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찬욱박의 자리는 늘 한 걸음 다른 데에 있다.그 자리가 신선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가져온다.
그리고 아름다운 미장센은 그를 어딘가 유럽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이번 영화 초반의 제지공장 장면에선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붉은 사막>이 떠올랐다.
영화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만들어져왔기에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만
이미 OTT로 인해 그 운명이 달라지고 있듯이,
영화광들이 사랑하는 영화의 역사에서의 한 시절은 분명히 존재한다.
5,60년대 유럽의 분위기, 누벨바그.
자신이 사랑한 시대의 자리에 서서 자신이 속한 세계를 관조하고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고 행복한 특권이다.
이경미 감독과의 협업에서 드러나는 색도 재미있다.
구덩이 팔 때는 <미스 홍당무>가,
서늘해진 손예진의 얼굴에서는 <비밀은 없다>가.
아, 중년 가장의 위기. 남 얘기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