 100~1000 종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마다 종류가 다릅니다. 주요 장내 세균을 조사해보면,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는 주요 장내 세균이 아닙니다. 프로바이오틱스에 속하는 세균은 보통 성인의 1% 미만만 존재하고, 그것도 일시적으로 존재한다고 봐야 합니다. "유익한 장내 세균인 프로바이오틱스가 내 장에 부족"하니까 먹어 줘야 하는 논리가 아닙니다.



3. 프로바이오틱스는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입니다.


많은 분들이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 그 균은 장에 평생 또는 아주 오래 머문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연구에 따르면 섭취 후 2주 정도면 대변에서 거의 검출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마이크로바이옴 학자인 스탠퍼드대 저스틴 소넨버그 교수는 저서 <The Good Gut: Taking Control of Your Weight, Your Mood, and Your Long-term Health (한국 번역서: 건강한 장이 사람을 살린다)>의 4장에서 프로바이오틱스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4장의 제목이 The transients (나그네, 여행자, 단기 체류자)입니다.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4. 뚱보균은 없습니다.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하도록 '뚱보균' 이라는 단어가 국내에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뚱보균은 후벽균 (Firmicutes, 페르미쿠테스)이라는 세균의 큰 분류군 중 하나입니다. 후벽균은 분류체계에서 문에 해당하기에 수천 개의 종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된장 발효를 하는 고초균도 후벽균에 속합니다.


현대인의 대장 안에는 후벽균이 보통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유전자 분석 기술 (NGS)은 2007년부터 나왔습니다. 뚱보균은 이전에 나온 논문 중에 비만과 후벽균이 연관성이 있다고 한 것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에서 누군가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 비만과 연관된 균으로 과학계에서도 일정 기간 쓰였지만, 이후에 많은 연구에서 비만과의 관련성이 없다고 밝혀진 후에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개념입니다. 세계적인 전문가인 UC San Diego 대학교의 롭 나이트 (Rob Knight) 교수는 2014년 논문 (FEBS Letters 588: 0014-5793)에서 뚱보균 (후벽균/Firmicutes)과 비만이 연관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래 유튜브 동영상에서 더 자세히 들으실 수 있습니다.



5. 어떤 프로바이오틱스가 좋은 것인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프로바이오틱스는 일시적으로 장에 머물면서 면역계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두 번째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약이 아닙니다. 장을 돕는 보조적인 기능성 식품이지요. 먹어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38조 마리의 복잡한 세균으로 구성된 곳에 수억 마리 정도의 유산균을 투입하는 것으로 장내 생태계가 유산균으로 채워지지도 않습니다. 제가 실제로 유산균을 열심히 먹고 조사해보면, 늘어난 양은 0.1%도 안됩니다.


대장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아프리카의 세렝게티의 멋진 초원 생태계에 비유하면, 유산균은 거친 뱅갈 호랑이에 비유해볼 수 있습니다. 호랑이가 생전 처음 보는 아프리카 초원에 들어가서 2주 정도 머물 겁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생태계가 좋아져서 복통이나 설사, 변비가 좋아질 수 있기도 하고, 그 반대로 오히려 장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죠.


좋은 유산균이나 프로바이오틱스는 먹고 나서 장이 편안해지고, 설사나 변비, 복통이 있는 사람은 그것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그게 안되면, 다른 균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바꾸면 됩니다. 사람마다 다른 장내 생태계가 존재합니다. 자기의 장내 생태계에 맞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누구나 실험과 관찰을 통해 쉽게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몸과 미생물에 대한 과학자가 되어보세요. 배변의 변화는 제가 설립한 천랩에서 무료로 모바일 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활용하시면 지속적으로 유산균뿐만 아니라, 식이(식단)에 따라 바뀌는 자신의 배변 활동을 모니터링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정보를 묶어서 이야기를 해볼게요.

비만을 일으키는 뚱보균이 70%나 되는 당신, 장내 유익균이 부족해요. 빨리 장내 유익균인 유산균을 먹어서 뚱보균을 줄이고 유익균을 장에 더 넣어주세요. 

이 중 어떤 내용이 잘 못된 것일까요?

게대가 대표적인 유산균은 모두 뚱보균에 속한답니다. 자기모순이죠.



6.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자신에서 맞는 유산균 제품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구매해서 4주 정도 먹어보고, 그 사이에 배변을 관찰해보세요. 배변이 좋아진다면 계속 드시고, 만약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안 좋아지면 다른 제품으로 바꾸어 보세요. 유산균은 장 건강을 위한 보조제입니다. 장내 미생물이 좋아하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거친 음식은 멀리하고, 밀가루,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위주의 식단을 하면서, 유산균 1알로 퉁치는 것은 안됩니다. 여러분 대장에 38조 마리가 오늘도 여러분이 먹여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치 같은 발효식품도 좋습니다. 참고로 식물성 유산균이란 단어도 비과학적이에요. 김치 유산균도 사먹는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천랩에서도 유산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힙니다.


장내 미생물은 비만, 당뇨, 아토피, 크론병, ADHD, 치매, 파킨슨, 암 등 많은 질병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을 위한 건강한 식단에 대해서 네이버 카페 <바이크로바이옴식탁>에서 자세히 원리과 실천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으니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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