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프스키’에 대한 오해

영화와 클래식

by 행복한 이민자

영화 전공 학위과정을 마칠 때의 일이다.


논문과 졸업작품이 통과된 후

전공교수님들은 이 만학도에게 ‘출교 축하‘ 식사를 사주셨다.

그 중 지도교수님과의 식사 자리였다.

샤브샤브를 가운데 놓고 교수님의 프랑스 유학 시절 이야기를 듣던 중,

문득 교수님의 졸업 논문 주제가 궁금해졌다.


’교수님 박사 논문은 어떤 주제로 쓰셨는지요?‘

’......코프스키요.’

‘네? 차이코프스키요???’


그 순간, 내 마음 속엔 존경이 휘몰아쳤다.

아니 이역만리 유학 생활에서 영화를 전공으로 하시며

클래식 음악과의 교차 분석으로 논문을 쓰셨다고?

아아 도대체 교수님의 사유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혹시 화성학과 몽타주 이론을 병치시키셨을까.

음악의 대위법을 영화에 적용했을 때에 대한 논증일까.

차이코프스키와 영화라니!


‘와 교수님! 차이코프스키로 영화 논문을 쓰셨다니요! 정말 대단한...’

교수님은 나를 급히 제지하며 말을 약간 더듬으셨다.


‘아니, 타르코프스키, 타르코프스키‘


아 맞다. ’희생‘의 타르코프스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 옆에서 웃어라도 줬으면 좋으련만, 두 사람만의 식사였다.

식당엔 야속하게 손님마저 없었다.

’이걸 졸업시켜도 될까‘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애꿎은 샤브샤브만 뒤적거렸다.

그러고 보니 같은 질문을 예전에 해서 답변받은 기억도 난다. 수업이나 면담 중에 거론된 기억도 난다.


아니 근데 교수님, 사실 인지도를 따져보면

차이코프스키가 타르코프스키보다는 훨씬 유명하잖아요.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끼 인형’이 ’희생‘이나 ‘노스탤지어’보다 유명하지 않겠습니까.

전 그냥 교수님의 지적 여정을 훨씬 더 넓게 생각했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대중을 상대로 하는 사람으로서 인지도는 아주 중요...


그래, 방송쟁이가 타르코프스키는 언감생심...


나중에 재개봉하면 보러 가야지... 교수님의 표정을 떠올리며.